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Fireworks EP13 360p-SBS

- 파타야에서 어떤 남자하고 같이 다녔지.

성형외과의 라면서 별일 아닌 거 알아.

변명할 필요도 없어.

그런데 누군가 당신을 알아본 사람이 있고

사진도 몇 장 찍어왔어.

스캔들 되어버리면

당신도 나도

우리 집안도 당신 집안도 우스꽝스러워져.

결혼 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어.

내일 날짜 박아

홍보자료 내라고

지시할 거야.

이제 납득이 돼.

당신 얘기 필요 없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안 물을 거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최악이라도 상관없고.

나는 당신을 놓고 거기까진 상상하지 않아.

그간

당신을 선택한 내 자신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니까.

문제 안 삼아.

그러니까 결혼으로 끝내버리자고.

이 얘기.
끝까지 안 하고 싶었어.

당신

정말 고약한 여자야.

알아?

- 미안해요.

알았어요.

해요.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거 없어요?

내 얘기.
정말 안 필요해요.

- 필요 없어.

- 정말

그냥 이대로

아무것도 다 알 필요 없이

결혼해도 된다구요.

- 맞아.
식 올리면 돼.

- 종혁 씨 나는.
- 알고 싶지 않다고 했어.

정직한 척 하지 마.

혼자 알고 있는 걸로 끝내고 말아.

혼자 하는 여행에서 말 친구 생길 수 있어.

그게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어.

하루 이틀 같은 코스 돌아다니면서

남녀로 볼 수도 있고.

운이 나쁘게도 당신이 누군지 아는 사람 눈에
띄어 카메라에 찍혀서 나한테까지 온 거야.

문제 안 삼아.

- 나가자.

- 일어나자고

- 내일 시간 내서 어머니 찾아봬.

하던 일 마무리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빼먹지 말고

알았지?

- 알았어요.

- 당신

사랑해.

그리고 필요해.

평생 책임지고 보호할 거야.

딴 생각 말고 운전만 열심히 해.

타.

- 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갑자기
꽁지에 불 붙게 생겼네.

저 당신 내일 일찍 나가셔서 돈 묶어놓은
거 풀어갖고 오셔야 해요.

- 알았어 그래야지.

- 안 헷갈리고

전부 다 10만 원짜리로 해요 50만 원

100만 원짜리

섞지 말고요.

- 해주라는 데로 해줄게.

현식아 밥풀 줏어라.
거기 거기.

니 무릎 밑에 있잖아.
마루가 배고프대?

그래서 밥 맥였냐?
- 제가 안 그랬는데요 할아버지.

- 야 인석아.

니 자리 앞에 떨어져 있으면 니가
흘린거지 누가 흘린 거야.

- 어머니.
- 어 그래.

어 사과 좀 깎자.
- 진희가 갖고 나올 거예요.

- 한수야.
난로 좀 저 구석으로 치워.

- 네.
- 나 차 좀 줘.

- 진희야 찻물 좀 올려.
- 네.

- 난로 이제 그만 집어넣어도 되잖아요.

- 아이고 얘 안돼.
한 보름 뒀다가 넣어도 돼.

봄날 추은거 아실아실 더 망했어.

어 이리내.
= 제가 할게요.

- 어 그래

그럼

- 아버지 어머니 이제 한 걱정
놓게 생겨 좋으시겠어요.

결혼 연기라는 게 어머니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를 갖다 대도

남이 보기에.

- 다녀왔습니다.
- 아이고 아가씨 들어오네.

축하해요 아가씨.
- 언니 축하해요.

- 축하해요 누나.
- 뭘 축하 받는 건데?

- 최 서방이 연락 왔더라.
다다음 주 중에 식 올리기로 했다면서.

- 이리 와봐

저기 니 오래비가 전화받았는데

그냥 다다음 주에 식 올리고 결혼식
하기로 했습니다 하고 끊었데.

우리가 아는 건 그것밖에 없어.
앉아봐 어디.

- 그거면 다죠 뭐.
- 아가씨 미니시리즈 못하게 됐죠 그쵸?

- 왜요.
- 못 하게 됐으니까 결혼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끼리는 그렇게 얘기했는데.
- 못 하게 됐으면 어때.

오히려 나는 개운하다 얘.
잠 못 자고 얼굴 꺼멓게 죽어가는 거.

아이고 나는 죄 많은 사람이
작가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 뭐가 틀어졌어?
- 뭐가요?

