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Wedding.Impossible.S01.E05.WEB-DL.1080p.H264.AAC

그때 깨달았어

너한테 최선은

스스로를 가장 초라하고

비겁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여긴 그대로네

5년이나 지났는데도

- 정대현
- 너 유명해졌더라

기사 봤어

만나는 여자친구도 있던데?

- 대현아
- 근데 그 여자는 알아?

자기가 껍데기뿐인 가짜랑 만나고 있는 거?

나 결혼해

나 이제 와서 그때 일 너한테 변명하고 싶은 생각 없어

이렇게 찾아오지도 말고

이런 거 고쳐주지도 말고

너도 네 행복만 생각하면서 살라고

나 여기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

나는 대체 뭐를 하고 싶어서
다 끝난 사람을 찾아가는 걸까?

근데 이제 알 것 같다

이도한

난 아무래도

너한테 상처를 주고 싶은 거 같아

그래서 한번 해 보려고

내 행복만 생각하면서

이거 고장 나면은 또 내 생각날 거야

그때 또 연락해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아, 미치겠네

이지한 씨

이지한 씨

아, 정신 좀 차려봐요, 진짜!

나아정 씨 똑바로 좀 서죠?

술 취했습니까?

저한테 기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그럼 그렇지, 내가 웬일로 흑기사 짓을 해 주나 했네

나 이렇게 고생시킬 거면

거기서 이 손을 왜 들이밀어요? 이 손을!

아까 좋다고 잡을 때는 언제고

저 아까 욕먹을 때 싫다고 화냈잖아요

이지한 씨

우리 집이 여기서 도보로 20분

따릉이로 5분 컷이거든요

내가 진작에 집에 가서 발 닦고 이 닦고

누워 있을 수 있는 시간에

여기서 지금 이지한 씨 때문에 도 닦고 있어야겠어요?

이거 태평양 아닙니다

내 어깨예요, 어깨!

근데 지금 너무 넓어서 놀란 거죠?

그래서 안 기대려는 거죠?

- 저 다 알아요
- 아, 진짜

진짜

왜요? 내 어깨 싫어요?

그러면

아까 도보 20분?

- 안 놔?
- 따릉이 5분 컷이라 했죠?

그럼 나는 3분 안에 가는 걸로

놔!

놔! 진짜

야, 놔, 놔, 이거 놔

이거 놔

어?

이지한 씨

이지한 씨 정신 좀 차려봐요!

이지한 씨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10분 뒤에 배 뜬대, 빨리 타자

형

아, 나 아무래도 서울 가봐야 될 것 같은데?

우리 지한 님이 내 연락을 씹은 적이

1시간 이상이 넘은 적이 없어

하물며 나 쉬는 날에도 밤낮에도 연락해서

나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그 사람이

근데 봐 무려 12시간이나 연락이 안 된다?

이게, 이게 말이 돼?

택, 너 이거 병이야

주말이잖아, 늦잠이라도 자나 보지!

'늦잠'

어떡해

이거 죽은 거 아님 어디 납치된 거야, 이거

다 마셨으니까

이제 이 사람 가도 되지?

누가 나쁘게 말하면 열 받을 만큼은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나아정 씨가요

좋긴 개뿔

발

너 왜 그 여자한테 간 거야, 응?

손?

너 왜 내밀었어?

정신머리

너 왜 그 여자를 계속 신경 쓰는 건데?

당근?

맞죠? 내 매트 사간 삼촌

너 뭐야?

조지오요

이거 제가 아끼는 건데

삼촌한테 팔게요, 5,000원에

여기 어디야?

우리 이모 방인데요

그러니까 내가 왜 너희 이모 방에 있는 거냐고?

어제 우리 이모가 삼촌 업고 왔어요

우리 이모 힘 엄청 세요

이 구질구질한 티는 뭐야?

설마 나 토한 거야?

그런 거야?

엄마가 꿀물 타준 거 삼촌이 마시다 뱉었대요

단 거 싫다고

오케이

내가 그거 살게

정말요?

대신 밖에 이모가 있는지 좀 봐 줘

이모 몰래 나가게 해 주면

이 돈, 다 지오 거야

네

이모 지금 밖에 없어요

오케이

제 말 맞죠?

이모 없죠?

이모만 없으면 어떡하니?

아이고, 아이고, 그래요

일어났어요?

얼른 씻고 밥 먹어요

대충 차려보긴 했는데 어떻게...

사돈총각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

잘 먹겠습니다만 사돈총각은 아닙니다

네?

따님과 제 형이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까요

아, 그렇지

그 결혼도 안 한 예비 사돈집에

술이 꼭지까지 차서 업혀 온 게 누군데

어우, 짜

이봐요!

아니, 저기!

우리 다 일이 있어서 나가야 되니까

편하게 들고 가요

저희 일이 있었습니까?

어, 어, 어, 그래, 저기

- 아, 진짜?
- 여보?

- 아들
- 지오야

- 이리 와
- 나는 왜?

- 어?
- 나가, 나가서 얘기해, 어

아, 아이...

있긴 뭐가 있어

당신 말 한마디 때문에 이게 뭐야

우리가 왜 우리 집에서 쫓겨나야 되냐고?

아니, 나도 당황해서 그랬지

그나저나 여보, 요즘 내 음식이 짜?

아유, 국에다 그 소금을 좀 덜 넣을 걸 그랬나 보다

아유, 됐어 그러면 또 싱겁다 그랬을걸?

