All language subtitles for 한국이 싫어서 Because I Hate Korea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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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ubtitles

[잔잔한 음악]

[여자] 그날 지명이가 차를 가져와서

나를 공항까지 바래다줬어

지명이랑은 내가 떠나는 날

인천 공항에서 공식적으로 헤어졌지

[여자1] 어유, 야, 이거를…

야, 이거를 빼면 어떡해?

어머, 이게 가면은 꼭 필요한 거야

- 고추장은 - [여자2] 아, 됐어

아니, 무거운 거 빼야지

- 그런 거 빼 봐야 뭐 해? - [여자1] 어휴, 야, 차라리

그럼 그냥 이거를 빼

- 부피만 많이… - [여자2] 어, 이거 안 돼

[여자1] 아니 얘는 없어도 되는 거잖아

[지명] 아, 아버님, 저 주세요

예

[여자1] 어휴, 야

[지퍼 닫는 소리]

- 잠기지, 그쪽? - [여자1] 잠겨, 잠겨

[지명] 기다릴게

[여자] 아니야

나 기다리지 마, 지명아

언제든 힘들면 돌아오고

그, 돈 아낀다고 그냥 괜히 부실하게 먹지 말고

[여자]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남자] 그래, 가

[여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선 더 이상 못 살겠어서

[물소리]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여도 싫어할 수 있는 거잖아

[영어] 당신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계속되는 잔잔한 음악]

[코 훌쩍이는 소리]

[여자 내레이션이 한국어로] 회사 다닐 땐

매일 울면서 일어났어

- 어? - [여자 내레이션] 회사 일보다는

- [여자 내레이션] 출퇴근 때문에 - 잠깐만요

[여자 내레이션] 출근 시간에

인천에서 강남역까지 가 본 적 있어?

잠깐만요, 아저씨!

[여자 내레이션]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부질없는 이야기라는 걸 알게 돼

마을버스를 타고 열두 정거장을 가서

지하철역에서 내려

그리고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그렇게 두 시간을 대중교통에서 시달리다 보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싶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 [여자의 한숨] - [엘리베이터 도착음]

- 회사에서 일할 때도 -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

별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품이나 톱니바퀴라고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원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어

- 안녕하세요? - [여자] 어, 안녕

[여자 내레이션] 내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회사는 도대체 뭐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겠고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았어

내가 한국에서 못 살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한국에서 나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이야

- [직원] 과장님, 뭐 드시겠어요? - [과장] 어?

- 어, 나는 동태탕 - [출입문 종소리]

그럴까요? 이모님 여기 동태탕 네 개 주세요

[여자] 멸종되어야 할 동물 같다고나 할까?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건 개뿔도 없는데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아프리카 초원 나오는 다큐멘터리에

맨날 표범한테 잡아먹히는 동물 있지?

톰슨가젤

걔네들 보면 표범이 올 때

꼭 이상한 데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꼭 걔 같아

남들 하는 대로 하지도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맹수의 표적이 되는 거

[여자] 하지만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 [보행 알림음] - 표범이 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은 쳐 봐야지

그래서 결심한 거야 한국을 뜨기로

[한숨]

[과장의 한숨]

- [전화벨 소리] - [키보드 조작음]

[과장] 계나 씨

이 MK디지털정보는 왜 리스트에서 빠졌어요?

[계나] 아, 그 회사는 점수가 미달이어서 뺐습니다

[과장] MK가 지난번에도 이 건 맡았잖아요

[계나] 그렇지 않아도 작년 서류에도 좀 이상한 게요

점수가 한참 모자라는데도 최저 입찰가로 선정됐더라고요

[과장] 그런데요?

[계나] 그래서 매뉴얼대로 뺐습니다

[과장] 아니, 그래서 MK가 해서 뭐 잘못됐어요?

다른 회사가 맡았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할 건데요?

[계나] 그게 왜 문제가 생겨요?

[과장] 한 번이라도 손발 맞춰 본 곳이 낫죠

안 그래요? 이게 사람끼리 하는 일이잖아요

[계나] 그러지 말라고 공개 입찰 하는 거잖아요

[과장의 한숨]

[과장] 계나 씨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

- 왜요? - [과장] 아니

사람 사이에 제일 중요한 게 뭐냐고요

[계나] 그게 지금 왜 궁금하시죠?

[과장] 계나 씨가 융통성 없게 일을 하니까

답답해서 그러는 거잖아요 답답해서

[계나] 점수 미달인 업체한테 일감 몰아주기 하는

- 그게 융통성이에요? - [과장] 아니요!

- [계나의 한숨] - 믿음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거요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예요?

신뢰잖아요, 신뢰

과장님

지금 저보고 점수 조작해서 올리라는 거잖아요

저 못 하겠어요, 그렇게는

못 하면 어떡할 건데?

그만두겠습니다

- [한숨] - [과장] 아, 왜 또 그래?

왜, 왜, 뭐, 뭐, 어?

아, 주 대리 어디 스카우트됐어? 집에 돈 많아?

아니, 뭔 말만 하면 맨날 관둔대 나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어?

과장님 때문에 그런 거 아니고요

박 부장님한테 잘 말씀드릴게요

내일 사표 써서 올리겠습니다

계나 씨, 왜 또 그래요?

다음 달에 인사이동 있다니까

내가 이번에는 인사 팀에 진짜 꼭 얘기해 놓을게

작년에도 똑같이 말씀하셨어요

영업 팀 이런 데는 언제든 손만 들면 그냥 보내 줄 수 있어

근데 계나 씨가 컴플라이언스나 영업 팀 싫다며

그래서 티오 날 때까지 좀 더 고생하기로 했잖아

좀 더 기다려 보자

[과장] 감사 팀이나 총무 쪽에 자리 나면

계나 씨 1순위로 추천할게, 어?

아니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계나 씨, 이러면 내가 뭐가 돼?

내가 이번에 책임지고 해결해 줄게

나 믿어, 진짜로, 어?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게 뭐다?

[지명] 이모님, 여기 소주 하나요!

[시끌벅적한 소리]

어, 그랬더니?

다음 달부터 총무 팀으로 갈 거 같아

- 주계나, 너 진짜 배짱 대단하다 - [술 따르는 소리]

- [술병 놓는 소리] - 참

- 역시 멋있어 - [술잔 부딪는 소리]

- [계나의 개운한 숨소리] - [술잔 놓는 소리]

내가 대단해서는 아니고

원래 아랫사람이 갑자기 그만두면 인사 고과가 낮아지거든

[계나] 그래서 과장도 쩔쩔맸던 거야

가만히 보면은 계나 니가 회사 운빨이 좀 있는 거 같아

[계나] 좀 버텨 보다가 안 되면

진짜 그만둘 거야

[지명] 그만두면?

이참에 한국 떠야지

무슨 소리야?

지금 내 결론은

한국에서는 비전이 없다는 거야

[숟가락 놓는 소리]

계나야 [한숨]

한국이 아무리 불평등하다 하더라도

열심히 사는 사람한테

- 대한민국만큼 기회의 땅도 없어 - [술 따르는 소리]

[지명] 구매력으로만 따져도

1인당 GDP 20위권 안에 있는 나라라고

- 스페인이나 이탈리아하고도 - [술 따르는 소리]

- 별반 차이 없어 - [코웃음]

- 너 기자 시험 준비하더니 - [술병 놓는 소리]

- 상식이 많이 늘었네 - [술잔 놓는 소리]

야, 그렇게 살기 좋은 나라면

OECD 국가 중에 자살률 1위인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나는 그냥 [한숨]

'좀 인간답게 살 수 없나?'

- 그런 걸 고민하는 중이야 - [지명] 오케이

니가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잘 알아, 어?

근데 외국 나가면 뭐, 천국일 거 같아?

[지명] 한국에 사는 동남아 사람들 봐 봐

그 사람들 자기 나라에서 일류 대학 나왔어도

여기서는 일용직밖에 못 하잖아

그런 애들이 진짜 행복해 보여?

- [술잔 놓는 소리] - 너 지금 동남아 사람들

모욕하는 거야

니가 뭔데 그 사람들 행복을 함부로 평가하냐?