- 뭐가 틀어져서 못하게 됐냔 말이야.

- 못하게 됐다고 누가 그래.
원고 좋다고 얼마나 난리인데 아버지.

- 못하게 된 거 아니에요?

- 이 집 식구들은 나 안 되는
거 빌고 있나 봐 아니에요.

- 너 그럼 결혼식 전에 끝낼 수 있는 거야?

- 싸들고 갈 거예요.

싸들고 가서 7월까지 작업실로
출퇴근하면서 할 거예요.

- 뭐야?
- 어머나 그래도 된대요?

- 예 된데요.
- 얘 지현아.

- 됐어요 엄마.

봐주신다고 허락하셨다니까
걱정할 거 없어요.

싸들고 오라 그러니까 싸들고 가면 되고.

죽든지 살든지 하는 데까지 해보면 돼요.

나 밥 생각 없으니까 먹으란
소리 하지 말고요.

나중에 내가 찾아 먹을게요.

- 저건 하기 싫구만 뭐.
- 아니 그 일을 싸들고 시집가서 어떻게.

- 싸들고 어딜 싸들고 가요.

- 뭐야.
가만히 있어.

아무 소리 마.
괜히 건드리지 말고 가만 내버려둬.

지 하는 대로 그냥 놔둬.
건드리지 마.

자극하지 마.
- 그냥 들어가서 일 못해요.

괜한 똥고집이지.

- 저도 그거 아니까 저렇게
멱살이 하나도 없지.

알 거 아는 애야 아무 소리 마.

그래 포기해도 저 혼자 하게 모른척해.

- 갑자기 왜 변경이 된 거야 그놈.
그럼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 신랑이 기다리기 지루했죠 뭐.

뻔한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에이 안 되겠다.

자기 부모님 설득해서 일해도 된다.

허락하시게 만들어서 하자.
그런 걸로 뭐 답이 나오네요.

- 똑똑한 소리 그만하고 찻물 끊나 봐.

- 제가 볼게요.

- 재 모양 보니까 잘 된 일은 아닌 것 같애.

- 글쎄 그게.

- 엄마 뭐 하는 거예요.

- 아니.
뭐?

- 내일 9시 반까지 내 방으로
와 준비해 놓을게.

두말 못하게 깨끗하게 처리하고
영수증 확실하게 받아요.

아니야.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반드시 받아놔야 돼.

그리고 입조심 확실하게 시켜.

입 잘못 놀렸다가는 감당할 수 없는 일
당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주라고.

또 하나 너도 알아두고

그쪽에도 주지시켜야 할 건

절대 무슨 약점이 있기 때문에
필름 회수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여행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 만나
잠깐 얘기 좀 한 것 뿐이래.

지현이 작가야.

성형외과 의사라고 해서 취재 겸
이것저것 궁금한 것 좀 물어보고

그게 다래.

그러니까 약점 있을 거 없어 알았지?

그래 부탁한다.

그래.
너한테 맡길게.

응 끊는다.

- 지금 편지가 왔습니다.

-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일은 잘 되고 있는지요.

봄볕이 화사한 길을 달리면서

나의 비겁함을 탄식했습니다.

좋은 글 쓰십시오.

- 그래서 그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맞춰야 한다는 거냐.

- 네.
- 그렇게 하라고 허락하셨잖아요.

- 공연한 일거리를 맡았다 허락은
했지만 탐탁지는 않아.

이름 내걸고 하는 일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흉거리인데 누구 집
며느리 이러쿵 저러쿵 앞서니 뒷소리 지껄이는 건 나는 싫어.

보자니까.

너는 글쟁이가 꿈이자 목표였던 아이 같은데
그깟 허명을 얻어서 뭘 할 거냐.

네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글쟁이가 된다고해도
나는 반갑지가 않은 사람이다.

이미 시작한 일이니까 마무리까지는
용인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종결짓도록 해라.

- 네.
- 나가시게요?

몇 시까지 준비하고 있을까요?

- 집에서 점심 먹을 거야.
- 아이고 그래요?

- 냉면이나 말아봐.
- 어 그러지요.

알았어요.
다녀오세요.

오후에 니 아버님하고 포천 우리 친정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기로 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데려가 주신단다.

앉아라 앉아서 우리 차 마시자.

그래.

지금까지는 작업실에 대충
몇시까지 나갔었니?

