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Fireworks EP31 360p-SBS

- 이 선생.
- 어, 왜.

- 너가 싫어하는 우리 엄마 뇌출혈로
수술실로 들어갔단다.

- 잠깐 잠깐 있어.

어떻게 하지.

나 이제 막 시작했는데 새벽 3시에나 끝나.

끝나는 대로 갈게.
얼른 가봐.

- 이 선생 나 겁나.

- 괜찮을 거야.
병원 계시니 천만다행이야.

금방 손 쓰고 있으니까 최악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 최악이면.

최악이면.

- 그 집안 정말 겁나는 사람들이구나.

네가 헤어지자고 그만둔 건 안 된다 그거지.

- 망신스럽겠지.
그이한테 명예로운 일도 아니고.

- 그래서 아기 못 낳는 며느리라.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다.

- 아름답지 않니?
- 아름다워?

- 상관없어 나는 벗어나는 게 중요하니까.

나 벗어나는 거 해주는 대신 망신스럽게
안 해주는 건 나쁠 거 없잖아.

그 집안은 망신 안 당하는 게 중요하니까.

- 행실 똑바로 하고 있어라.
아니면 국물도 없다.

야 너 조심해라.
무슨 구실이 붙여.

진짜 국물도 없을라.
- 나 국물 같은 거 생각해 본 적 없어.

내가 그만 두는건데.
무슨 국물 얻을 자격이 있어.

- 네가 그만두게 만든 건 그 집 책임이야.

왜 자격이 없어.
- 그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니까.

밥 해먹자.
고추장찌개 먹자 우리.

나 재료 사다 놨는데.
- 귀찮은데 뭐.

그냥 아무거나 불러서 먹자.
- 아니야.

밥해먹고 싶어.
너 앉아있어.

내가 할게.

- 근데 유자 어떻게 할까 너 서류 정리하고
끝날 때까지 잡아떼고 있기 좀 그런데.

- 너무 심하지.
- 심해.

- 그래 심해.
- 그래도 삼총사 소리 듣는 친군데 말이야.

- 맞어.
- 너 고추장찌개 어떻게 끓이니.

뭐뭐 넣어.
- 너 끓인듯이.

- 그래 그럼 내가 할까?
- 앉혀놓고 내가 해주고 싶은데.

- 왜?
- 그동안 얻어 먹은 거 갚으려고.

- 그만둬 내 솜씨가 날걸.

-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됐어.

- 모르겠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대서 사다 줬더니.

한입 인가 두입째 먹다.

그냥 엎어지더라.

수술 동의서 내가 썼다.

- 잘했어요, 잘했어 이모.

민지는?

- 망할 년 뭘 하고 다니는
기집애인지 서산 가있대.

오고 있을거야.

이 서방은.
- 수술 중이에요.

새벽 3시나 돼야 끝날 거래.

- 잘했다.
그래.

꼴 좋아.
잘하는거야 너.

- 이모.
- 엄살만이 아니었잖아 그래.

니들도 나도 전부 다 엄살이 반이라고

픽픽 거렸는데.

엄살이 아니었던 거잖아 그러니까.

왜 이혼을 한다고 난리쳐 난리치기를.

더구나 니 엄마 불 끄듯 말리는데

그냥 참고 살라는데 기어이 그걸
왜 한다고 똥꼬집이냔 말이야.

- 이모 나는 정말.

- 좋기만 해서 사는 부부들
그리 흔치 않아 이것아.

남남끼리 만나

한 평생 살자면

마음으로 이혼 열두 번도 더 하고
죽이기도 수없이 죽이면서

그래도 자식 생각하고 뭐 생각하고

그러면서 사는 사람들 많어.

- 알아요.
- 아는데 왜 그래.

아는데.

따지고 보면 이 서방 만한
사례도 흔치 않아 이것아.

너 내가 뭐랬어.

아무 일도 없는 듯 흘러가는
것처럼 하고 살랬잖아.

편하게 기분 좋게 해줘가면서

자기가 미안한 마음 들게 하면서

그렇게 살다 보면 이 서방도 결국 너한테 고마운 마음 알게 될 거고
그럼 그 기집애 생각도 연해줄 수 밖에 없다고 이 맹추야.

어찌 그렇게 슬기롭질 못해 그래.

새대가리야 새대가리.
- 당사자 아니면 몰라 이모.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단 말이야.

- 그것도 이 삼 년이면 끝났어.

이 삼 년을 못 참아서 기어이 일 저질러?

- 원래 참을성 별로 없잖아.

- 딴 계집애 생긴 거 알고 눈 뒤집혀서
참고 결혼까지 한 게 왜 더 못 참아.

- 그만 둡시다.
내가 다 잘못이라고 그러고 그만두자고요.

- 아이고 그래 그만두자.

그래 그만 두자.

한 사람 머리 열고 있는데

하나마나 한 소리 그만두자.

제발 더 없이 언니 살아만 줘.