그 인간은 국이 아니라 그냥
우리 집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나는 그 삼촌 좋던데

그 왜 저번에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돈 바르고 나타나서

설명도 없이 언니 막 끌고 갔잖아

근데 여기서 포인트는

그 천하의 나아정이

찍소리도 안 하고 고분고분 그 차에 올라타더라고

- 아정이가?
- 아, 찍소리도 안 했다고, 걔가?

어!

언니 걔가

지금 재벌 집으로 시집간다고 기가 많이 죽은 거 같아

그 예비 시동생 놈이 은근 이
결혼의 복병일 거 같지 않아?

지도 시댁 식구랍시고

식장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 언니 시집살이 시키는 거 같아

- 그렇지?
- 응

아니, 애는 멀끔하게 생겼던데

성격은 지 형이랑 영 딴판인가 보네?

장모님

자고로 사람을 거를 때는

이 관상이 아니라 안광을 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근데 그 사돈총각은

안광이 별로예요

가뜩이나 눈도 큰데

너무 이글거려

제비도 은혜를 알고 박씨를 물어왔고

까치도 은혜를 알고 자기 목숨을 바쳤는데

왜 인간 이지한 씨만 은혜를 모르고 적반하장이지?

그러는 나아정 씨야말로 지금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지금 이거

엄연한 납치입니다

눈 뜨자마자 꼬맹이 사기에 꽃무늬 이불에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112에 신고하려다가

따뜻한 밥 한술 먹고 진짜 마음 바꾼 줄이나 알아요

어제 일 기억 안 나요?

안 나네

어깨는 태평양이라더니 그 기억력은 간장 종지이신가 봐

어제 일 뭐요?

내가 그쪽 호텔에서 데리고 나왔고

사과했고, 끝! 아닌가?

내 이럴까 봐 다 기록해놨지

오리발 방지 증거 1호

제출하겠습니다

나와, 이제

나와, 너 차 아니야, 어?

다시 입력하세요

아이씨, 야

너 나 무시하냐?

좋은 말할 때 열어라

다시 입력하세요

야, 클럽이야, 클럽

삐뽀삐뽀

지오야, 이모 좀 찍어줘

뭐야, 당근?

- 엄마!
- 아니...

- 아, 좀 받아 봐
- 아이고, 야

아이고, 여기서 이거 왜 이래 이거? 뭐야? 이거

- 아이고, 여보
- 장인어른, 문 좀...

아이고!

나 안 먹어, 단 거 싫어!

아유, 이게 옷 갈아입혀야겠다, 얘

어떡해, 이거 비싼 옷인 텐데, 아휴!

- 엄마
- 야! 야! 야!

너 그만 찍고 빨리 와서 닦아

아, 네 시동생이지 내 시동생이냐?

이것도 불편해 이거 안 할래!

이거 안 해!

미쳤나 봐!

어떻게 집 나간 양심은 좀 돌아오는 거 같나?

이게 뭐야?

내놔

내놓으라고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호텔 길바닥에 그냥 뻗어 있었겠지

춥고 쪽팔리고

아주 망신살 제대로 뻗쳤을걸?

어디까지? 할아버님 귀까지

이 수모를 당할 바엔 차라리 객사를 당하는 게 낫지

이 협박범아

협박은 이지한 씨 전공이고 내가 하고 있는 건 협상

지워줄게요

대신 인정해요

뭘요?

'내 마음은 이지한 씨한테도 다른
사람한테도 넘어갈 일 없다는 거'

부산 끌려가

선 자리 끌려가

난 여태까지 이지한 씨한테 충분히 협조했어요

이제 그쪽 차례

못하겠다면 어쩔 건데?

싫으면 하는 수 없지

증거도 많겠다, 여태까지 모든 일들

다 도한이한테 꼬바르는 수밖에

꼰질러?

못할걸?

내가 그 증거 다 없앨 거니까

내가 좋아졌다면서요?

누가 나쁘게 말하면 열 받을 만큼요

좋아진 김에 그냥 나랑 도한이
사이 좀 인정해주면 안 돼요?

그럼 나도 이지한 씨가 조금 좋아질 것 같은데

핸드폰 줘 봐

어?

왜? 어?

핸드폰도 멀쩡하고

사람도 멀쩡한데

도대체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너 알지?

나 입이 하나여도 할 말은 열 개인 사람인 거

근데 오늘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계속해

혼날게

아니, 구청 문 다 닫을 때까지 연락 한 통 안 되다가

갑자기 왜 부재중은 수십 통이나 남긴 건데?

그래놓고 다시 건 전화는 왜 또 안 받고?

미안해

너는 연락도 안 되지 작업실은 그 모양 그 꼴이지

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근데 작업실은 왜?

뭐 무슨 일 있었어?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으니까 잠깐 들어가서 얘기하자

어?

여기서 얘기해

여기서 얘기해

할 말 있으면 전화로 할 것이지

찾아오길 왜 찾아와? 아침부터

- 아정아
- 응?

나 너랑 장난하려고 결혼하자는 거 아니야

알지

너 어제처럼 연락 안 되고 그러면

이것도 엄연히 계약...

뭐야, 왜 저래?

우리 형 말도 못 하게 왜 입을 막고 난리야?

알아

그만해, 이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별일 없었다는 거지?

응

다행이다, 그럼

- 작업실에 누가 드나드는 거 같아
- 어?

비행기 티켓을 다 찢어놨더라고

우리 당분간 진짜 조심해야 될 것 같아

야, 너 신고는? 했어?

일 키우기 싫어

야, 그래도 이런 거는 신고를 해야지

넌 무슨 애가 진짜!