- 지금까지는 일정하지 않았어요.

일찍 나갈 때도 있고 늦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안 나가고 집에서 일하기도 하고.

- 아 얘 그건 좀 곤란하겠다.

너희 아버님 제일 싫어하시는 게 이랬다
저랬다 되는 대로 하는 거야.

너 그러면 안 돼.

아예 처음부터 나가는 시간 들어오는 시간을 정확하게 적어 내놓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약속대로 절대로 지켜야지 안 그러고 해실해실.

너 편한 대로 했다가는 눈 빠지게
혼나 너 그러면 못 써.

- 예 알겠습니다.

- 우리 집 아침 일어나는
시간은 다섯 시 반이다.

아버님이 여섯 시에 일어나시기 때문에 다른
식구들은 30분 전에 일어나 있어야 돼.

종혁이는 한밤중까지 일하다
자니까 예외를 쳐주지만

다른 사람은 어림없다.

자, 차 들어라.
응 들라고.

- 죽었다.
나는 죽었다 죽었다.

나는 죽었다.

난 죽었다.

- 뭐야?
왜?

- 현경아 나 다다음 주 중간에 결혼식 해.

파타야 사건 종혁 씨한테까지 들어갔고

스캔들 되는 건 막자고

다다음 주에 결혼하잔다.

싫다 그럴 입장도 주제도
못 돼서 그런다곤 했는데

이것저것 장난이 아니야.

- 종혁 씨한테도 기자가 달라붙었대?
- 뭔지는 몰라.

아무튼 알더라.

사진 얘기도 하는 거 보니까 그 손기자라는 애
사진 얘기 그냥 꾸며낸 건 아닌 모양이고

종혁 씨

사진도 본 것 같아.

- 그래서 넌 뭐라 그랬어.
별거 아니라 그랬지?

- 내가 별거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종혁
씨가 별거 아닌 걸로 무시해 치우더라.

나한테는 말할 틈을 안 줬어.

알고 싶지 않으니까 말할 필요 없대.

그러면서 최악이라도 상관없대.

무섭더라.
어떻게 상관없을 수가 있니.

그렇지만 자기는 거기까지는 상상 안 한대.

그건 나를 선택한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나.

- 널 정말 사랑하는구나 그 사람.

- 무서우면서도 얼마쯤 미안했어.

말 못했어.
식 올리자고 했어.

- 잘했어 너 잘했어 지현아.

- 그런데 현경아

내 마음 아직

틈틈이 다른 사람 생각해.

- 곧 끝날 거야.
걱정하지 말고 들키지만 마라.

- 매일같이

새벽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데

매일같이 어떻게 다섯 시
반에 일어나면서 사니?

나 죽었어.

- 몇 시에 일어나든 그거에
습관 들이면 되는 거고.

아무튼 잘 됐어.
너 잘했어.

그래 모두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개꼴 만들어 치우고 끝내.

그럼 너 미니시리즈 좀 놔야겠구나.

- 아니야 해.
7월까지 작업실 나와서 하기로 했어.

허락하셨어.
- 야 너 굉장하구나.

아니 니가 굉장한 게 아니라 종혁
씨가 굉장한 거다 그치.

아니 결국은 니가 굉장한 건가?

멋재 종혁 씨 멋재.

내가 받을게.
네.

예 어머니 안녕하세요.
예 현경이에요.

예 지현이 있어요.
잠깐요 바꿔드릴게요.

얘.
- 왜요 엄마.

얘 침대 이불 가게랑 얘기했는데 말이다.

저번에 맞춰놨던 거 말고
더 좋은 거 들어왔다고

나와서 보고 바꾸고 싶으면
바꾸라고 그러는데

너 잠깐 안 나올래?

- 아니야 엄마 나 시간 없어.

그냥 저번에 걸로 해달라고 하세요.

아 보긴 뭘 봐.
더 좋은 거 래야 가면 또 달라 그럴 텐데 뭐.

먼저 꼭 괜찮으니까 그냥 하세요.

예 괜찮아.
괜찮다구요.

- 그래 그럼 그렇게 연락할게.

우리 지금 나간다.
보료랑 좀 맞추고 수저도 봐야 하고.

할 일 많어.

너희 아버지 같이 나가셔서 오래비
만나서 양복 맞추실 거.

아 얘.
너 참.

최서방 양복은 어떡할 거야.

그래 그건 너희들끼리 하면 되는 거지?