무슨 기자 되고 싶다는 인간이 말을 그따구로 해?

[지명이 당황하며] 알겠어 내가 미안해

일이 그렇게 힘들면 쉬어 쉬면서 생각해

취직하면

니가 나 그동안 기다려 주면서 먹여 살린 건

내가 다 갚을게, 정말로

[계나] 너 또 맥을 잘못 짚었어

내가 하는 얘기는 그런 게 아니잖…

[계나의 한숨]

계, 계나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계나] 얼마예요?

[사장] 2만 6천 원입니다

[포스기 작동음]

[포스기 작동음]

[사장]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지명] 안녕히 계세요 - [사장] 아, 예, 안녕히 가세요

[분위기 있는 음악]

[한숨]

도대체 한국이 싫은 이유가 뭐야?

[양치질하는 소리]

-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 [탁 놓는 소리]

내 인생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까

이렇게 살다가는

자살하거나 암에 걸려서 죽거나

둘 중 하나야, 분명해

그러면은 외국 나가면 좀 나아질 거 같아?

너 자꾸 나 무슨 외국병 걸린 사람 취급 하는데

나 아주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중이야

[지명] 너 이제 학자금 대출도 다 갚았잖아

음, 나름 안정적인 직장도 다니고 있고

그리고

이렇게 곧 취직하게 될 귀엽고 반듯한 애인도 있고

이게 니 현실 아닌가?

[양치질하는 소리]

취직하면

나랑 결혼하자

[계나 내레이션] 지명이는 나하고 동갑이었어

예의 바르고 허세 부리는 거 없고

책임감이 강해서 늘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했어

[지명의 아파하는 신음]

[계나] 프러포즈하려면 제대로 해라

나 정말로 진지하다고

[계나] 그래?

어디 한번 볼까, 진짜 진지한지?

[계나 내레이션] 우린 대학교 1학년 때 만났고

7년간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어

[계나의 옅은 웃음]

친구들은 우리를 부부라고 불렀지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캐럴]

문제는 그런 지명이가

나의 이민을 가장 강력히 반대한 사람이었다는 거야

어? 주계나!

어? 경윤이

- 어 - [계나] 야, 오랜만이다

- [경윤] 어, 야, 진짜 - [계나의 웃음]

야, 너 여긴 어쩐 일이야?

나 지명이 만나고 가는 길

아! 아, 야 너네 아직 만나고 있었구나

몰라, 너는 아직 졸업 안 했어?

아유, 야, 나 진작에 했지 [코 훌쩍이는 소리]

아, 근데 아직 방은 안 빼고 그냥 저, 시험 준비 하고 있어

- 아, 그래? - [경윤] 응

너 작년에 됐다고 어디서 들었던 거 같은데

[경윤의 씁 들이켜는 숨소리]

[경윤] 아

그게, 아

아, 나도 진짜 그, 될 줄 알고 떠들고 다녔는데

[멋쩍게 웃으며] 안 됐어

야, 그, 지명이 지명이는 이번에 졸업인가?

- 어, 마지막 학기 - [경윤의 호응]

야, 근데 너도 참 대단하다

그럼 군대 2년에, 저기

취준생 뒷바라지까지 하는 거 아니야

- 몰라, 의리지, 뭐 - [경윤] 어, 그지

나중에 애들하고 같이 한번 보자

[경윤] 아유, 야, 나는

나는 저기, 요새 돈 없어 가지고 사람들 잘 못 만나

야, 그러지 말고, 계나야

저기, 다음에 밥이나 한번 사주게나

[계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 그러자

오, 야, 진짜 우리 밥 한번 먹는 거야

- [계나] 응 - 사 주는 거야

나 지금 빈말하는 거 아니다, 어?

그래, 사 줄게, 사 줄게

- 진짜로 - [계나] 알겠어

오케이

- 가 - [경윤] 어, 가

- 조심히 들어가 - [계나] 응

[작게] 가

[코 훌쩍이는 소리]

[전철 주행 소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세찬 바람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 [여자] 아이, 씨

아니, 왜 들어와, 여기, 진짜

- [문 닫히는 소리] - 아니, 그럼 와서 도와줘야지

- [키보드 조작음] - 저, 어디 가세요?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지금!

[심호흡]

아, 먼저 때리면 안 되지, 진짜 아이, 씨

- 야, 기다려, 기다려 - [흘러나오는 게임 소리]

일로 내려와, 오케이

어? 대패삼겹살…

사냥하지 마세요 아, 진짜, 아이, 씨, 조졌네, 이거

아저씨 때문에, 이거, 쯧

여기서 이러면 안 되지 아, 참 나, 거

[덜컹거리는 소리]

- 아, 너무하네, 거, 아 - [세찬 바람 소리]

- 이거 왜 이래? - [한숨]

아니, 키보드 소리 다 들어오는데, 이거

[떨리는 숨소리]

마이크 볼륨 좀만 낮춰 주시면 안 될까요?

[잔잔한 음악]

[미나의 탄식]

[미나의 말소리]

[안내 방송 알림음]

- [비행기 엔진음] - [기장이 영어로] 손님 여러분

오클랜드에 도착하신 걸 환영합니다

항공기가 완전히 멈춘 후 좌석 벨트 표시등이 꺼질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십시오

내리실 때는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시고

선반을 여실 때는

물건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해 주십시오

[새소리]

[여자가 한국어로] 계나 씨 이쪽으로 오세요

[계나] 네

들어오세요

괜찮죠?

여기가 원래 차고였는데 내가 싹 다 고쳤거든

[여자의 옅은 웃음]

이런 거 다 편하게 사용하시면 되고요

이쪽으로 나가면 바로 정원이에요, 어

여기가 햇빛이 잘 들어

아, 정식으로 숙소 구하지 못하시면

그냥 여기 계속 사용하셔도 돼요

내가 특별히 렌트비 싸게 조정해 드릴게

아, 지내다 보면은 금방 적응될 거예요

[여자의 웃음]

- [바람 소리] - [풀벌레 울음]

- [새소리] - [덜컹거리는 소리]

[쓸쓸한 음악]

- [바람 소리] - [풀벌레 울음]

- [계속되는 쓸쓸한 음악] - [새소리]

[마우스 조작음]

뉴질랜드는 영주권이 목표죠?

네?

뉴질랜드 오시는 분들 중에

한국에서 잘나갔던 분들이 많이 있어요, 근데

그, 한국에서 살 때를 생각하면 안 돼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런 마음으로

그래야 영어도 빨리 배울 수 있어요

- [계나] 네 - 응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엘츠 점수인데

[여자의 숨 들이켜는 소리]

아이고

그, 제가 직장 다니면서 공부를 해 가지고

씁, 이 점수로 괜찮을까요?

[여자] 응, 괜찮아요, 괜찮아

[영어] 괜찮아요

[한국어] 뭐, 영어야 뭐, 살면서 배우면 되는 거니까

어떤 마음으로?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어

영어 공부 열심히 해 가지고 대학원 진학해서 학위 따고

취업하면은 영주권

간단하죠?

근데 생각보다 다들 어렵다고…

[여자] 맞아요, 어렵지

근데 정 안 되면은 여기 키위 중의 하나 잡아 가지고

결혼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여자의 웃음]

[영어] 조급해하지 마시고

[한국어] 어, 오셨어요? 어 [웃음]

아, 두 분 서로 인사하세요

어, 다음 주부터 학원 같이 다니게 될 박재인 씨

[리드미컬한 음악]

이쪽은 주계나 씨

아, 두 분이 같은 클래스니까 친하게 지내셔야 돼, 아셨죠?

[재인] 아, 그냥 혼자 다니는 게 편한데, 아

저, 그러면은 그냥 따로 다닐까요?

저도 어차피 천천히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려고 했거든요

아, 나도 그러고 싶은데 어차피 가는 방향이 같잖아, 이거

근데 몇 살인데 아까부터 계속 반말하세요?

나 스물여섯

저 스물여덟

그래서?

제가 누나…

나 원래 위로 열 살까지는 맞먹는데

여긴 그런 거 없는 거 잘 모르나?