똥 오줌 받아내도 좋고 말 못해도 좋고 언니.

다 좋으니까 죽지만 말라고요.

- 그래서 종혁씨 마지막 멘트는 뭐였는데.

-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대.

- 왜?
- 그러는 동안 적응할 줄 알았대.

고생시킨 거 미안하다고.

잘 쉬고 하고 싶은 거 열심히
잘하면서 잘 지내라고.

먹자.
- 내 가슴이 왜 이렇게 싸하니.

- 딴 얘기 하자 우리.

맛있다.

- 사장님 퇴근 안 하세요?

- 어 해야지.
할 거야.

어.
너 지금 어디서 뭐하는 중이니.

연습장은 인마 프로 될것도 아닌데 대충
즐기고 다니면 되는 거지 무슨

야 그건 좀 너무 했다.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났어.

어 그래 한가해.

한강에서 니들하고 술 좀 먹으려고
하는데 애들 모아질까?

그래 그래볼래?
음 아직 회사야.

그래 기다릴게.
안 되면 뭐 우리 둘이 마시자.

오케이.

- 이르시네요.

- 애는.
- 갔죠.

- 그래 그 집 좀 뭐래.
- 쓰다 달다 아무 소리 없어요.

다 얘기가 돼서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싶어요.

안 그러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동서들 올라왔다 갔어요.

- 점심 먹인다고 했잖아.

- 아 점심은 자기네들끼리
먹으라고 했어요.

뭐 이 기분에 누구 점심 해먹이게 생겼어요.

점심들 먹고 동서들만 올라왔더라고요.

운은 떼어놨어요.

종욱이 엄마가 작은 집들 많은데
양자 들여도 되는 거 아니냐고.

속 보이는 소리 하대요.

양주를 왜 들여요.
펄쩍 뛰었지요.

세집이 다 전에도 우리 집 일로
갖고들 얘기들 할 거예요.

괘씸한 건 괘씸한 거고

왜 어린애 하나도 제대로 못 낳아서 애를
두 번 장가가게 만들어 그래 응.

애만 탈 없이 낳아 놨어도 다른
건 다 눈 감아줄 수 있었잖아.

생각할수록 기가 막혀서.

그렇다고 이 녀석 시키는 대로 우리가
골라주는 자리 덥석 좋다.

위인도 아니고 장차도 큰일이에요.

앞으로도 보통 일 아니에요.

- 지금 몇 시죠.
- 1시 반이에요.

- 야 야, 너희들은 임마 행복할 줄 알아.

우리 여편네 말이야.

아침마다 나만 보면 돈만 달래요
아주 미치겠다니까.

- 우리 마누라 화장한 모습
한 번만 봤으면 좋겠다.

- 야, 우리 집 뚱땡이고 무뚝뚝한 거.

그 꼴 못봐요 나.

- 애들아 잠깐만.

너 어떻게 남의 마누라 흉 보는거
비실비실 웃으면서 듣기만 하냐.

니 마누라 보따리도 풀어나봐 인마.

- 야.

우리 마누라는 너무 완벽해서
흉 보따리 같은 거 없어.

- 야 야 야.
- 야 쟤 저렇게 눈치가 없냐.

너 나가서 정신 번쩍 나는 노래 해봐.

그 처지는 곡 좀 빨리 집어치우라고.

- 에이 처진다.
쳐져.

테크노해 테크노.
체신 없이 테크노는.

야 야.

기분 좋게 술 먹는 판에 체신은

야 테크노 테크노.

- 야 야 봐 가만히 있어 봐.

그래도 하는 건 마져 끝내야지.

- 사장님 사장님 뭐 좋아하세요.
사장님 좋아하시는 걸로 해드릴게요.

- 나 좋아하는거?
나 노래 아는 거 없는데.

- 테크노 걸라니까, 테크노.

- 왔어?
중환자실에.

- 들려봤어?
어떻대.

담당의 하고 얘기했어?

- 특별히 운이 나쁘지 않은 이상

심각한 일은 없을 거래.

회복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 그래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 수술은 잘 했어?

수술 중인 사람한테 괜히
얘기했나 걱정되더라.

나는 바보같이 꼭 해놓고 후회하잖아.

왔다 갔다 그럴 테니까 그만 들어가 쉬어.

왜 혼자 있는 거야.

이모가 저녁 못 잡수셔서 민지랑
야식하는데 찾아 나갔어.

들어올 때 됐어.

- 운수 대통한 사람 왔나?

만약 무슨 일 났으면 내 자네
평생 원수 삼으려고 했어.

- 이모.
- 너도 마찬가지고 이 기집애야.

네 엄마 속을 얼마나 썩였어.
네 엄마 병 다 네가 만든 거야.

양심 있으면 아니라고 못할 거다.

이거 갖고 들어가 먹고 자.

여기는 민주랑 내가 있으면 되니까
출근하는 사람 들어가.

네 시간이라도 눈 붙여.

자네 얘 좀 데려다 주게.