비행기 티켓은 뽑으면 그만이야

우리도 뉴욕으로 뜨면 그만이고

뉴, 뉴욕?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최대한 조용히 있어야 할아버지한테도 지한이한테도 안 들키지

- 어
- 다른 것도 아니고

구청에 혼인신고 하러 오다가 너한테 무슨 일 생겼을까 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뉴욕으로 뜨는 건 뭐야?

혼인신고는 또 뭐고?

너 뭐야?

죄송해요

오빠가 아직 좀 어려요

그날 할아버지께서 혼내신 게

마냥 섭섭했나 봐요

됐어, 네가 대신 사과할 거 없어

그동안 민웅이 사고 치면 네가 다 수습하고 다닌 거

나 알고 있어, 그만해도 돼

알고 계셨어요?

근데도 왜 이도한이라고 하신 거예요, 계속?

할아버지

저 한번 믿어보실 생각 없으세요?

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저 오빠랑은 달라요 아버지랑은 뜻이 다르고

제가 살면서 할아버지 실망시켜 드린 거 있으면 고칠게요

그게 뭐든 전부 다

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네

그럼 그 방금 말한 배포로 말이야

도한이 그놈 좀 도와줘

내가 너한테 실망한 게 있다면 말이야

단 하나야

네가 그놈들을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

걔들은 제가 인정할 수 없는 딱 하나니까요

그리고

저는 여태까지 할아버지도 저랑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믿는다

네가 자신 있다고 한 말

천천히 먹고 와

야, 내가 너보다는 잘 친다, 그래도

웃기네

어?

저거 장산홈쇼핑 한 이사랑

태양물산 윤 대표 아니야?

그러게

- 같은 걸로 주세요
- 둘이 무슨 일이지?

부르면 나오시는 분인 줄 몰랐네

그럼 어제 본인이 직접 좀 나와 주시지 그랬어요?

대타 말고

전 주말엔 제 비서 일 안 시켜요

근데 한영훈 이사님께서 시켰더라고요

- 새벽부터
- 아, 그래요, 죄송해라

근데 내가 새벽에 들었거든요

우리 쪽 인수합병 건 태양이 가로챈 거

아, 빠르신 줄 알았더니 늦으셨던 거구나?

주중에 끝낸 일을 주말에 들으신 걸 보면

LJ 이도한이랑 결혼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혹시 뭐, 혼수라도 준비하려고 그러시나?

한 이사님 왜 이러세요?

제가 혼수해 갈 레벨은 아니죠

그게 뭐 파다하다는 소문의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뭐, 자발적으로 준비 중인 선물이라면 또 모를까

'다른 사람'?

선물?

윤채원이 누구한테?

도한 도련님 볼 때는요

그 여자 눈이 동태 눈깔이었다니까

그러면 멜로 눈깔로 볼 상대가 둘 중에 누구겠냐, 이거야

이...

대박!

야, 최 전무 괜찮아?

- 야! 너!
- 야

부르면 나오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 했죠?

맞아요 부른다고 나온 거 아니에요, 저

이쪽도 궁금해서요

누구예요?

어제 여기서 지한이 소개로

내 대신 그쪽이랑 선본 여자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큰일 났어

어머, 어머

자기, 자기 바지가 왜 그래?

아이, 뭐 밖에서 실수라도 한 거야, 뭐야?

아무래도 자기 말이 맞는 것 같아

윤채원이 좋아하는 거 이도한이 아니라

이지한 그 자식이 맞는 거 같다고

나아정이요?

어디 뭐, 단역배우라는데

이지한이 얘기 안 합디까?

나아정

어머, 어머 그게 나아정 씨라고?

어

지한 도련님도 진짜 대단하시다

아니, 어떻게 자기 형수 될 사람을

선 자리에 내보낼 수가 있지?

미친 거 아니야?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빨리 얘기해 봐

자기야, 지금 이렇게 재밌어 할 때가 아니라고

그 야망 덩어리 자식이 어떻게든 나아정 떨궈내고

윤채원이랑 지 형 이어주려는 거잖아

아직 윤채원이 지 좋아하는 건 모르는 눈치이긴 한데

아, 그거 알게 되면

걔는 태양이라는 인당수에 기꺼이 제 몸 던질 거고

그 둘이 이어지면 우린...

우린 진짜 끝이라고

- 그러네?
- 아, 씨

아, 근데 지한 도련님 여자 있잖아

그때 그 부산 LJ호텔에서

당신 직원이 직접 봤다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지한한테 여자가 있다니?

어?

아가씨가 여기는 웬일이세요?

아가씨 딴 주머니 찬 거 아니었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선 자리 내보냈다는 건 또 뭐고

대답부터 먼저 해요, 언니

아니

여기 내 집이에요 여기 내 집에서는 내 말이 먼저야

뭐, 그게 싫으시면 뭐

딴 데 가서 알아보든가

여보, 우리 나머지 얘기는

아무도 안 들리게 방문 꼭!
걸어 잠그고 들어가서 얘기할까?

- 응
- 뭔데?

노크하고 와

오케이

세상에서 가장 열 받는 죄가 뭔지 알아?

들킨 죄야

근데 지금 뭘 잘했다고 나를 놓고 가?

너만 열 받아?

나만 들켰어?

그럼 넌?

너는 왜 아정이 집에서 튀어나오는데?

죄질은 형이 더 무겁지

됐고, 빨리 말해

내가 아까 들은 거

다 뭐야, 그거?

너 왜 내가 아정이랑 결혼하려는지 알아?

변명하기 싫어서야

그 누구한테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옮았네

기어코 그 여자한테 뻔뻔함이 옮고야 말았어

그래, 그냥 들킨 김에 다 이야기할게

나, 아정이랑 떠날 거야

안 돼

그 전에 빼도 박도 못 하게 혼인신고도 할 거고

누구 마음대로?