아, 로마에 있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되는데

너 그런 정신으로는 내가 봤을 때

그, 적응을 못 할 건데

여기가 아직도 한국인 줄 아나? 뭐야? 아…

[계속되는 리드미컬한 음악]

[흘러나오는 리드미컬한 음악]

[계나] 음

먹어

- 뭔데? - [재인] 와인

술을 가지고 다녀?

나초도 먹어

이거 다 해서 한국 돈으로 만 원도 안 해

뭐, 이민 생각하고 왔냐?

그렇게 보여?

[헛기침하며] 뭐 하다 왔는데 한국에서?

취조하니?

[계나의 헛기침]

난 워홀

3년 전에 군대 가기 전에 한 2년 정도

내가 다녀 본 곳 중에서 여기가 제일 좋더라

'고생해도 뭐 이런 데 살면서 고생하고 싶다'

뭐, 이런 느낌?

아무튼 난 그래서 다시 왔어

넌 왜 왔는데?

[재인의 개운한 숨소리]

[재인의 코 훌쩍이는 소리]

[계나의 개운한 숨소리]

나는 한국이랑 잘 안 맞더라고

내가 뭐,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학벌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나도 지잡대 나왔는데

난 홍대 나왔어

[영어] 이봐

공공장소에서 술 마시는 건 불법이야

와인?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난 스물여섯 살이고요…

괜찮아요, 괜찮고요

[계나] 우린 합법적인 성인이에요

무슨 영어가 그래?

여기 오기 전에 영어부터 배워!

[한국어] 알겠다고요

아니, 알겠다고요

- 예? - [문 열리는 소리]

음…

[미나] 야, 일어나

아, 일어나, 나 자야 돼, 나와

빨리 나와

[달그락거리는 소리]

[남자의 쩝쩝거리는 소리]

엄마, 보일러 좀 고치자 추워 죽겠어

- [계나 모] 조금만 참아 - [계나의 코 훌쩍이는 소리]

- [계나의 한숨] - 이제 곧 이사 갈 거니까

[계나의 개운한 숨소리]

야, 그리고 우리 여기 재건축 아파트

잔금 내는 거 너 알고 있지?

18평하고 24평이 있는데

엄마, 아빠는 24평으로 갈 거야

그러니까 너도 좀 보태

- 아, 얘가 돈이 어디 있다고 그래 - [계나의 개운한 숨소리]

신경 쓸 거 없어

잔금은 우리가 어떡하든 마련할 거니까

[계나 모] 우리가 뭘 어떻게 뭘 마련을 해요?

- 대출도 더는 못 받는구먼 - [부스럭거리는 소리]

[찍 뜯는 소리]

[계나] 아니, 얼마가 더 필요한데?

한 3천 정도 더 필요해

[계나] 다 해서?

아니, 니들이 3천을 보태야 된다고

아니, 미나가 돈이 어디 있어?

지금 나한테 다 내라는 거 아니야?

[계나 모] 너 적금 붓는 거 있잖아

엄마

나 그거 집값 보태려고 모은 거 아니야

회사 그렇게 멀어도

내가 왜 맨날 자취 안 하고 통근하는데?

[계나 모] 좋은 데로 이사 가면은

- 니들도 좋잖아, 응? - [계나의 한숨]

각자 방 한 개씩도 갖게 되고

그리고 결혼을 할 때 이렇게 딱 팔면

혼수도 하고 얼마나 좋아, 응?

아니, 야, 그리고 우리가 그때 가면은

이렇게 이자 쳐 줘서 이렇게 계산해 줄게

엄마

이 동네 집값이 오를 거 같아?

그리고 내가 지명이랑 결혼한대?

넌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계나 모의 쯧 혀 차는 소리]

너 그러면 앞으로 저기, 월세 내고 살아

너 밥도 먹지 마, 씨 돈 내고 먹어!

알겠어요

[여자가 영어로] 계나?

계나?

계나?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캐롤입니다

신분증을 보여 주시겠어요?

네

[계나] 여기 있어요

좋아요

당신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캐롤] 현재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헛기침]

금융 회사의 IT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왜 그 일을 선택했나요?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회사가 저를 선택했죠

[감성적인 음악]

[계나] 무엇보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어요

[직원의 영어 말소리]

[직원들의 영어 대화]

[직원] 럭비 좋아해?

- [계나] 뭐라고? - [직원] 럭비 좋아하냐고

[캐롤] 뉴질랜드에는 왜 가려고 하죠?

[계나] 왜냐하면 따뜻한 곳이니까요

저는 한국의 추위가 너무 싫어요

[캐롤] 거기서 뭘 하고 싶은가요?

[계나] 성공하고 싶어요

성공하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남자가 일본어로] 어서 오세요!

[고풍스러운 음악]

[계나] 네!

[후 내뱉는 숨소리]

[후 내뱉는 숨소리]

[한국어] 안 뺏어 먹어요 천천히 드세요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힘들죠?

오늘이 좀 빡세긴 했어요

누나, 오늘 끝나고 뭐 하세요?

[계나] 형서는

내가 뉴질랜드 와서 처음으로 사귄 애야

국수 가게를 그만둘 때까지

- 두 달 정도 만났어 - [부드러운 음악]

[계나] 형서와 만날 때만 해도

어쩌다 연하를 사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줄줄이 연하들만 꼬이더라고

저 누나 좋아해요

나도 너 좋아

[계나] '요즘 어린애들 사이에서는 나 같은 스타일이 인기인가?'

처음에는 답이 안 나왔지

내 결론은 한국 남자애들은 외지 생활을 잘 못 버틴다는 거야

이제 그만

[계나]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거지

- [형서의 숨 들이켜는 소리] - '아'

- '얘네들은 엄마가 필요하구나' - [형서의 헛기침]

'내가 너무 늙어서 뉴질랜드에 왔구나'

- [부스럭거리는 소리] - 하고 생각했지

- 손님이 두고 간 와인인데 - [툭 떨어지는 소리]

제가 슬쩍 챙겨 뒀어요

다들 왜 그렇게 가방에 와인을 가지고 다니냐?

네?

아니야

그, 내가 아는 또라이 하나 있는데

걔도 그렇게 가지고 다니더라고

전 또라이 아닌데

너 갑자기 막 돌변해 가지고

나 목 졸라 죽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아, 왜 그래요?

자요

[계나의 개운한 숨소리]

[형서의 개운한 숨소리]

누나

저기 보여요?

뭐?

저기

[형서] 스카이 타워

[계나의 호응]

[계나] 예쁘다

[계나의 힘주는 소리]

[탁 놓는 소리]

[형서의 허밍]

[잔잔한 음악]

[형서의 계속되는 허밍]

[여자] 행복하세요?

- 여러분, 행복하세요? -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

자, 여기 오신 분들 중에

자기가 '행복하다' 하시는 분 손 한번 들어 보세요

[TV 속 복희] 그럼 이건 어떨까요?

우울하고 불안하다는 걸 인정해야 됩니다

- 거기서부터가 시작인 거예요 - [경윤] 어?

야, 저 사람 지난주에

- 우리 학교에도 왔었는데 - [TV 속 복희] 힘들잖아요

- 그래? - [경윤] 어

[TV 속 복희의 말소리]

[경윤] 야, 이거 봐 봐 저 사람이잖아

나 가서 강연도 진짜 들었었어

'돈이 아니라'

'행복을 모아라'?

[경윤] 어, 이 책에서 그러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거는

돈이 아니라 행복을 찾는 거래 행복을

[계나] 진짜 웃기고 있네

야, 돈을 모아야지 무슨 행복을 모으냐?

- 이렇게 돈 하나도 안 중요하다는 - [책 두드리는 소리]

인간들 알고 보면은

다 어디 주식 넣어 놓고, 어?

- 재테크 달인들이야, 치 - [책 두드리는 소리]

- 아휴, 참 - [책 떨어지는 소리]

아, 야, 계나야

- 이걸 한번 봐 보시게나 - [부스럭거리는 소리]

[탁 놓는 소리]

[경윤] 희망 굿즈

[계나] 이야 이런 거 누가 사나 했더니…

봐 봐

아, 잘 봐 봐, 좀

- [경윤] 여기 지금 이… - [툭툭 치는 소리]

바늘 끝이 말이야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잖아?