갈라서는 사람이라고.
설마 그것도 못한다고는 안 하겠지.

- 네.
알았습니다.

- 이모 말에 신경 쓰지 마.

- 신경 안 써.

- 아무데나 부대고 싶은가봐.

나한테도 한참 했어.
민지도 엄청 당하고.

- 나 술 한잔만 들어줄래.

- 그래 알았어.
- 너무 약하게 타지마.

가서 자.
너도 피곤하잖아.

- 나는 늦게 나가도 되니까 괜찮아.

- 우리 엄마 괜찮겠지.

너는 싫어하지만 나한테는 절대적이었어.

- 그래.

- 모두 우리 엄마 인색하다고 그러지만

나한테는 안 그랬어.

엄마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없었어.

너하고 헤어지는 거 말릴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안 했었고.

한 번 병원에 실려갔으면 됐지.

쉽게 생각해 지워 버렸었어.

- 자식은 다 그래.
부모 일 다 쉽게 생각해.

- 언제 곧 민지 때문에 쓰러지지 했었는데.

그게 나였었어.

나였었다고.

유진이는 잘 논다니, 전화해봤어?

- 어.
아까 수술 들어가기 전에 잘 논데.

- 정말 불행하다.

가 잘 거야.

- 안 주무셨어요.
- 많이 했니.

- 아니, 좀 했어요.

- 몸 상해 아무리 언짢아도 몸에
해로울만큼 마시고 다니지마.

- 알겠습니다.

- 네.
- 잤니?

- 아니요 아직 안 자고 있어요.

- 몇 신데 아직까지 안 자고 뭐 하는 중이야.

- 그냥 있어요.

- 글 써?
- 그냥 앉아 있어요.

- 너 이 시간에 자다 깨.
나 문 열어주는 거 힘들다고 툴툴 대더니.

안자고 뭐해.

그거 하자고

그 잘난 거 하고 싶어서 나한테
발길질 하고 나갔니?

- 술 마신 것 같은데 얼른 자요.

- 그래 술 마셨다 이 바보같은 기집애야.

작가?
네가 무슨 작가야.

거지발싸개.

너 그렇게 사람을 모르면서 무슨 작가를 해.

너 사랑하라.
너 남자 알아.

니가 뭘 알아.
너 아는 거 뭐 있어.

말해 봐.
아는 거 뭐 있어.

박지현.

- 누구세요.
- 저에요 형부.

- 왜 무슨 일이야.
- 주무시는 거 깨웠어요?

- 어.
몇시나 됐지?

- 11시 넘었어요.
- 벌써?

- 엄마 깨어났어요.
사람도 알아보고 말도 하고 그래요.

-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알려드리려고요.
- 그래 고마워.

세상 모르고 잤네 고마워.

- 커피 아직 안 드셨죠.

더 주무실 거예요?
- 아니야 일어나야지.

- 그럼 커피 만들 테니까 씻으세요.

- 그래 고마워.

- 아줌마는요.
- 며칠 쉬어 달랬어.

그런데 이제 아줌마 쓸 일 없지.

- 정말 이대로 끝나는 거예요.

- 원하니까.
- 형부는 어떤데요.

언니 혼자서 원한다고 끝날
수 있는 거 아니잖아요.

언니 말로는 형부도 원하는
일이라 그러던데.

사실이에요?
- 나는 사고 방식이 구식이야.

유진이가 있는데

그러고 싶은 생각이 있어도 그건

안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 그런데요?
- 두 사람이 뜻 모아서 시작한 결혼 관계.

한쪽이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 언니 성격 너무나 잘 알잖아요.
형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요.

언니 저러는 거 정말 꼭 헤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는 없어요.

형부가 약속해주면 되잖아요.

앞으론 절대 딴 생각 안 한다.
철저하게 충실하겠다 약속하면.

- 처제.

그런 약속

나 혼자

나 스스로한테 수도 없이 하고

수도 없이 거짓말쟁이가 됐어.

언니 잘 알아.
속지 않아.

- 단 며칠 만남에 그럴 수도 있어요?

- 그럴 수도 있더라고.

남의 일이라면 나도 믿기 어려웠을 거야.

- 형부하고 가족 관계가 끝난다는 게

너무 속상해요.

유진이 못 보는 것도 그렇고요.

형부 혼자 나 예쁘게 봐줬었어요.

기가 막혀 정말.

- 잠깐.

네.
어 형이에요 나예요.

왜 무슨 일 있어요?

알았어요.
네 알았어요.

처제 그만 가는 게 좋겠다.

청주 아버님 오셨대.

예 아버지 나가요 나가요.

- 이노무 자식아.
이노무 자식아.

이 자식아.

-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어딜 가세요.
아버지 차 이쪽에 있어요.

차 이쪽에 있어요 아버지.

아니 괜찮아.
아버지 잡아 아버지 잡아.

- 아버지.

내가 좀 볼게.
- 놔둬 코뼈만 안 나갔으면 됐어.