어 그래.

그럼 그건 그렇고 참 너 드레스는
어떻게 하는 건데.

- 걱정 마세요.
알아서 할게.

아니야.
안 맞춰.

한 번 입으면 두 번 입을 일
없는 거 뭐 하러 맞춰.

새 거 골라서 입고 그냥 주는 거 할 거야.

네 그래요.
그럼.

미치겠다.

- 왜?
- 그냥.

너 제자리에 그대로 있나 확인하러.

- 커피 줘?
- 아니.

- 그럼 물 줄게.
물이라도 한 번 마시고 와.

빈 입으로 보낼 수 없으니까.

- 강욱아

너한테 전자 추적장치 같은
거 달아났으면 좋겠어.

의부증 초기 증세 같다.

환자 보다가 문득문득 이 친구
제자리에 있나 없나 궁금해져.

- 제자리에 있어.
어디 안 가.

안심하고 일해.
- 제자리에 있는 거 봤으니까 됐어.

물은 안 마실 테야 갈게.

- 네.
- 네 최종혁 입니다.

지현이 좀 부탁해요.

- 잠깐만요 바꾸기 전에
결혼 축하합니다 종혁씨.

그리고 우리 일 계속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 네.
- 얘 받어.

- 나에요.
- 듣기만 해.

신문사로 홍보자료 내보냈고
필름 회사에서 처리했어.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어.
깨끗하게 잊어버려.

아무 일 없었어 알았지?

- 알았어요.

- 아침에 아버지 당신한테 뭐라 그러셨나
본데 마음에 걸려 할 거 없어.

여자 일하는 거 좋아 안 하시는
아버지 기본 생각이시니까

허락하신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말씀 안 하실 거야.

그런 분이셔.
지금 뭐 하고 있어?

- 정 감독님 오셔서 얘기하는 중이에요.

- 아 됐어.
끊어 그럼.

- 끊어요.
- 마음 가볍게 추스리고.

- 그럴게요.

- 지현이 베스트는 어떻게
되고 있는 거예요.

- 다 됐어.
다 됐어요.

앞으로 이틀 동안 편집하고 믹싱하면
완전히 손 털어요.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 될 것 같은데.

- 정말요?

- 아니 뭐 난 잘 모르겠는데
스태프들 총평이 그래요.

뭔가 다르데요.
뭔가 다르다고 해서 뭐 꼭 좋은 거 아니지만.

박지현 씨 결혼하고 곧장 계속해서
작품 써낼 수 있을까.

- 쓸 수 있어요.
작업실 나와서 쓸 거니까요.

- 걱정되는데

아무리 시댁에서 양해를 하셨다지만

결혼하면 그날부터 시부모님의 남편의
환경이 확 달라지는 건데.

작품밀도 유지가.

- 환경 달라진다고 박지현이 나지연 되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감독님.

- 날짜 맞는데요 뭐.
자신 있어요.

걱정 마세요.

- 아니 노처녀 결혼하는
거야 축하할 일인데.

작품을 위한다면 말이야.

글쎄 아이 그 결혼 안했으면 좋겠다.

- 아이고.

결혼 안하고 작품만 쓰면 감독님이
뭐 책임지실 거예요?

저 결혼하지 말까요?
- 어?

나 별 거 하는 거 알고 있었나.
- 네?

수고해요 여러분.
- 저희 믿어주세요.

- 감독님 오셨어요?
- 아 소유자 씨.

아 참 그 일일극 말이요.

김현철한테 알아봤는데 벌써
후속 결정됐다네.

- 저도 들었어요.
아무튼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니 뭐 일이 잘됐어야 인사를 받지.

수고해요 암튼.
- 가세요.

- 예 수고해요.
- 지현이 니 소문 말이야.

생각보다 심각한 거 같더라.

- 얘 됐어 얘들 다음주에
결혼식 하니까 그만 끝내.

- 얘 너 잘했다.

종혁 씨 귀에까지 들어가기
전에 머리 잘 쓴 거야.

종혁 씨 아직 모르지?
- 아니 알아.

- 알아?
알고도 결혼하는 거야?

- 알고 하는 거야.
감쪽같이 잡아뗐니?

니가 다 길길이 뛰었니?
- 야 잡아떼고 길길이 뛸 게 뭐 있는데.

여행 중에 차 한 잔 마신 게
무슨 주홍글씨 낙인이니.