정확한 방향을 찾기 위해서

조금씩 흔들리고

움직이고 있는 거래

[TV 속 복희] 지금 이 순간

님께서 원하시는 행복이 뭔가요?

내일이나 내년 말고 10년 뒤도 말고

당장 이 순간에 원하는 행복

[한숨]

[영상 속 강사] 꼭 나오는 질문이 있죠

'야, 너 어디 가 봤니?' 이 질문이에요, 그죠?

'야, 너 일본 가 봤니? 야, 너 미국 가 봤니?'

이런 식으로 '어디 가 봤니?' 이 질문을 하는데요

이거 영어로는 어떻게 할까요?

엄청 간단해요

자, 한번 따라 해 볼게요

'해브 유 에버 빈 투'

'해브 유 에버 빈 투'

[영상 속 강사] '해브 유 에버 빈 투'

'해브 유 에버 빈 투'

[영상 속 강사] 좋습니다 엄청 간단하죠?

'해브 유 에버 빈 투' 하고

- 뒤에다가 뭐, 장소 넣어도 되고 - [한숨]

뭐, 나라 넣어도 되고 유적지 넣어도

뭐, 다 넣어도 상관없어요 예를 들어

중국의 아, 가장 큰 성 중의 하나죠

계나 씨?

자, 여기 어디예요?

[새근거리는 소리]

계나 씨

자, 여기 어디예요? 맞혀 보세요

계나 씨, 주계나 씨?

만리장성

[고풍스러운 음악]

"만리장성"

[계나] 어떡해, 나 너무 늦었지?

아니야, 이제 막 왔어

잠깐만, 잠깐만, 나 괜찮아?

[지명] 어, 괜찮아, 일단 들어가자

[달그락거리는 소리]

[지명의 탄성]

입에 맞나 모르겠네 [웃음]

많이 들어요

근데 여기 음식 맛이 좀 그렇긴 하다 [헛기침]

- 아, 왜요? 맛있지 않아요? - [술잔 놓는 소리]

[옅게 웃으며] 거기 갈 걸 그랬나? 그, 청담동 미코토?

아, 그래 [옅은 웃음]

아니야, 계나가 회를 별로 안 좋아해

- [젓가락 놓는 소리] - 아, 그래요?

아니에요, 회 좋아해요

- [지명 모의 호응] - [옅은 웃음]

[지명 가족의 옅은 웃음]

[물소리]

[뚝 끊기는 물소리]

[핸드 드라이어 작동음]

[흘러나오는 고풍스러운 음악]

한 잔 더 하시겠소?

- [계나] 네 - [지명 부의 헛기침]

[술 따르는 소리]

[병 놓는 소리]

[지명 부] 음

- [술잔 놓는 소리] - [하 내뱉는 숨소리]

[지명의 난처한 웃음]

아, 우리 부모님 원래 저런 사람들 아닌데

좀 이상하네, 오늘 [어색한 웃음]

[계나] 괜찮아

아들이 취직하고 그러니까 좋아서 그러시는 거겠지

- 내가 봤을 때 - [계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우리 부모님이 너 곤란해할까 봐

일부러 이것저것 안 물어본 거 같아

뭐가 곤란해?

[지명] 아아

내가 니네 집 사정 미리 말씀 좀 드렸거든, 뭐…

우리 집 사정이 어떤데?

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아, 그런 거 아니야

야, 우리 엄마, 아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야

니네 가족들이 배려해야 되는 사람 아니라고

아, 그런 거 아니야 너 지금 또 오해하고 있는 거야

뭐가 오해야?

내가 지금 뭐, 자격지심 때문에 이러냐?

말 좀 그렇게 하지 마라, 진짜, 씨

[계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지명의 한숨]

[지명] 아이, 저, 왜 그래? 어?

아니, 이거

우리 엄마가 너 주라고 한 건데

내가 너 오해할까 봐 못 주겠다, 야

뭔데?

우리 엄마가 너 필요한 거 있으면 사라고 주셨어

너 생각해서 준비하신 거니까 성의를 봐서라도 좀 받아

너 미쳤냐?

이거 돈 아니야, 상품권이야

선물로 생각하고 주신 거라고, 어?

나도 똑같이 받았어

야, 상품권이면 뭐가 달라?

뭐, 씨발, 적선을 하고 있어!

야, 적선이라니 너 왜 말을 그렇게 해?

너 왜 이렇게 나 비참하게 만드냐?

나 너랑 같은 대학 같은 과 나왔어

니네 집처럼 과외 붙여 주고 학원 보냈으면

너보다 훨씬 좋은 대학 갔을 거라고

야! 취직 못 해서 대학원 다니고 있는

니네 누나보다 낫다

씨발, 무슨 유아 교육을 대학원까지 가서 배우고 있어?

- [계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 [탁 떨어지는 소리]

[지명의 한숨]

[지명] 계나야, 화내지 마

내가 너 평소에 얼마나 생각하는지 잘 알잖아

[울먹이며] 너는 내가 오징어회를 못 먹는지

회를 못 먹는지도 모르잖아!

[지명]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마

[계나] 받은 걸로 해라

야, 주계나!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어두운 음악]

[계나 부] 어디 갔다 이렇게 늦게 오셨어?

[계나] 왜 아직까지 안 주무세요?

[계나 부] 딱 한 잔만 하고 자려고

저도 한 잔만…

[계나 부의 개운한 숨소리]

오

오, 우리 딸 오늘 왜 이렇게 아름다우세요?

[계나의 코 훌쩍이는 소리]

[계나의 코 훌쩍이는 소리]

계나야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계나 부의 개운한 숨소리]

[한숨]

아빠

그냥 18평에 사시면 안 돼요?

[사람들의 환호]

- [사람들] 10 - [떨리는 숨소리]

9, 8, 7, 6

[사람들] 5, 4, 3, 2, 1!

[뎅 울리는 종소리]

[사람들의 환호]

[남자]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남자, 여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람들의 환호]

[여자] 와, 드디어 새해가 밝았습니다

- [남자] 네, 아, 드디어 - [뎅 울리는 종소리]

저 종소리를 들으니까요 새해가 밝았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느끼게 되네요

[서툰 말투로] '돼지'

'돼지', 맞았어

'라디오'

[영어] 다시 말해 볼래?

- 라디오 - [계나] '라디오'

[한국어] 라디오는 라디오

- 매미? - [계나] 어

잘하네

- [말을 늘이며] 부정… - [계나가 말을 늘이며] 부엉…

- 부엉이 - [계나] 어, 어

부엉이

하준이 부엉이 실제로 본 적 있어?

[영어] 아뇨, 본 적 없어요

- 한국어로 - [하준이 한국어로] 없어요

[남자] 아

혹시 지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네, 못 들었는데

하준이 못 들었어?

네

지금 집 흔들리는 거 못 느꼈어요?

[옅게 떨리는 숨소리]

[한숨]

[떨리는 숨소리]

[새소리]

계나 씨가 여기 온 지 이제 얼마나 됐죠?