나은 거 같질 않아.

노인네 참.
아이 어떻게 성질이 늙지도 않으시냐 그래.

- 나중에 말씀 드린다더니 어떻게.

아이 엄마가 오밤중에 일어나 앉아서
유진이하고 부적 거리시다가 들켰댜.

그냥 넘어가실 양반이여.

아침 8시까지 버티다가 종당에는
잘 잘 다 불어버리셨지 뭐.

엄마도 애를 쓰실 만큼 쓰신겨

그러니까

말도 마라.

나는 너 때문에 얼마나 당했는 줄 알아.

모범이 돼야 될 형이 허튼 짓 하고
댕겨서 동생이 뽕 본거라고.

묵은 사건으로 새삼스럽게
뒤지게 혼났어야.

볼 돈까지 쥐어박히고 까다가 됐는데
머리털 다 뽑힐 뻔했어.

아니 아버지 무슨 여자냐.
머리는 왜 그들으시는지 모르겠더라.

말린다고 엄마도 엉덩이 걷어
채이시고 난리 난리.

그런 난리 없었다야.

그러나 뭐 그 정도도 안 겪고 이혼이야.

아버지 성격에 안 죽이고
살려준 것만도 어디야.

그 정도 겪고 이혼해도 될 것 같았으면은 나도 작년에
결판을 내고 살고 싶은 여자하고살아볼 걸 그랬다 야.

- 싫은소리 말아요 나 하나면 족해요.

- 야 너 얼마나 맞은겨?

기술 좋게 패셨다.
겉으론 멀쩡한데.

그렇게 맞는 매가 더 무서운겨.
그게 바로 사람 골병 들이는겨.

야 너 그럴 거 없어.
우리가 잡아놓은 아파트로 들어가.

여기저기 아파트만 들어오느냐.

우리 애들 서울 올라오려면 멀었는데.

너 거기 가서 살아.

살다가 애들 올라오면 그때 나가주든가
아니면 그냥 있든가.

그건 네 마음대로 그때 가서 결정하고.

- 그 생각은 못했네요.

- 세 놓으면 집 버린다고 네
형수 찜찜했는데 잘 됐다고.

이렇게 잘됐다고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 누가 살고 있어요?
- 응 한 한달 있으면 비어.

별로 오래 안 된 아파트야.
주변 환경 좋고 괜찮아.

- 그럼 내가 그리 옮기는 걸로 할게요.

- 병원은 어떻게 할거야 너.

어, 잠깐만.

네 이강식입니다.
어머니 세요?

아유 말도 마세요.
보나마나 물어보나 마나죠 뭐.

강욱이 직싸게 터지고 저까지 덤으로
쥐어맞고 난장판이었죠 뭐.

아버지 고속버스 타고 가시구요.

저 시방 강욱이 하고 아침
겸 점심 먹는 중이에요.

아이 아버지가 말 들어요.
우리 둘 다 꼴도 보기 싫대요.

붙잡다 붙잡다 포기했어요.

유진이 애비 바꿔요.
- 놔둬 바꿀 거 없어.

네 놈이고 그놈이고 그냥 다 꼴도 보기 싫다.

올라간 김에 그냥 죽지 않을
만큼 실컷 패주지.

사내놈들은 그저 그냥 죄다 한두릅에
엮어서 그냥 처치해야해.

그거 하나 달고 나왔다고 그게
그렇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아이고 같지 않은 것들.

내가 그냥 너 보기 민망해 죽겄다.

창피스러워 죽겄어.
- 그래도요 어머니.

아버님 어머님이 아들 편 안 드시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데요.

저도 정말 진짜로 안 살려고 했어요.

아버님 어머님 때문에.
- 내가 뭐 노망났냐.

그런 놈들 편들게.

지집 눈에서 눈물 빼는 놈 내가 편을 들어

지 집 괄세하는 놈들 봐서 좋은 꼴 못 봤다.

아 저 아버지한테 안 닮고
누구를 닮아서 그런겨.

두 것들 다.
- 수진이 아빠는 이제 빼주세요.

정신 차렸는데요.
- 그나마 다행이여 그려.

그나마 다행이여.

아이고 다 자셨나.

불쌍한 거.

- 나 점심 못 먹어요.
점심 먹고 들어온 길이에요.

- 저희도 점심 안해요, 선생님.

- 왜요.

- 선생님 안 드신다고 그러시고 그냥
햄버거 사다 먹기로 했어요.

- 허 선생님 진료 안 하세요.

- 잠을 못 주무셨대요.

- 그랬을거예요.

- 누구.

누구냐고.
- 나야.

못 잤어?

- 우리 엄마

지금 현재 상태 괜찮은가 봐.

- 그래 들었어.
- 어디서.

- 민지가 왔었어.
- 너한테?

- 응.

- 걔는 너한테 미련이 많아.

유일한 지 편이었으니까.

- 진료 못할 정도로 피곤해.

- 아니야.
나도 누구처럼 꽤나서.