네 허락 같은 거 필요 없어
이미 우리 둘은 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럼 회사는?

- 나는?
- 도대체 그걸 왜 매번 나한테 물어봐!

우리가 부모, 자식 사이도 아니고

난 그냥 너보다 몇 년 일찍 태어난 형제야

나도 내 인생에 모르겠는 일이 수두룩한데

내가 회사랑 네 인생까지 알아야 돼?

야, 이도한

너 그거 알아?

네가 이렇게 기대하고 의지할
때마다 내 숨이 턱턱 막히는 거?

숨통 좀 틔워보겠다는데 그렇게 해 주는 게 아정이라는데!

네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걔를 반대해?

나한테 이 정도 자격도 없는 거야?

나 형 동생인데?

나도 더 이상 안 물어볼게

네가 대체 왜 그 집에 있었던 건지

아정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대신 진짜 마지막 경고야, 이지한

너 다시는 아정이 건들지 마

건드리면 어쩔 건데?

어쩔 건데?

네 형 안 해

- 뭐?
- 넌 네 뜻 안 따라주는 형이 싫고

난 내 선택 존중 안 해 주는 동생이 싫고

별다른 수 있겠어?

내 형을 안 한다고?

그 여자 남편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내 형을?

그래

아니, 대체 할아버지도 허락하신 마당에

네가 왜 이 난리인 건데?

너 이거 지금 되게 선 넘는 거야, 이지한 알아?

아이고, 맛있겠다

먹자

그래, 너도 이미 들어서 알겠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만나서
'사과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불렀어

그, 너

내 손주며느리 한번 삼아 보겠다고 그렇게 밀어붙이다가

덜컥 그냥 딴 여자하고 결혼을 허락해 버렸으니

내가 참 면목이 없다

제게 이런 말씀하시는 이유 잘 압니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도한이에게 힘이 되어주라는 뜻이시죠?

그렇게 내 뜻을 알아주니까

더 고맙고

회장님께서 저 예쁘게 봐주셨던 것도 알고 있어요

솔직히

아주 조금은 아쉽기도 하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아니야

나 아주 많이 아쉬워

근데 뭐 어쩌겠냐?

그놈 결혼하겠다는 거 내가 뭐 억지로 찢어 말릴 수도 없고

그래서 제안 하나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응

저한테 주세요, 지한이

얘를 어떻게 건드려야

줄줄이 무너뜨릴 수 있을까?

민법 840조 제3호에 따르면 말이지

'배우자뿐만 아니라'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에도'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된다', 너

뭐 부당한 대우가 별거 있어?

'폭언, 폭행, 지나친 간섭 지속적인 괴롭힘'

딱 그 싸가지 예비 시동생이

아정이 너한테 하고 있는 짓들이지

근데 언니는 그런 걸 왜 그렇게 잘 알아요?

나 옛날에 잠깐 출연했잖아

'사랑과 전쟁'

- 아!
- 아무튼 야

나 같아도 당연히 열 받겠다

내 동생이

내가 결혼할 사람 집에서 튀어나오면...

근데 형이 나 몰래 혼인신고하고
도망가려 했다는 걸 알았어도

당연히 열 받겠지?

- 응?
- 아정이 너 지금 누구 편이야?

네 예비 신랑이야? 아니면 네 예비 시동생이야?

언니, 유치하게 편은 무슨

나는 그냥 나 때문에 그 형제
사이 이상해질까 봐, 그게...

신경 쓰여서 이러는 거지

에이, 둘 사이 살벌한 게 뭐 언니 때문인가요?

그래

그냥 무시해

돈 쓰는 건 티 나도

- 이렇게 마음 쓰는 건 티도 안 난다
- 그렇지

걔가 백날 네 결혼에 악플 달아봤자

네가 무플로 응수하면 별수 있어?

기사 한 번 나본 적도 없는데

뭔 놈의 인생이 악플부터 생기냐?

그리고 그 악플러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이렇게 불편한 거지?

씁, 그럼

그 악플러를 선플러로 바꿔보는 건요?

- '선플러'?
- 말 그대로예요

악플러인 예비 시동생이 언니를 좋아하게 만드는 거죠

그 사람 술김이지만 언니가 살짝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면서요?

종희야, 내가 누누이 말했지?

이 술김에 하는 헛소리는

새겨듣는 게 아니라니까

아니, 막말로 헛소리라 쳐도

그쪽에서 틈을 보였으면 파고 들어가야죠

언니 그런 거 전문이잖아요

우리 촬영장에서 그 싸가지 없는 FD 비위 맞춰가면서

원하는 거 다 얻어낸 사람 언니밖에 더 있었어요?

자기 형한테는 끔찍한 사람이라면서?

언니도 그 마음에만 들면

언니 결혼에 좋은 댓글만 써주지 않겠어요?

너 그거 알아?

네가 이렇게 기대하고 의지할
때마다 내 숨이 턱턱 막히는 거?

숨통 좀 틔워보겠다는데 그렇게 해 주는 게 아정이라는데!

지한 님?

저번 회의 때 공유했던 명주시 복합쇼핑몰 자료 갖고 있죠?

그거 은 팀장님이 찾으세요

네

벌써 오늘 하루만 24번째 한숨이에요

맹물 커피 사건도 그렇고 무한 복사 사건도 그렇고

진짜 지한 님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에요?

가만있어 봐요!

어디 묶여서 끌려가거나 감금당하고 그러신 겁니까?

아님

머리라도 다치신 겁니까? 어?

아니다

넘어졌는데 잘못 찧어서

기절이라도 하신 건가, 어?