3년 다 돼 가요

아, 벌써 그렇게 됐구나

시간 진짜 빠르네

[남자의 후 내뱉는 숨소리]

답답해 죽겠어요

여긴 밤에 할 것도 없고

여긴 진짜 할 게 없어, 밤에

[남자의 숨 들이켜는 소리]

아직도 적응이 안 돼

[남자의 후 내뱉는 숨소리]

[밝은 음악]

[계나] 여기가 키친이에요

그, 시리얼이랑 우유 그리고 커피는

플랫에서 기본 비품으로 제공되는 거니까

- [여자] 네 - [계나] 마지막에 드신 분이

여기 팬트리에서 채워 넣으시면 돼요

[여자] 알겠습니다

[계나] 여기가 쓰실 방이에요

이 침대가 혜연 씨가 쓰실 침대

[혜연] 아, 네, 알겠습니다

그, 개인 물품은 여기 캐비닛에 항상 보관해 주시고요

그, 공용 공간에 개인 물건 안 돼요

- [혜연] 네 - 이 열쇠 드릴 거니까

- 항상 꼭 락해 주시고요 - [혜연] 네

카페에 올린 것처럼 월세는 800불이에요

첫 달은 보증금 1,200불이랑 같이 토탈 2,000불 주시면 돼요

- 현금으로 - [혜연] 2,000불, 네, 알겠습니다

- [영어] 감사합니다 - [손님]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손님] 당신도요

[흘러나오는 우아한 음악]

[한숨]

계나, 잠시만

네

지금 너처럼 입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아무래도 우리 브랜드랑 맞지 않는 것 같아

[한숨 쉬며] 신발 좀 봐

손님들이 컨버스 신은 너한테 우리 옷을 사고 싶겠냐고

[계나] 아, 그럼…

[직원1] 제가 보기엔 당신이야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계나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실용적이에요

이런 게 고객이 원하는 거예요

당신이 신은 힐보다 훨씬 낫다고요

[직원2] 미안하지만 계나하고 얘기 중이야

[직원1] 게다가 매장이 이렇게 큰데

당신처럼 힐을 신고 일했다가는 관절만 상해요

[직원2의 한숨]

힐을 신으라는 규정도 없고

[직원2] 알겠어, 그만하자

저런 부당한 대우에 가만히 있으면 안 돼

[계나] 아까는 고마웠어

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

부당한 대우를 지적했을 뿐이니까

빌어먹을 인종 차별주의자

난 계나야

- [포크 놓는 소리] - [앨리] 난 앨리

앨리, 어디 출신이야?

출신이 어디냐고? 여기 우리 땅이야

자신을 지키려면 절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돼

[포크질 소리]

그거 혹시 마오리식 대처법 같은 거야?

아니, 세계 표준이야

[앨리, 계나의 웃음]

[계나] 알았어

[감성적인 음악]

[앨리]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야

뚜렷한 목표 같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아

아무도 쫓아오지 않으니까 도망갈 필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앨리의 웃음]

그래도 불안하면 위험을 감수해

모험은 위험할수록 좋거든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TV 속 앵커가 한국어로] 갑자기 찾아온 한파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올겨울 한파가

얼마나 자주 찾아올지 전망해 봅니다…

엄마는 니가 취직했을 때

무슨 생각 한 줄 알아?

'이제 한고비는 넘겼구나' 했다고

엄마, 아빠는 너 공부했을 때 제대로 도와주지를 못해 가지고

가슴에 한이 있어

그래도 우리 딸이 씩씩하게 잘해 줘 가지고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응?

[계나 모의 옅은 웃음]

이제 지명이도 취직을 했고…

엄마

우리가 예전에 비해서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처럼 보여도

있잖아,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어

응?

- [계나의 호응] - 연탄 때다가

기름보일러 깔고

그리고 이제 뭐 여기서 겨울 세 번만 나면

아파트로 이사도 가고

그러니까

참고 기다리면서, 응?

이 악물고 살다 보면은

결국에는 보상받게 돼 있어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야

[계나 모의 숨 들이켜는 소리]

- 엄마 - [계나 모의 한숨]

나는 나중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그 보상 기다리면서

지금 괴로운 거 견디는 게 너무 싫어

할머니도 그렇게 평생 참고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거 아니야

아니, 엄마는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

그냥 진짜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 보고 싶은 적 없냐고

누구 기대에 맞춰 사는 게 아니라

[계나 모의 심호흡]

내가 바라는 거는

그냥 우리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거야

지명이 정도면 괜찮아

[계나의 한숨]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서 그런지 애가 착실하고

둘이 잘 어울릴 거야, 응?

그거는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건 뭐, 그런 보상 아니야

반드시 오게 돼 있어

결혼하고 애 낳는 게 무슨 보상이야

엄마는 내가 진짜 지명이네 팔려 갔으면 좋겠어?

쳇, 아니, 무슨 말이 그러냐, 어?

아니, 우리 딸이 좋은 남자 만나 가지고

행복하게 잘 살고, 아기 낳고

아니, 그런 걸 바라는 게 뭐, 엄마가 잘못된 거냐?

아, 진짜, 정말

아, 나한테는 그냥 그런 게 행복이야

[계나 모의 한숨]

나도 행복하고 싶다고

[분위기 있는 음악]

[바람 소리]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미나] 언니

-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 [계나] 뭐 해, 여기서?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미나가 숨을 후 내뱉으며] 우리 언니

[남자] 아, 안녕하세요

[미나] 담배 한 대 줄까?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남자의 후 내뱉는 숨소리]

[계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비행기 엔진음]

[사람들의 말소리]

- 계나! - [계나] 아! 깜짝이야

[계나의 옅은 웃음]

[영어] 안녕

[한국어] 밥은 먹고 다니니?

[재인] 어? 어

아, 그, 내가 얘기했나?

나 시티에 있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키친 핸드로 일한다고

- 비바체? - [재인] 어

그리고 주말에는 조이스에서 커피 내려

[계나] 음

학교에서 안 보이는 이유가 있었네

[재인] 씁, 음, 그래서

학교를 좀 그만둘까 싶어

왜?

너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 아니야?

졸업이지

근데 내가 원래

그, 양복 입고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직업에

환상이 좀 있었는데

또 아무리 공부를 해도 모르는 건 모르겠더라고

난 또 공부 체질이 아닌가 봐

뭐, 손익 계산서, 밸런스 시트 이런 거 들여다보고 있으면 막

- 어휴, 막 미쳐 버릴 거 같아 - [계나의 옅은 웃음]

그래서?

셰프 해 보려고

- 셰프? - [재인] 어

내가 원래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고

씁, 아, 그리고 뭐라더라?

교육을 한 900시간 정도 받고

그, 실습 한 1년 하면은 그, 영주권 신청 자격이 된대

그거 어떻게 생각해?

[계나] 음

니가 진짜 하고 싶은 거라면 해야지, 뭐

여기까지 와서, 어?

예전처럼 하기 싫은 거 하면서 견디고 참고

이런 거 또 왜 하냐?

고맙네 누나가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 이럴 때만 누나래 - [재인의 코 훌쩍이는 소리]

그래도 다행이다, 야

니가 하고 싶은 거 찾아 가지고

나는 너 처음 봤을 때 진짜 망나니인 줄 알았어

- 마, 망나니, 나? - [계나] 응

왜?

너 맨날 술 처먹고 아침에 어학원 늦게 오고 이랬잖아

나는 그때 너 보면서

'와, 얘는 정신머리가 어떻게 박힌 놈인가?'

그런 생각 했었거든

어머머, 나 그때 술 처먹느라 지각한 거 아닌데?

그럼?

나 그때 빌딩 청소 알바 했는데? 쳇

아니, 내가 여기 어학원 등록하고 나니까

200불밖에 안 남는 거야

근데 빌딩 청소 알바가 페이가 또 엄청나게 세요

근데 청소를 열심히 하다 보면 늦게 끝나

그럼 또 트레인 시간을 놓쳐

트레인 시간을 놓치면 내가 그 수업에 갈 수가 없었어

그래서 늦은 거지 진짜 서운하게, 말을 해도 참…

아, 나 일 가야겠다, 늦었다

아, 가기 싫어

아무튼 계나야, 갈게

- [계나] 응, 응 - 또 봐, 나 늦었어

- [재인] 연락해 - 응

[부드러운 음악]

- [풀벌레 울음] - [새소리]

[하준이 서툰 말투로] 펭귄 본 적 있어요?

[계나] 음

아니

하준이는 본 적 있어?

[하준이 영어로] 네

[계나가 한국어로] 하준 한국어로 해야지

[하준] 네

사우스 아일랜드 봤어요

[영어] 작년에 엄마, 아빠랑 남섬으로 여행 가서 본 적 있어요

펭귄들이 남극에서 남섬까지 3,000km를 헤엄쳐서 왔대요

[계나가 한국어로] 오, 그래?

[하준이 영어로] 서울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나요?

[계나가 한국어로] 글쎄

하준이는 서울에서 살았어?

네

[계나] 거기 뭐가 제일 기억나?

나 친구

친구?