이 상황에 여드름 짜주고 그러면서

싫증나서.

뭐 마실 거 줘?
- 아니야.

나는 필요 없어.

커피 말고 다른 거 마시지.
점심 전 이라면서.

난 먹었는데 같이 나가죠?

- 헤어지니까 더 친절해지는구나.

- 그 정도는 늘 했잖아.

- 이 선생은 잘 잤어?

- 11시까지 민지 와서 깼어.

6시쯤 자기 시작했거든.

- 나 쇼핑 갈려고 그러는데 같이 가줄래?

한 시간이면 돼 괜찮잖아.

- 그러지 뭐.
- 이거.

저거.
저거요.

- 웬 그렇게 많이 사.
나중에 후회할려고.

- 계산해주세요.
앉아 있으라니까.

- 괜찮아.

- 이 선생 시간 안되니까 나
택시타고 병원으로 갈게.

- 그럴거 같으면 네 차 갖고 올 걸 그랬다.

내가 택시 타면 되는 건데.
- 상관없어.

- 민지가

다시 한 번 너한테 철저하게 약속하고

원점으로 돌이킬 수는 없냐 그러더라.

- 그래서?
- 네가 안 믿어줄 거라고.

- 안 믿어.

결혼하면서 너는 걔 완전히 캐내버렸어야
하는데 안 그랬어.

계속 물 주고 거름 주면서 키웠지.

- 아버지 올라오셨었어.

얼마나 화가 나셨는지 맞았어.

우리가 헤어지는 거 원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다시 생각해 보는 게.

- 내가 원해.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다시 또 너덜너덜한 감정
끌어안고 씨름하기도 싫고

심플해지고 싶어.

결혼할 때는 이 선생 용서했었어.

결혼해서 사는 동안 나 모욕한 거 용서 못해.

헤어지면 과거가 돼.

살면서는 계속 치 떨어가며 그래야 할 거야.

그냥 정리하고 말자.

- 짐은 내가 갖다 놓을게.
- 아니야 갖고 가는 거야.

택시나 잡아줘.

- 네.
- 엄마야.

- 어 네.
- 성북동에서 전화 왔었어.

- 뭐라 그러세요.
- 피차 여러 말 안했어.

나머지 니 짐은 나중에 실어
보낸다고 그러더라.

그러라고 했지 뭐.

아니야.
안 그랬어.

유감이라 그러길래 나도 유감이랬지 뭐.

안 살기로 한 마당에 쩔쩔맬거 뭐 있어.

안 그랬어.
너 옷은 입을 거 있는 거야?

뭐 하고 있어.

좋겠다.
소원 성취해서 좋겠어.

아버지 옆에 계신데 바꿔줘.

알았어 끊어 그래.

- 바꾸지 말래?
- 할 얘기 없대요.

- 뭐가 소원성취야.
- 아 점심 먹고 책 본데요.

소원성취지 그게 뭐겠어요.

- 그렇다고 애한테 빈정거리까지가
뭐 있어.

- 그러게 말이에요.

- 그이 사표 냈는데 수리 안
한다는 얘기도 하시죠 왜.

- 굳이 꼭 그럴 건 뭐야.

- 깔끔한 척하는 성리에 안 그만두고 그냥
다니는 거 꿉꿉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능력 있어서 붙잡은 건데도 우리더러
치사하다고 그럴 거고요.

- 길게 다니겠냐 어디.

- 그만두라구요?
- 아 글쎄 길게 다니겠냐고.

- 그만두면 어떡해요 아버님.
- 능력이 있으면 다른 방도가 나오겠지.

- 손님 오셨는데요 아버지.
열량 필요하시데요.

- 나가자 나가자.
- 예.

- 진희야.
- 네 어머니.

- 다리미 질 해놓고 김칫거리 좀 뒤집어라.

- 네.

어머님은 영 기운이 안 나시나 봐요.

- 기운 나시게 생겼어.
자식이 이혼녀가 되었는데.

- 입맛도 통 없으신 것 같고.

두릅나물 좋아하시는데 그 좋아하시는
것도 별로 안 드시더라고요.

- 그러시다 기운 차리시겠지.

어떻게 할 거야 뭐.
항아리 박살나고 물 다 쏟아졌는데.

- 처음부터 언니는 그런 집안에 들어가
살림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 그러니까 맹꽁이야 헛똑똑이지
왜 못살아 왜.

어딜 가나 대접받는 집안 외 며느리

나 같으면 황홀하게 즐기면서 잘만 살겠다.

- 마음이 편해야죠.

거적 묻히고 살아도 마음이
편해야 행복이라고

한수 씨하고 우리 그랬어요.

- 아이고 거적 묻히고 살아봐
어디 한번 행복 좋아하네.

모자란 소리하고 있어.

- 어서와 .
오랜만이야 반갑다.

나 샤워하느라고.
- 부자되라.

- 그래 고맙다.

앉어.
왜 그러고 있어.