차라리 그편이 나았을 것 같네요

껍데기 다치는 게

마음을 다치는 것보다는 덜 아플 테니까

그게 다 아니면 왜 주말 내내 연락이 안 되는 건데, 왜!

이게 다 은택 님 때문입니다

그 망령처럼 제 귀를 졸졸 따라다니는

그 은택 님의 쓸데없는 말 때문이라고요!

제가 한 말 어떤 말이요?

애초에

나아정 씨를 꼬시겠다고 한눈판 게 제 실수였어요

제가 열심히 삽질할 동안요

형은 그 여자를 데리고 뉴욕으로 튈 생각이었다고요

무려 혼인신고까지 하면서

어...

형님 뉴욕으로 튀시면 안 되는데

혼인신고는 더 안 되고요

그걸 누가 몰라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저희 명주시 복합쇼핑몰 사업

곧 재개될 것 같습니다

뭐요?

뭐가 재개돼?

김 비서님 말씀에 의하면

며칠 전에 회장님께서 윤 대표랑

단둘이서 식사도 가지셨다고 합니다

보아하니

형님 마음이 움직일 것 같지 않으니까
윤 대표가 직접 움직인 것 같은데

근데 이 판국에 형님께서 결혼해서 도망치시면?

명주시 복합쇼핑몰도 망하고

윤 대표랑 이도한도 망하겠네

아

주변에 가게나 방범용
CCTV가 몇 개 있긴 한데, 이게...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직접 열람할 수가 없어서요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럼 직접 열람이 가능하거든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네

보안장치도 설치했으니까 이제 별일 없겠죠

아, 이게, 그래도 이게...

나중에 큰일로 번질 수도 있는데

그거 말고 김 비서님

제가 따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요?

예

말씀하신 시기쯤...

길일로 다섯 날 정도 잡았습니다

시간은 전부 오시가 좋습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 어

아, 이 중에서 잘 골라봐

네

말씀하신 하객 리스트는

비서팀에서 곧 마무리 짓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 그래
- 저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회장님

뭔데?

아마 기사를 끝까지 막아보기는 하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나아정 씨 보도자료 준비 끝마쳤거든요

근데 도한 군이

그 내용 전부 바꾸고 싶어 하는 눈치입니다

전부?

아니, 왜?

아니, 바꿀 게 뭐가 있어?

그 아가씨에 대해서 그냥 있는 대로 쓰는 거 아니야?

예, 그대로 썼습니다

그런데 왜?

그게 좀 마음에 안 드나 봐요

만약 나아정 씨에 대한 정보가 불가피하게 노출되어야 한다면

그분이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사람들이

나아정 씨 존재에 대해 쉽게 유추해내지는 못하도록 이요

그래야 그분이 여기저기서 헐뜯기는 걸

최대한 피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나아정 씨가 아무래도 일반인이다 보니

노출될 때를 생각하면 걱정이 많은가 봅니다

어, 오랜만이다

뭐 나야 별일 없지

아, 그...

혹시 너 아직 대현이랑 연락하나?

같이 좀 들어갈게요

네?

아주 별걸 다 해 먹고 사네

이러다 LJ 망하는 거 아니야?

이런 인간을 모범사원으로 뽑고

나는 진짜 조용히 결혼만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모범 시동생만 해 주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아, 안녕하세요?

여기 혹시 이지한 씨 계시지 않나요?

지한 님 지금 백화점으로 외근 나가셨는데...

아, 그렇군요

그러면 제가 그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겠네요?

- 네
- 음, 감사합니다

- 애인인가?
- 에이, 그럴 리가요

우리 지한 님이랑 전혀 안 어울리는구먼

아, 이지한 씨는 왜

이렇게 우리 집에다가 옷을 이렇게 벗어놓고 갔냐?

귀찮고 번거롭게 진짜

맞네, 맞아

옷까지 벗어두고 가는 사이면 끝난 거지, 뭐

너 나한테 되게 미안하구나?

뭐야, 이 정적

웃지 마

안 그래도 미안한데

그렇게 성격 좋게 나오면 더 미안하니까

뭐가 미안한데?

식사 자리 박차고 나간 거?

아님 호텔 앞에서 기다리라고 해놓고 안 온 거?

아니

아무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거

우리 명주시 복합쇼핑몰

윤 대표가 재개에 힘써 주고 있다는 소리 들었어

직접 움직여주고 있다는 건 몰랐네

애먼 곳에서 삽질이나 하느라고 진짜, 쯧

나아정 씨라며?

내 선 자리 대신 나간 여자

- 들었어?
- 호텔 앞에서 우연히 봤어

두 사람 같이 있는 거

씁, 뭐야?

사이 안 좋다 그러지 않았어?

꽤 친해 보이던데?

친해 보였다고?

- 내가 그 여자랑?
- 어

솔직히 좀 질투 나더라

나랑만 웃는 이지한인 줄 알았는데

나아정 씨랑도 웃을 줄은 몰랐거든

웃었다고?

- 내가 그 여자랑?
- 어

그래서 나 나아정 씨 뒷조사도 했잖아

되게 궁금해져서

되게 없어 보이게

질투할 필요 없어

궁금해할 필요도 없고

그 여자 하나 때문에 윤 대표가
없어 보일 필요 없다는 소리 하는 거야

그런 여자가 어떤 여자인데?

글쎄...

'상습 협박범에'

'뻔뻔하고 강압적인 여자'?