다시 가고 싶어?

나 몰라

[영어] 하지만 아빠는 돌아가고 싶은 것 같아요

[계나가 한국어로] 그래?

선생님은?

나?

어…

[전철 주행 소음]

[전철 주행 소음]

[계나의 한숨]

[멀어지는 전철 주행 소음]

[계나] 요즘 일은 하냐?

[미나] 그만뒀어

[계나] 카페? 왜?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미나] 그냥 뭐, 재미도 없고

야

-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 언니하고 외국 갈래?

[미나] 외국?

[옅게 웃으며] 갑자기 어디로?

[탁탁 담배 터는 소리]

뉴질랜드

[미나] 뉴질랜드? [후 내뱉는 숨소리]

[숨을 씁 들이켜며] 그, 뭐 네덜란드 옆에 있는 건가?

[헛웃음]

[후 내뱉는 숨소리]

있어, 여…

- 남쪽인데 - [미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여기보다 훨씬 따듯하대

- [탁탁 담배 터는 소리] - 시급도 세고

너 알바 같은 거 하면서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봐도 되잖아, 어?

영어 공부도 할 겸

[계나] 별로야?

- [탁탁 담배 터는 소리] - 글쎄, 뭐

[씁 들이켜는 숨소리]

내가 거기 간다고 뭐 달라질까?

나 영어 울렁증 개심해 가지고

가게에 외국인 손님 들어오면 한마디도 못 해

뭐, 오빠도 여기 있고

[계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탁탁 담배 터는 소리]

[미나] 맞다 지명이 오빠 같이 간대?

[연신 탁탁 터는 소리]

[쯧 입소리 내며] 걔가 가겠냐?

[옅은 웃음]

[전철 주행 소음]

[미나] 아휴

[후 내뱉는 숨소리]

춥다

[씁 들이켜는 숨소리]

[후 내뱉는 숨소리]

[흘러나오는 리드미컬한 음악]

[시끌벅적한 소리]

- [여자1이 영어로] 세상에, 그만 - [재인의 탄성]

- [재인] 여기, 고마워 - [여자2] 고마워

[계나의 개운한 숨소리]

핵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지만

김정은한테 핵이 없으면 트럼프가 상대나 해 줄까?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남한 사람들은 불안하지 않아?

글쎄 [한숨]

너무 오랫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UN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게

김정은을 궁지로 모는 일이겠지

[코웃음 치며] 그거 한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야?

[계나] 응,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다고 봐

그래야 공격의 명분이 생기니까

그런 게 미국식 정치 외교라고

계나, 가자

[계나] 앨리! 뭐 하다가 이제 와?

[계나의 당황한 소리]

[잔 부딪는 소리]

- [작게 울리는 리드미컬한 음악] -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 [앨리] 핸드폰은 갖고 왔지? - 응

근데 뭐 하는 거야?

나 좀 찍어 줘

위험을 감수하는 게 어떤 건지 보여 줄게

알았어

그러다 잘못되면 어쩌려고?

안 죽어, 그러고 죽는다? 그것도 나쁘지 않아

계나, 이제 찍어

알았어

- [앨리의 환호] - [놀란 숨소리]

- [펄럭이는 소리] - [놀란 소리]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놀란 숨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앨리] 이야, 가자!

[앨리의 환호]

[뚝 끊기는 리드미컬한 음악]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

[남자의 힘겨운 숨소리]

- [페트병 찌그러지는 소리] - [달그락거리는 소리]

[탁 놓는 소리]

[한숨]

안녕

안녕

[흘러나오는 분위기 있는 음악]

- [남자] 갈 수 있다면 - [갈매기 울음]

한국에 가 보고 싶어

그래?

한국은 지옥인데도?

우리는 '헬조선'이라고 불러

진짜? 내가 가면 지옥을 보는 건가?

재밌네

한국 사람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해 죽을 때까지 일을 하지

맞아, 한국 사람들은 살려고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려고 사는 것 같아

예전에 어떤 한국 사람을 봤는데

하루에 알바를 3개나 하더라 그게 말이 돼?

내가 보기에 한국 사람들은 계급과 서열로 사람들을 나눠

제일 위에 뉴질랜드인과 서양인이 있고

그다음에 일본인과 한국인 그 아래는 중국인

그리고 저 밑에 동남아인이 있어

여기 사람들?

누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지도 못해

걔네 눈엔 우린 어차피 다 똑같아

영어 잘하는 아시아인과 영어 못하는 아시아인만 있어

신랄하네

여기 오는 아시아인 중에

동남아에서 온 애들이 제일 부자야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온 애들은

그 나라에서 잘사는 애들이지

미안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서 온 애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 출신 아니야?

부잣집 애들이었으면

미국이나 캐나다로 갔겠지 안 그래?

넌 아무 걱정 없이 부잣집에서 자랐으면서

생각하는 건 꼬여 있네

내 생각엔 너도 나랑 같은 과야

모두 너처럼 부자 부모를 가진 건 아니야

[남자가 웃으며] 잠깐만

너도 부잣집 따님 아니었어?

[놀란 숨소리]

이런, 숨길 수가 없군

정말이야?

정말? 그건 몰랐네

[남자의 웃음]

[청소기 작동음]

[노크 소리]

[청소기 꺼지는 소리]

[노크 소리]

네?

당신이 앨리 로먼입니까?

아뇨

[경찰] 이 영상을 촬영한 게 당신입니까?

네

주키니?

계나입니다

주계나

[경찰] 당신의 혐의는 불법 동영상 업로드와

불법 전대, 주거법 위반입니다

불법인 줄 몰랐어요 그런 줄 알았다면…

[경찰] 조사는 저희가 합니다

묻는 말에 대답만 하세요

앨리 로먼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영상 속 앨리의 환호]

[영상 속 앨리] 이야, 가자!

[남자] 그러니까 이게 2,000달러짜리 영상이라는 거지?

- 웃을 일 아니야 - [남자의 옅은 웃음]

다음 재판은 언제야?

[계나] 다음 달 4일 [한숨]

유죄가 나오면

벌금 물고 여기서 추방이야

무죄라고 해도

기록이 남을 텐데

취업이나 영주권 취득에 불리해질 거야

[훌쩍이는 소리]

[남자] 꼭 뉴질랜드여야만 해?

뭐?

지난주에 자카르타에 가서 아버지를 만나고 왔어

학교도 한 학기밖에 안 남았는데 졸업하면 뭘 할 건지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뭘 할 건데?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지

아버지한테 돈을 좀 빌려서

[남자] 무역업을 해 볼까 해 자동차 부품 수입 같은 거

그래, 괜찮겠네

나랑 같이 갈래?

너한테 외국이긴 다 마찬가지잖아

뉴질랜드나 인도네시아나

뉴질랜드보다 인도네시아가 더 기회가 많지 않겠어?

[남자] 안 그래?

나는 인도네시아어 자바어, 영어를 할 줄 알고

너는 한국어랑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지금…

사업 제안 하는 거야? 아니면 나한테…

[남자] 이건…

둘 다야

나랑 같이 인도네시아로 가자

[어두운 음악]

[계나가 한국어로] 비행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빌딩 꼭대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어느 게 더 위험한지 알아?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게 훨씬 더 위험해

[재인의 놀라는 소리]

- [재인] 아, 괜찮아? - [계나가 흐느끼며] 아, 씨

[계나 내레이션]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바닥에 닿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자세를 잡을 시간이 있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거든

[계나의 흐느끼는 소리]

[재인] 야, 울지 마, 어? 가자, 응

[계나가 흐느끼며] 나 못 일어나겠어

너 먼저 가

[계나의 계속되는 울음]

[재인] 야, 그럼 너 여기서 기다려 내가 갖다 놓고 올게, 어?

주소 어디 있어? 주소, 주소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

[영상 속 앵커] 다음 뉴스입니다

행복 전도사로 잘 알려진 채복희 씨가

부산으로 향하던 KTX 열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어제 오후 4시경 부산역에 도착한 KTX에서

청소 역무원이 채 씨를 발견해 이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돈이 없으면 행복을 모아라'의 저자 채복희 씨는

사망 당일 부산에서 강연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삶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이자 강연자로 널리 알려진 채 씨는

활발한 저술 활동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행복 전도사 역할을 해 왔습니다

채복희 씨는 폐암 말기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열차 이동 중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과…

[벨 소리]

- [키보드 조작음] - [프로그램 작동음]

언니!