앉으라니까.
안 바뻐?

커피 줄까.
아님 뭐 딴 거 줄까.

- 물 줘.
- 어.

- 골났지.

- 골이 나기는 했는데 너희들한테보다
나 자신한테 더 많이 나 있어.

- 미안해.

너 따돌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

- 거짓말할 거 없어.

일부러가 아니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한 방 쓰는 기집애.

완전히 자물통 딱 채워놓고 오리
발 수십 개 들고 말이야.

정말 너무한다 너희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 나 현경이한테 손가락 걸고 얘기 들었어.

기 도 안 막히더라.
그동안 나는 완전히 뽈돼서.

참 나 바본가 봐.

- 아니야.
너 줄곧 바빴고.

- 내가 그렇게 문제가 있는 애니?

- 니가

악의 없이

입이 빠르잖아.

매사에 비판적이고.

좀 겁났던 거 사실이야.

현경이도 나도.

- 그래.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결국 모든 건 내 탓 아니니?

믿을 수 없는 친구였던 거.

미안해.
내가 고쳐볼게.

- 그렇게 얘기하면 나 더 미안해.

- 솔직히.

너에 대한 시기심 같은 거
없었다면 거짓말이야.

너 주는 거 없이 얄미울 때 많았어.

너 생활 걱정 없는 화목한
집안에서 잘 자랐잖아.

작품 생각하는 수준이나 그런
것도 나보다는 격이 있고

재능도 그렇게 처지지 않고.

- 야 유자야.
- 나도 알 건 다 알아.

처음 솔직하게 고해성사 하는
거니까 그냥 들어.

거기다 잘난 남자까지 만나서

여자들이 꿈꾸는 결혼을
틱틱거리면서 하는데.

정말 싫더라.
나 원래 좀 꼬였거든.

알겠지만.

이제부터는 안 그럴 테니까.

앞으로는 나 왕따 시키지 말아주라.

나 친구 없는 거 니들도 알잖아.

정말 김새드라.

나는 내가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몰랐어, 얘.

- 그렇지 않아 유자야.

그냥 내 불행 한 사람이라도 누구
더 아는 거 나 싫었어.

우리랑은 너무 다른 집이었기 때문에
중립에 자크 달고 살아야 했어야 했고

현경이는

그래도 자주 전화했었기 때문에 걔한테는
조금씩 할수밖에 없었던 거지.

니가 이해해줘.

나 정말 나 정말 너무 많이괴로웠었어.

- 좋죠.
엄마 좋아 보이죠.

엄마가 들면 아주 멋있을 것 같아서 샀어요.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엄마 말 안 들어 죄송해요.

그리고

별 탈 없이 깨어나줘서 정말 고마워요.

안 되잖아 엄마.

이날까지 나 엄마한테 잘해준
거 하나도 없는데

그럼 안되잖아.

-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절대 안정하셔야 하니까요.

- 알았어요.

엄마 나 가요.

잘 쉬어요.
예?

- 아 정말들 수고 많았어요.

마지막 수술까지 무사히 잘 끝난 거.

고마워요.
-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 나 먼저 나갈게요.
- 네 좀 쉬세요 선생님.

- 네.

- 끝냈다고 해서.
- 어.

끝냈어.
- 철인인 거야.

아니면 정말 신인 거야.
- 신은 무슨.

- 이제 환자 안 받겠네.

- 수술 환자들 뒷 치료만 남았어.

- 정말 반년 놀아?

- 현재는.

-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

- 아무 생각도 안 해.

- 유진이는?
- 잘 있어.

잘 있대.
- 보러 안가?

- 아버지 아직 안 풀리셨다.

- 보고 싶지 않아?

- 참아야지 뭐.

참는 거 잘하니까.

퇴근 안 해?

- 해야지.

퇴근할게 그럼.
- 어.

- 너무 무리했어.
보약이라도 지어서 먹어.

- 무슨 염치로.

언제 오셨어요.
- 응 점심 먹고 떴어.

- 왜 전화 안 하셨어요.
- 일하는데 무슨.

그래 저녁 어떻게 한겨.
- 안 먹었어요.

- 어여 옷 갈아입고 나 그 동안에 좀 차릴게.

- 아버지하고 뭐 다투셨어요?
- 다툴일이 뭐가 있어?

- 그런데 왜.
- 새끼 보라고 올라왔어.

내려오지도 못 하는데 보고 싶을 거 아니여.

- 내려갈 새도 없었어요.

유진아 토요일 일요일도 수술했는데요.

아빠야.
오랜만이야.

무지무지 반가워.
잘 있다는 소식은 거의 매일 들었어 유진아.

착해서 더 예뻐.

아빠 마음 정말 많이 아프거든.

네가 보채고

불편하다면

나 더 많이 힘들 텐데 잘 지내줘 고마워.

그동안 엄마한텐 안 좋은 일 있었어.

외할머니가 기어이

뇌출혈 되셔서

수술하셨고

그 바람에 엄마 혼이 나갔었어.