협박은 이지한 씨 전공이고 내가 하고 있는 건 협상이에요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밥이나 술을 얻어먹으면'

'괜찮다고 넘어갈 만큼 자존심도 없는 여자'

나랑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써요

나 오늘 맛있는 밥 얻어먹고 비싼 술 얻어 마셨어요

손해가 없다고

근데 이지한 씨는 아니잖아요

지금 혹시

나 대신 화내주는 겁니까?

근데 또 쓸데없는 거엔 자존심을 부려요

사람 참 일관성이 없어

네가 뭔데 이런 추잡한 후회를 하게 만들어!

네가 진짜 못돼 처먹은 이유는

네가 아니라 내 자신을 싫게 만든 거라고

알아?

아무튼

좋게 볼래야 단 하나도 좋게
볼 수 없는 여자야, 그 여자는

누가 나쁘게 말하면 열 받을 만큼은

누가 나쁘게 말하면 춤이라도 출 수 있을 만큼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나아정 씨가요

싫어, 그 여자가

그러니까 그 여자 신경 쓰지 말고

윤 대표는 쭉 직진만 해

그래서 윤 대표가 뜻하는 바를 꼭 이뤄

하나 더 추가하지 그래요?

'지금 이 시간 이후 다시는 말 섞을 일 없는 여자'

뭐야?

당신 스토커야?

왜 여기까지 쫓아와서 남의 말을 엿들어?

왜?

입 닫고 두 사람 인정해 달라고 협박하는 겁니까?

아니면

뭐, 자존심 상했다고 시위라도 하는 건가?

나는 진짜 이지한 씨한테 악역인가 보네요

축복할 일도 협박이고 사과할 일도 시위인 걸 보면

근데 고마워요

잠깐 내 배역 때문에 혼란스러웠는데

방금 막 가닥이 잡혔어요

어차피 악역 취급받을 거면

진짜 제대로 한번 해 보려고요

이해받지도 못할 상대한테

친절 베푸는 성격 아니거든요

바라던 바예요

그 제대로가 나아정 씨의 본모습이라면요

솔직하게 해요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고

뭘 헷갈렸는데요?

이지한 씨 경로 이탈한 적 한 번도 없었잖아요

한결같이 나 싫어하고 미워했잖아

그럼 가던 길 쭉 가요

그래야 나도 이지한 씨한테 악역 하기 편하니까

야!

뭐 '좋게 볼래야 단 하나도 좋게 볼 수가 없어'?

좋네!

나도 너한테 잘 보일 생각 없거든?

그리고 너 몇 살일까?

어디 딱 봐도 나이도 어린 게

싸가지 없이 반말, 존댓말 짬뽕 질이야?

진짜, 적당히 까불어라, 어?

넌 도한이 동생만 아니었으면

오늘 나한테 죽었어

아, 뭐 어쩔 건데?

뭐 어쩔 건데?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진짜

그리고 당신만 나 봐주고 있는 거 아니야!

나도 당신 봐주고 있어

내가 얼마나 많이 봐주고 있는데 진짜, 씨

테리 왜 그래?

배 안 고파?

산책 갈까?

뭐야?

밥 달라는 거야? 산책을 가자는 거야?

씁!

짖어도 소용없어

확실하게 노선 정해서 그 길만 쭉 탈 거라고

그러니까 너도 확실하게 해

밥이야, 산책이야?

네가 봐도 내가 악역 같니?

내 형도 나아정 편

내 개도 나아정 편

나아정은 좋겠다, 아주

그래서

저를 왜 그렇게 만나자고 하신 겁니까?

최승아 상무님

제 동생이 만나는 여자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 줬으면 해요

동생이 둘이잖아요

둘 중에 누구요?

이도한? 아니면 이지한?

이도한이요

근데

제 생각에는 이지한이랑도 뭔가가 있는 여자 같아서요

이전에 기사를 잘못 쓰셨더라고요

이도한이랑 결혼하는 여자가

태양그룹의 윤채원이 아니에요

이 여자지

이름은 나아정

강 기자님

그 여자랑 제 동생 둘

잘 한번 엮어줄 수 있겠어요?

잘만 엮어주면 우리 둘한테 아주 큰 선물이 될 것 같은데

최근 서울 강현동 재건축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고점에 근접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토지 거래 허가 구역에 지정된 뒤 거래가 침체됐다가

지난해 말 초고가 아파트 규제 완화와

올해 재건축 안전 진단 무더기 통과로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난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전용 115제곱미터 형은

지난달에 25억 원에 팔렸습니다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음

아, 그, 혹시 날짜가 어떻게 돼요?

아...

진짜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한데 제가 그날...

다른 일이 있어 가지고

알죠, 너무 좋은 기회인 거

네

죄송합니다

네, 죄송합니다

뭔데 그렇게 죄송한 전화야?

주말에 오디션 보러 오래

야, 나아정

너 지금 오디션 거절한 거야?

전에는 맹장 수술하고도 3시간 만에 오디션을 보러 가더니

아...

이제 재벌 집 막내 사모 된다 이거냐?

오우, 사모님

너 진짜 그런 거야?

아님 왜?

너 그 집에서 연기하지 말래?

아, 그런 거 아니야!

그날은 안 돼

내가 다른 곳에 가서 해야 할 연기가 있거든

아니, 주말, 주말 노래를 부르더니

- 쟤가...
- 때마침 사돈댁이라...

최민웅 LJ호텔 전무와

최승아 LJ백화점 상무가

오늘 오전 각각 사회봉사활동에 나섰습니다

모친인 고 현수현 사장의 기일이 다가오자

추도식을 대신해서

이 같은 행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송인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많이 기다렸어?