나야

잘 지내?

어, 미나야

- 새집으로 이사하니까 좋냐? - [영상 속 미나] 어

완전 개좋아

[영상 속 계나 모] 별일은 없지?

어? 연락 좀 자주 해 아주 그냥 궁금해 죽겠어

아휴, 기지배, 아주 그냥

미안해요

엄마, 아빠는 별일 없죠?

아빠는 괜찮아?

- [영상 속 미나] 아빠, 아빠! - [영상 속 계나 모] 여보!

- 계나, 계나 - [미나] 언니!

- 계나, 계나 - [미나] 빨리 와 봐 봐

- [계나 부] 어? 계나? - [계나 모] 계나 [웃음]

- 어, 일로 와 봐, 여기 - [계나 부] 어!

[영상 속 계나 모] 여기 보면 돼 여기 보면 돼

[영상 속 계나 부] 계나야! [웃음]

엄마, 아빠, 어, 잘 지내고 있어

아빠, 미안해요

[영상 속 계나 부] 아, 뭘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무슨 얘기 하는 거야?

[영상 속 계나 부의 웃음]

- 아, 왜, 왜, 어? - [영상 속 미나] 아, 엄마

- …야, 계나야! - [미나] 아, 엄마

언니 잘 살고 있다잖아

- [계나 부] 어, 나왔다 - [계나 모] 아니야, 아니야

[계나 부] 얘기해 얘기해, 어 [웃음]

[계나 모] 걱정하지 말고 잘 살아라

- 엄마, 아빠는… - [프로그램 종료음]

[계나의 훌쩍이는 소리]

"통화 종료됨"

[친구1이 영어로] ♪ 생일 축하합니다 ♪

[함께] ♪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나의 재인 ♪

♪ 생일 축하합니다 ♪

[친구들의 환호]

마누, 이건 뭐야?

[탄성]

[친구들의 탄성]

- [재인] 고마워, 친구, 좋다 - [친구2] 세상에

이제 내 차례야

- [재인] 이게 뭐야? - [친구2] 받아

- 오, 오스틴 - [친구3의 탄성]

- [친구들의 웃음] - [재인] 나 책 싫어하는데

- 나 책 안 읽는단 말이야 - [계나] 쟤 책 안 읽어

나 못 읽어

- 그건 몰랐네? - [친구들의 웃음]

[오스틴이 한국어로] 건배!

[친구3] 오, 건배

요리 학교는 어때? 다닐 만해?

응, 재밌어

다음에 누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다 만들어 줄게

나 이따 한잔 더 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오늘은 안 될 거 같아

[재인] 흠

그 인도인하고는 어떻게 됐어?

인도네시아 사람이야

- 응 - [계나] 헤어졌어

[재인] 음

- [계나의 후 내뱉는 숨소리] - 그래?

- [계나] 응 - [재인의 코웃음]

너는?

나 뭐?

- 뭐? - [재인이 웃으며] 뭐가?

아니, 좋냐고

[재인] 응, 좋아

[계나] 그렇단 말이지?

아, 뭐가 그래?

[재인] 응

참

음

[재인의 비명]

[재인의 쿨럭거리는 소리]

어? 아

[재인의 웃음]

[물 따르는 소리]

[여자] 우리 하준이 계나 씨 참 좋아했는데

많이 아쉽다

저도 너무 아쉬워요

그동안

일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의 옅은 웃음]

아, 이제 곧 졸업인가?

- [계나] 네 - 아, 축하해요

아, 계나 씨 처음 만났을 때

어리바리하게 공항 앞에 서 있던 게 생각난다

아, 저 그때 엄청 긴장했었어요

그, 입국 심사 때

'여기 왜 왔냐 가방에 뭐 들어 있냐'

이런 거 대답 하나도 못 했어요

[여자] 아유, 그랬구나

- 어떻게 앞으로 계획은 있고? - [계나] 네

전공 살려서 일자리 구하고 영주권 신청하려고요

음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

[계나] 감사합니다

여보

[여자] 여보

어?

[밝은 음악]

- 괜찮아요? - [남자] 어?

- [쨍쨍 울리는 소리] - [재인이 영어로] 자, 집중

비록 저는 8만 달러짜리 학위를 따지는 못했지만

계나는 해냈군요!

- [친구들의 탄성] - [오스틴의 말소리]

잘했군, 잘했어, 망할 놈의 졸업장

계나의 전공이 회계학인 건 다들 알고 있나요?

- 그게 뭔데? 그게 뭐라고? - [친구들의 웃음]

- [계나] 나도 모른다고! - [재인의 호응]

[한국어] 군만두 나왔습니다

[재인] 어, 사장님 저희 군만두 안 시켰는데요

아, 오늘 졸업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서비스예요

- [재인] 와! - [계나의 탄성]

[영어] 여러분, 사장님께 박수!

[계나가 한국어로] 와, 감사합니다, 사장님!

[재인의 환호]

[영어] 기분이 어때? 뉴질랜드에 와서 행복해?

잘 모르겠어 근데 지금은 너무 좋아!

망할 뉴질랜드!

[함께] 망할 뉴질랜드!

[계나, 재인의 탄성]

[재인의 신난 탄성]

[계속되는 밝은 음악]

[잦아드는 밝은 음악]

[불길한 음악]

[앵커] 안녕하십니까?

오늘 뉴스는 태즈먼해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 속보로 시작합니다

오늘 오후 9시 7분경

규모 6.3 깊이 10km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국가재난관리청은 오클랜드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장 가까운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뉴스룸에서는 상황을 주시하며 지진의 피해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준비되는 대로 신속하게 속보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속보, 오클랜드에서 규모 6.3 지진 발생"

오클랜드 경찰에 따르면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오클랜드 경찰에 따르면 오늘 오후 9시경

이웃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주민의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집 안에서 시신 3구를 발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40대의 남성과 여성

어린 남자아이가 사망했다고 확인했으나…

[잦아드는 불길한 음악]

[남자가 한국어로] 경윤이 소식 뭐 들은 거 있어?

나도 모르지

재작년엔가 시험에 붙었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남자] 아니야 그거 떨어졌을 거야

[여자] 아, 그래?

근데 경윤이가

[여자의 씁 들이켜는 숨소리]

아무랑도 연락이 안 됐었던 거 같아

[남자] 계나야 너 경윤이한테 연락 온 적 없어?

얜 모르지, 외국에 있었는데

뉴질랜드에 있었다 그랬나?

[전철 주행 소음]

[전철 주행 소음]

[멀어지는 전철 주행 소음]

[피곤한 숨소리]

[계나 부] 아니, 여기 밥통 있는데

뭘 여기까지 갖고 오고 그래?

여기서 그냥 대충 해 가지고

먹으면 되지, 으이그

아버지, 그러지 마시고요

평소에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이나 좀 자주 하세요

니 엄마는

도시락 싸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내 말을 안 들어

맨날 허리 아프다 그러면서 아휴, 참

아버지는요? 어디 아픈 데는 없어요?

[계나 부] 없어

나 여기 나와서 일하는 게 운동이지

집에 있으면 뭐 해?

요즘은 술 많이 안 드시고?

그래도 한잔해야 잠이 와

넌 술 많이 마시지 말아

네

속은 풀고 나온 거야?

[계나] 밥 먹고 나왔어요

[계나의 한숨]

아니, 아무리 그래도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어제 지명이가 너 업고 오느라고 고생 많이 했어

죄송해요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 열리는 소리]

[스위치 조작음]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지명] 지저분하지?

이러고 살아, 내가

[무거운 음악]

회사 생활은 어때?

너 들어가고 싶어 했잖아

들어가고 싶어라 했지

너는?

뉴질랜드에서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어

거기서는 알바 인생도 나쁘지 않아

방송 기자랑 버스 기사랑 월급 차이도 얼마 안 나고

[지명] 응

그래?