이제는 할머니 안정되셨고.

꾸준하게 치료 받으면 나으실 수 있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유진아.

아버지는.
영 누그러지지는 않으세요.

- 웃지를 않어.

빽빽할때는 빽빽해도 그래도 기분 좋을 때는 너털되고
잘웃던 양반이 밤낮 골난 사람이지 뭐.

애 들여다보면서 그냥 한숨이나
땅이 꺼지기 쉬고.

너 형하고 너 형수가 밤낮 들여다보면서 아버지
비위 맞추기 바뻐 쟤네들도 없으면 어쨌나 싶다

- 예.

- 애미는 어떻게 하고 있는겨.

- 환자 보고 병원 다니고 그러죠 뭐.

- 철딱서니 없는 거 같으니라고.

결국은 뭐요.
저 어머니 자빠트린거 밖에 뭐 든게있어.

저거 애 잘 있냐고 전화 한 통이라도
할 법한데 영 모르세다.

아주 성전이 워낙 모진 데가 있는 게 봐.

- 부러워 그러는거에요.
자기도 괴로우니까 일부러요.

- 허기는 정 떼려고 그러는거 부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독한 겨

독하다고

너

형네 아파트 들어간다면서.

- 예 형하고 그렇게 얘기했어요.

- 아버지가 아무 말도 안 하시더라.

그런다고 했거든.
- 네.

- 저 때는 무슨 기운 펄펄
나는 비타민이래나.

뭐 미제약 사가지고 들어오셨더라.

유진이 보려면 기운이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냥 아무튼 지간에

맨날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야 된다고.

고수는 아홉 번도 더 햐 응.
유진이 키울려면 오래 살아야 한다고.

- 어서 와.
- 와 냄새 좋다.

- 아무것도 아니야.
너무 기대하지마 들어와요.

- 오랜만이에요.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 초대는 무슨.
얼결에 묻어온거지.

송 기자 덤이야.
- 어유 알았어.

못 박지마.
- 귀찮은데 밖에서 먹자니까 그래 왜.

- 아직 친구들하고 몰려다니면서
먹을 처지 아니야.

그냥 간단하게 먹자고.
- 야 쟤 힘 좋네.

간단하게 먹는 게 이 정도야.
무슨 전식이나 붙이고 그래 너.

- 최소한 성의는 보여야 하잖아.
그냥 찌개 끓이고 밥만 했어.

- 냉채 이거 손 많이 가잖아요.
- 냉채도 했어?

- 너 좋아하잖아.
- 나 좋아하는 건 뭐니.

- 생선 매운탕.
- 신경 썼네.

- 좀 썼지.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는데.

식탁이 쟁반만해서 못했다는 것만 알아줘.

- 기죽이는 것도 여러 가지 다 참.

- 앉아 앉아요 송기자.
밥만 푸면돼 앉아 빨리.

배고파 죽겠어.
9시 다 되가.

- 야 니 덕분이야.
늦은 저녁에 보탬 되는거 찌는거 밖에 없어.

- 괜찮아 쪄도 돼.

- 네.
- 어 나야.

들어왔어?
- 아니야.

들어가는 중이야.

- 엄마가 유진이 데리고 올라오셨는데

잠깐 와서 보고 싶으면 보라고.

- 아니야.
그러지 말자.

안 할래.
안 그러는 게 좋아.

고맙기는 한데 참을래.

끊어도 되지.
- 그래 그럼.

맘대로 해.

- 아니 딱 한번 새벽 3시에
들어와 전화하고는 소식 없어.

-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이혼도 아닌데 지독하지.

- 성격 드러나는 거지 뭐.

-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지만
한다 그럼 끝이다.

구질구질하지 말자 뭐 그런 거 아니겠어?

- 그런 것 같아.
결심하면 못할 일이 없는 사람이거든.

- 섭섭하지 않아요?
-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뻔뻔스럽지만

그래도 섭섭하고

너무하다 싶어요.

그렇지만 또 이해도 하고요.
- 니가 한 번 해봐라.

- 야 누구 병 주고 약 주니.
약 올리는 거 밖에 안 돼.

끝내자 그랬으면 깨끗하게 끝내는 거지.

전화해서 뭐.

생각 바뀌었다는 소리나 할려면
모를까 괜한 짓이야.

- 나도 같은 생각이야.

- 그거보다도 너 미니 시리즈
만지고 있는 거 말이야.

정 감독한테 얘기할까.
- 아니야.

얘 가만히 있어.
아직 그럴 때 아니야.

- 안 된다고 했잖아.

- 요즘 작품 섭외 반년 전은 보통이고
일 년 전도 미리 하는데 뭐.

정 감독 알아두는 게 좋잖아.
- 아니야 상관없어.

급할 거 하나도 없어.
천천히 해도 돼.

- 정 감독 좋아할 텐데.
- 정 감독 좋아하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괜히 말 나와서 전씨 집 화나게
하면 안 된다니까.