그럼 다행이고, 가자

지금이라도 불편할 것 같으면 이야기해

아니야, 나 안 불편해

나도 언제 한번 어머님한테 인사드리고 싶었어

가자

그 엄마한테는

다음번에 둘이 조용히 다녀와도 되니까

괜찮아

사지 끌려갑니까?

신파 그만 찍고 빨리 타요

괜찮아

왜?

이것도 경고야?

야, 무슨 무서워서 말을 못 하겠다

형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우리 집안일에 이 여자분이 참석하는 거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고

아직 결혼하지도 않았으면서

야, 도한아

네 동생은 왜 그렇게 틈만 나면 꼬라지를 부릴까?

사람 정떨어지게

형, 내가 언제 저 여자분이랑 정 붙은 적 있었나?

난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떨어질 걱정부터 한다

- 이지한
- 뭐?

또 경고야?

선은 저 여자분이 넘었는데 이번에도 나지?

아, 뭐 심판을 자를 수도 없고 진짜

편파 판정이 이렇게 심해서야 뭐

경기가 제대로 굴러나 가겠냐고

그만해

아니야, 말리지 마

어디 한번 계속 한번 해 보라 해

차라리 앞에서 까이는 게 낫지

뒤에서 비열하고 치졸하게 까이는 것보다

뭐, 비열? 치졸?

도한아, 넌 살면서 들어본 말
중 가장 기분 나빴던 말이 뭐야?

아정아

난 누가 나쁘게 말하면

춤이라도 출 수 있을 만큼 내가 싫다는 말이었어

참, 일관성은 누가 없는지 몰라

언제는 누가 나쁘게 말하면 열 받을 만큼은

내가 좋다더니

그냥 조용히 갑시다

어머니 만나러 가는 길까지

그쪽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으니까

아휴, 난 이제 모르겠다

싸우는 중인 건지 친해지는 중인 건지

할아버지

어, 딱 맞춰 왔네

채원아

네가 여기 어쩐 일이야?

내가 불렀어, 내 손님이야

아, 뭐 해? 안 들어가?

아정 씨

이리 잠깐만

인사해라

네 며느리 될 사람이야

도한이 많이 좋아해 주는 거 같아서

내가 대신 허락했어

인사받아라

예

기자가 찾아왔었나 봐요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재벌가 고명딸의 진실이 궁금했던 거죠

아마 지한 님은

아무것도 몰랐을 거예요

자기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안녕, 꼬마야?

누구세요?

너희 어머니 현수현이지?

우리 엄마 아세요?

그럼

아저씨 엄마 친구야

야, 비가 많이 온다

집에 가자, 응?

고작 8살 먹은 애가 뭘 알았겠어요?

자기 엄마 친구라는데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데

신나서 알겠다 했대요

그날 비가 많이 왔었거든요

그 기자 피하다가

그대로 사고가 난 거죠

회장님 말씀으로는

아직도 모르시겠대요

본인이 왜 그런 선택을 하셨었는지

수현아, 수현아!

수현아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까지 그 선택을

후회하고 계신다는 거죠

할아버님께도 그랬겠지만

이지한 씨한테도 너무 가혹한 사고네요

그래서 지한 님은

아직까지 비 오는 날을 가장 싫어한답니다

떠오르나 봐요, 그날 기억이

사람을 왜 저렇게 눅눅하게 봐?

곰팡이 쓸게

할아버지

- 어
- 그 얘기 들으셨어요?

뭐?

그, 저희 명주시 신규 복합쇼핑몰 사업

그, 윤 대표가 재개에 힘써주고 있다는 거

그러고 보면 역시 힘 중의 힘은

능력인 거 같아요

폭력이 아니라

지한아, 고마운데

여기까지 와서 일 얘기 안 해도 돼

아니야, 내 들었어

그, 일전에 나랑 했던 약속이
이렇게 빨리 들어줄 줄은 몰랐네

고맙다

약속?

너 뭐, 할아버지랑 약속했어?

뭔데?

자, 그럼 이제

내가 약속한 걸 줄 차례잖아

그래서 오늘 같이 오자고 한 거야

명주시 사업 걸고 한 약속이면

뭔가 되게 큰 걸 달라 했나 보다

윤 대표

그게 뭐가 됐든 금방 가질 수 있을 거야

우리 할아버지는 약속하시면 꼭 지키시는 분이거든

할아버지

혹시 동영상 하나 안 보실래요?

동영상?

네

사실은 제가 아까 할아버지랑 도한이랑

내려오시는 뒷모습을 저도 모르게 찍어놨거든요

아, 그래?

제가 이렇게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은 영상으로
기록해 두는 습관이 있어서요

어

좋다

- 이게 마지막 사진이고요
- 어

이렇게 왼쪽으로 넘기시면서 보시면 돼요

역순으로

어...

이거 나한테 한 장 보내줘

네

이런 재주가 있었네

회장님

차 대기시켜뒀습니다

그래, 가자고

아, 다음에 또 재미있는 거 찍으면

그때도 좀 보여줄 수 있겠어?

아, 당연하죠

제 핸드폰에 이 영상들 말고 더 재미있는 거 많이 있어요

가자

내가 그 영상 남한테 보여주면 끝이랬죠?

입 다물어요

지금이라도 뿌리기 전에

아!

지한아

너, 내 차로 올라가자

채원이랑 같이

저요?

왜, 싫어?

아니요, 뭐 그런 건 아닌데

그, 내가 생각을 해 보니까

지한이랑

따로 시간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같이 올라가다가 뭐, 저녁도 먹고

할 얘기도 좀 있고

괜찮지, 채원이도?

네

넌 싫어?

좋습니다, 저녁

됐어, 그럼, 가자

역시, 맞죠?