한국에는 아주 있는 거야? 아니면 다시 들어가?

아직 모르겠어

나 너 많이 보고 싶었어

[한숨]

그냥 이렇게

내 옆에 있어 주면 안 돼?

[휴대 전화 알람음]

[계속되는 알람음]

[계나의 옅은 숨소리]

- 지명아 - [지명] 응

너 일어나야 되는 거 아니야?

[지명의 숨 들이켜는 소리]

[지명의 힘주는 소리]

- [휴대 전화 조작음] - [뚝 끊기는 알람음]

[지명의 한숨]

[지명의 피곤한 소리]

[한숨]

늦겠다, 얼른 가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한숨]

[감성적인 악기 연주]

[감성적인 악기 연주]

♪ 너의 무릎이 궁금해 ♪

♪ 누워 하늘을 보고파 ♪

[남자] ♪ 그럼 여전히 하늘은 ♪

♪ 슬픈 코발트 빛일까 ♪

[남자, 미나] ♪ 긴 망원경으로 ♪

♪ 네 눈동자를 봤어 ♪

♪ 까만 하늘엔 별이 떴었어 ♪

[남자, 미나] ♪ 10년 전 이쯤에 ♪

♪ 내가 찾던 게 여기에 있었지 ♪

[함께] ♪ 빼뚤은 이빨 사이를 ♪

♪ 지나쳐 보고 ♪

♪ 투박한 손에 입 맞추어 ♪

♪ 가장 약한 마음에 하얀 시트를 깔아 ♪

♪ 옆에 재워 주고파 ♪

언니, 너무 좋지?

너무 좋지?

[사람들의 노랫소리]

- [미나] 아, 멋있었습니다 - [사람들의 호응]

[남자1] 감사합니다 우리 일등 팬들

- [여자1] 고생 많았어요 - [남자1] 아, 사랑합니다

- [남자1] 음 - 아, 좋다

[여자1의 말소리]

아, 그, 뉴질랜드는 어디 있죠? 네덜란드 옆에 있나?

[미나] 그, 호주 호주 옆에 있는 거

[남자2] 그, 뉴질랜드 어때요?

저도 안 그래도 이번에 한국 뜨려고 계획 중이거든요

- 아, 진짜요? 어디로 가시게요? - [남자2] 네

- [남자2] 그… - [미나] 그, 조지아

다음 달에 조지아로 여행 간대

아, 그, 미국?

아니, 아니, 그, 나라 조지아

그, 있잖아, 그루지야

- 그루지야 - [미나] 맞아, 그루지야

음, 배신자 새끼 조국을 버리고 어디를 가게?

여기서 싸우고 부딪히면서

- 다 바꿔 나가야지, 투쟁을 하고 - [미나] 또 시작했다

- 투쟁, 투쟁을 하자고! - [미나] 아휴, 진짜

투쟁 그런 거 다 의미 없어

나는 그냥 기타나 메고 조용한 곳으로 여행 가고 싶어

[남자1] 야, 여기서도 비주류인데

나가서 논다고 끼워 주겠냐?

[여자2] 야, 너 자꾸 '비주류, 비주류' 하지 마

나 우리가 비주류라고 생각 안 해

- 여기가 주류야 - [미나] 그래

야, 나한테 니네 음악이 진짜 최고야

아니면 내가 미쳤다고 같이 다니겠냐?

그거는 우리 미나가 날 너무 사랑해서 그래

- [남자2] 아이, 짠, 짠, 짠! - [미나] 야, 짠!

[시끌벅적한 소리]

[흘러나오는 리드미컬한 음악]

[남자1] 아, 누님 한 시간만 더 버티시죠

어, 난 너무 피곤해서 가 봐야 될 거 같아

너 어떻게 할래?

[미나] 나 애들이랑 같이 있어야지 홍원이도 있고

[홍원]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우리 함께 달립시다!

[미나] 아유, 치워, 언니 피곤해

언니, 괜찮겠어? 혼자 갈 수 있어?

응, 혼자 갈 수 있어

[미나] 나 애들이랑 해장하고 갈게 집에서 봐

[계나] 응

[미나] 얘들아, 가자, 들어가자

- [미나] 언니, 집에서 봐 - 어, 잘 가

- [남자2] 조심히 들어가세요 - [여자] 네, 또 봬요

- [계나] 응 - [남자2] 들어가세요

- [흘러나오는 리드미컬한 음악] - [시끌벅적한 소리]

[경윤] 자

아, 졸라 오래 걸렸어

[부스럭거리는 소리]

음

음

[탁 놓는 소리]

왜?

너

진짜 잘 먹는다

가끔 이렇게

기름기 좔좔 흐르는 게 땡길 때가 있어

- [탁 놓는 소리] - [경윤] 막

몸이 나빠지는 그런 거 [옅은 웃음]

나는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야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거 한번 찾아보려고

어딘가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있을 거야, 분명히 있어

이건 요즘 내가 드는 생각인데

행복이라는 말 있잖아

왠지 너무

과대평가된 단어 같아

나는 배고프고 춥지만 않으면 정말로 좋다

나한테는 그게 진짜 행복이야

나는

난 공기 좋은 거

공기 깨끗하고

씁, 아, 난 방에 햇볕 좀 잘 들어왔으면 좋겠다

[웃음]

[경윤] 난 그거면 돼

[경윤의 한숨]

나 시험 끝나면은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한번 가 보고 싶어

[경윤의 한숨]

불안한 얼굴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게 몇 년째냐?

답답해 미치겠어

어디 가고 싶은 데는 있어?

난 이렇게

전망 좋은 데, 그니까

탁 트인 데서

그냥 가만히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을 거 같아

좋지

갈 수 있을까?

왜 못 가? 가면 되지

- [경윤] 그치? - 응

씁, 야, 근데 오늘

너 오늘 되게 우호적이네?

너야말로

오늘 지나치게 비장해

[경윤의 웃음]

나 케첩 떨어졌는데 케첩 좀 갖다줘라

[경윤] 알았어, 잠깐 있어 봐

[경윤의 힘주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안내 음성] 공항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계나] 옛날에 추위를 싫어했던 펭귄이 있었어

이름은 파블로

파블로는 따듯한 곳으로 가려고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해

- 그때마다 친구들은 - [계나 모의 웃음]

파블로를 구해 줬지

그리고 파블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

마지막에는 자기 이글루와 집 주변 얼음을 통째로 잘라서

얼음 배를 만들어

언니가 미안해

잘 못 챙겨 줘서

아니야, 언니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언니만 행복하면 돼

알겠지?

잘 갔다 와 [웃음]

[미나] 이리 와

건강하게 잘 갔다 와

[계나] 항해는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배가 점점 녹아서 작은 얼금 조각만 남게 돼

그래도 파블로는 계속 나아가기로 결심했지

파블로는 정처 없이 밤낮을 떠다니다가

결국 하와이처럼 생긴 따듯한 섬에 도착해

그렇게 야자수 사이에 해먹을 치고 누워

음료수를 마시면서 한마디 하지

'다시는 춥지 않을 거예요'

[흘러나오는 영어 안내 음성]

[휴대 전화 벨 소리]

[휴대 전화 조작음]

[영상 통화 연결음]

[재인] 어?

아니, 아직 출발 안 한 거야?

응, 아직

일은 끝났어?

[재인] 어, 이제 막

어, 잠깐만 기다려 봐, 잠깐만

[영어] ♪ 생일 축하합니다 ♪

♪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나의 계나 ♪

♪ 생일 축하합니다 ♪

[한국어] 생일 축하해! [환호]

야, 그거

디저트로 나가는 케이크 아니냐?

그리고 내 생일 다음 주거든?

뭐 해? 빨리 불어

서른이 된 걸 축하합니다! [웃음]

- 그만해라, 응? - [재인의 한숨]

내 생각 나면 언제든지 와 기다리고 있을게

[재인] 건강해

너도

[쪽 입소리]

[재인] 끊을게, 그럼

[영상 통화 종료음]

[흘러나오는 영어 안내 음성]

[부드러운 음악]

[계속되는 부드러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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