- 최종혁 씨에 대해서 미련 같은 거 없어요?

- 뭐 하는 거야.
- 아니 그냥 궁금해서.

미련이 있으면서 헤어진 건지
미련 없이 헤어진 건지.

- 대답하기 참 난감하네.

- 솔직하게 대답해봐.
어디 한번.

- 괜찮은 남자예요 괜찮은 남자야.

내가 그 집 식구 될 수 없었던 게 문제지 그 사람
자체에 뭐 그렇게 문제 있었던 건 아니에요.

- 그런데 어떻게 헤어져요?

- 질식해 죽을 것 같으니까.

살고 봐야 하니까요.

- 그러니까 최종혁 씨가 괜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커버해 줄 만큼 아니었다는 건가요.

- 나 지금 인터뷰해야 하는 거니 현경아.

- 야 송 기자 불편한 얘기 그만하고

어 너 송 기자 시트 버려놓은거
변상한댔잖아.

- 잠깐만요.

여기요.
늦어서 미안해요.

값은 현경이가 알려줬어요.
- 꼭 안 이래도 되는데.

월급쟁이 래서요.
- 커피 마실 사람.

- 민경이니?
- 아니 날세.

- 오셨어요.
- 유진이 왔다면서.

가슴 찢어져 못 보는 애미대신

내가 들어왔네.

- 잠깐만 기다리세요.
- 네 그러지요.

- 앉으세요.
- 앉을 건 뭐 있나.

애만 잠깐 보고 갈 건데.

- 오셨어요.
- 네.

- 철없는 두 인간들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기가 막히네요.

- 우리 민경이는 잘못 없습니다.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건 아니신지.

- 거짓말할 사람 아니네요.
자기 잘못이라고 했슈.

- 아이고 거짓말할 사람 아니라고요.

약혼녀 두고 여행 가 딴 계집애
만나 바람난 건 뭐고.

결혼해서도 편지질에 만나고 다니고.
그건 그럼 거짓말 아니고 뭐예요.

자식 제일 모르는 게 부모라고 하더군요.

이 서방인지 너구리 서방인지한테
우리도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 지나치다는 말씀 지금
어디다 하시는 거예요.

자식까지 낳은 애가 못살겠다고 할 때는 댁의
아드님이 얼마나 피를 말렸으면 그럴까.

아니 그런 생각은 안 드세요.

어미 마음은 다 똑같은데 자식까지
떼어져 가면서 못 살겠다 떼.

- 애를 좀 잡작들 볶지요.

애미가 얼마나 들 볶았으면 살지 말자고
그럴 때 애먼히 그러자고 할 것이오.

지은 죄가 어떻든간에

이 사람은 애지간에서는 이혼
같은 거 안 할 사람이네유.

- 엄마.
- 한 일을 보면 열 일을 아는 거지.

남편을 무슨 종 부리듯 부리면서 조금만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상호가 싸나워지면서.

그럴 때부터 내가 벌써 다 알아봤네유.

- 아니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저보세요 간에 우리 걔 며느리 들여서
따뜻한 밥 한 그릇 못 얻어 먹어 봤슈.

- 엄마 그런 건 아니잖아요.
- 그런 소리 마.

왜 막 나오는데 나도 할말을 할 껴.
- 애미 밥 해 드렸어요.

- 아이고 꼴꼴 난 밥 그려 하고 한
끼가 두 끼가 얻어 먹었다 그려.

- 그만하세요.
- 박사 며느리는 거저 얻어요?

아니 공부하고 환자 보고.
- 아니 걔만 박사여 내 아들은 박사 아니여?

무슨 유세를 하는 겨 시방.
어 말 나온 김에.

- 그만하세요 글쎄.
- 아니 이사람아 어디서 고함을 질러 어.

너 지금 말빨 서게 생겼어 시방.

- 누구세요.
- 나야.

잘 지냈어?
- 웬일이에요.

- 웬 음식 냄새가 이렇게 진동을 해.

- 현경이랑 유자가 와서 저녁 먹었어요.

- 파티 했어?
- 아니요 그냥 전 좀 부쳤더니.

- 공기청정기 하나 놔야겠다.
다른 입주자한테 폐야.

- 그래야겠어요.

앉아요.
뭐 마실 거 줘요?

- 머리는 언제 만졌어.

- 좀 됐어요.

- 궁금하지 않대.

- 궁금했어요.

- 용쓰는 소리 안 들렸어.

나 용쓰는 소리 말이야.

- 들리는 거 같았어요.

- 그래서 이제 행복한가.

응?

- 적어도 불행하진 않아요.

- 그럼 됐군.
성공적이네.

내 생각 전혀 안 했어?

- 어떻게 지내나 생각했어요.

- 여전히 정신없게 바빴어.

또.

- 새벽에 들어올 때 문은 누가 열어주나.

- 열쇠 갖고 다녀.
결혼 전처럼.

또

혹시 콩알만큼이라도

나 보고 싶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