이거 회장님 차

아, 손주분이랑 추모 오셨구나

보기가 좋으십니다, 어?

윤채원 대표님도 계시네?

제가 저번에 찍은 사진 어떻게 마음에 드셨어요?

그만하시죠

자네가 여기에 무슨 일이야?

겸사겸사요

현수현 씨 기일이잖아요, 추모도 하고

혹시나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면

기삿거리도 좀 찾고

다들 이 셋째 손주분에 대해서 쓰고 싶어 하는데

아는 게 없어서 난리거든요

아, 맞아, 이거, 이거, 이거

씁, 이게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비만 오면 이게, 이게 막 쑤시는데

전처럼 취재도 못 하겠더라고

아, 그렇지?

야, 너는 안 그래?

그때 다친 곳은, 어?

네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서 이렇게 행패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서!

이놈의 새끼야!

할아버지, 할아버지

놔!

제가 오면 안 될 곳도 아니잖아요

저도 그 사건 피해자인데

그러니까 전화 받으세요!

자꾸 피하시면 제가 회장님
있는 곳으로 올 수밖에 없잖아요!

아정아

아, 근데, 그...

그쪽은 저, 누구?

지한아, 아정이 좀 부탁해

괜찮으니까

그만 보고 운전에 집중해요

안 괜찮구나?

원래 괜찮다고 말하면 안 괜찮은 거거든요

- 뭐 합니까? 속도 낮춰요
- 경로를 재 탐색합니다

뒤에 차 따라오는 거 안 보여요?

속도 낮추면 잡혀요

아니, 근데 이쪽 길 아니잖아요

어디 가는 겁니까, 지금?

길은 운전하는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이지한 씨가 할 일은

- 그 손잡이나 꽉 잡고 있어요
-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나아정 씨

나아정 씨, 멈춰요!

멈춰, 제발!

아, 예 저 강익준 기자입니다

아, 예

그 일전에 제안하신 거

그거 받아들이겠습니다

한번 간만 보려고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아...

그 형제들이랑

나아정이라는 아가씨

아, 왜요?

다 내 덕분에 아까 그 기자 다 따돌린 줄 아세요

아니었으면 모르긴 몰라도

2차전 갔을걸?

2차전은 내가 그쪽이랑 했지

내가 머리를 얼마나 많이 부딪힌 줄 압니까?

이제 됐죠?

방금 뭐 한 겁니까?

뭐긴 뭐예요?

응석 받아준 거지

그러니까 왜?

평소 같았으면 그 입으로 나를 두들겨 패고도 남았을 텐데

이지한 씨 아까 상처받았잖아요

할아버님이

이렇게 해서

나까지 화내서

짓밟고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요 이지한 씨 마음

알지도 못하는 일에

그럴싸한 위로하고 싶지도 않고요

섣불리 나서서 끼어들고 싶지도 않아요

대신 이렇게 다 들어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지한 씨의 투정과 응석...

뭐 그런 것들?

그러니까 나한테 다 말해요

내가 다 듣고 싹 다 잊어줄게요

내가 말한 적 있나? 나 그런 거 잘한다고

음...

속은 좀 괜찮아요?

뭐 물이라도 한잔 더 달라고 할까요?

물은 됐고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죠

그날 백화점에 왜 온 겁니까?

내가 나아정 씨 욕하는 거
엿듣자고 온 건 아닐 거 아니에요?

놀랍네요

그걸 아는 사람이 지금까지 미안하단 소리를 안 하는 게

이지한 씨 마음에 들어보려고 간 거예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자기 형한테는 끔찍한 이지한 씨니까'

'그 마음에만 들면 이 결혼에 호의적이지 않겠냐'고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참 잘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나아정 씨는

전에도 말했지만, 나아정 씨 보면
사람이 참 야무진 것 같다니까요?

말 안 했던 건 미안해요

뉴욕도 혼인신고도

어쩌면 이지한 씨 말처럼

난 도한이한테 완벽한 짝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나랑 함께라면 원치 않는 인생 살면서

허덕일 일은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해야 하는 결혼이라면

나도 축복만 받으면서 하고 싶죠

그쪽 마음에 들어가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지켜봐 주면 안 되나?

내가 진짜 잘할게요, 도한이한테

좀 어떠셔?

이제 막 잠드셨어

나오지 마, 나 알아서 갈게

지한이랑 관련된 거지?

할아버지랑 했다던 약속

야, 전에 했던 질문 한 번만 다시 물어보자

윤채원, 너 지한이 좋아해?

할아버지가 너한테 주겠다고 한 거

그거 이지한이야?

너 진짜...

내 동생 두고 거래했어? 우리 할아버지랑?

응, 했어

왜? 그럼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지한이가 모르잖아

적어도 그런 건 걔 생각을 물어본 다음에 결정해야지

도한아

너 지금 되게 모순적인 거 알고 그런 말 하는 거지?

지한이 의견 묻지도 않고 뭔가를 결정하는 건

네가 제일 잘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지 마

천천히 말할 거야

지한이 상처받는 건 나도 싫으니까

나한테도 걔 소중해

만약 지한이가 싫다고 하면?

내가 지한이 첫사랑이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지한이 이상형, 쭉 나였던 거

너도 알잖아

그럼 그 마음이 갑자기 사라질 일도

다른 사람한테 넘어갈 일도

없지 않을까?

간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전 비록 가짜 며느리지만

대신 아드님은 제가 잘 살피겠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미쳤구나, 이지한

드디어 미쳤어

비 싫어한다면서요?

야

한영훈

너 이 자식 사과해

우리 엄마 꼴이 어떤데

사과해

나아정 씨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