왜 그래 너.
- 야 나 등신이니?

그 정도로.

- 허민경이 월간 여성 한 기자 동원해 지현이
잡아내고 이모 보내 난동 피게 만들어?

- 오바야 오바.
그쪽 오바.

지현이는 차 한 잔 마신 거 밖에 죄 없다고.

- 차 한 잔 마신거 밖에 죄 없으면.

그럼 박지현이 왜 고스란히 당해.

이빨이 안 맞잖아.
거짓말을 하려고도 좀 더 치밀하게 해라.

그래갖고 무슨 작가씩이나 한다고 그러니.

- 그래 굳이 작가씩이나 해서 미안하다.

일 안되겠어.

볼일이나 보고 들어올게

이것저것 너희들한테 미안해.

- 같이 나가자.
- 아니야 너 있어.

나 혼자 갈거야.

- 왜?
- 유자 꼴 보기 싫어서.

- 그럴 것도 없어.
약오르지 않겠니.

저 혼자 따돌려주는 거.
- 믿을 수가 있어야 끼워주지.

-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 그러니까 우린 전생에 부부였지.

여기서 니가 잡아당기더라.

- 차 마셔.

- 유자 쟤 애지 간 있으면 종혁
씨 꼬시려고 덤벼들었을 얘야.

왜 초기에 살짝살짝 우습게 굴었었잖아.

- 그만해 됐어.
차 안 마실려면 일어나자.

나 볼일 봐야 해.
- 무슨 볼일 볼 건데.

- 종혁 씨 신부 될 뻔했어.

어차피 가야 할 길 방실방실
웃으면서 씩씩하게 갈 거야.

우리 아버지 세월이 쌓이면
정이고 정도 사랑이라더라.

- 한번 입어보세요.
입고 보시면 그냥 보는 거하고 또 달라요.

내 생각엔 이 디자인이 딱 떨어질 거 같은데.

- 좀 심플한 디자인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깨끗하고 단순한 디자인이요.

- 신부님 자체가 너무 청초하고 깨끗해요.

드레스까지 심플하면 지나치게 빈약해 보일
수 있으니까 약간 화려한 게 암튼.

- 암튼 다른 것도 좀 보고요.

- 보세요 얼마나 화사하고 이뻐요.

내가 추천하는 대로 하세요.

어쩜 손 볼 필요도 없겠네.

이렇게 딱 맞기도 힘드는데
아주 맞춤이네요.

마음에 안 드세요.
- 글쎄요 혼자 결정 못 짓겠어요.

친구랑 같이 올 걸 그랬나 봐요.

- 맘에 안 들어?
- 뭐가?

- 얼굴이 왜 그래?
맘에 안 드는 사람 같아.

- 우습지만 20대 어린애도
아니고 폼 안 나잖아.

- 왜 그래 폼만 나는데.

- 쑥스럽다 좀 그래.

- 여기 좀 봐주세요.

여기가 왜 완전히 편안하지가 않죠.

- 안녕하세요.
- 어 박지현 씨 어서 오세요.

아침에 어머님하고 통화 이후에.
- 뭐 다른 게 들어왔다면서요.

좀 뵐까요.

- 들어오세요

- 여보세요.

이거 세일 할 계획 없어요?
- 세일 끝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손님.

- 너무 비싸다.
미안해요 좀 더 보고요.

- 이쁘면 그냥 사지 그래?
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얼굴 하지마.

쇼핑 나왔어?
작품 안 써?

요새 나오는 거 없지?

잠깐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저기 가서 차 한잔 할까.

- 더 이상 볼 일 없으실
텐데요 이거 놓으세요.

- 글쎄 볼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 뒤에 서로 만나 안 만나.

만나 안 만나 궁금해서 그래.

- 이 서방한테 직접 확인하세요.
- 그렇게 당당한 처지가 못되잖아 너.

꼬려봐서 어쩔건데.
그러니까 죄짓고는 못 사는 거야.

나 쳐다보고 나니까 가슴
철렁 떨어지고 무섭지.

몸 조심해.

괜히 한 번 더 내 손에 걸렸다 하면 그땐
니 약혼자 집으로 직접 쳐들어갈 테니까.

아 요 아가씨한테 하는 말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끼리 볼 일이니까.

이쪽은 예정대로 결혼식 해.
청첩장을 못 보내도 알고는 있으라고.

둘이 예복 가봉 하러 갔어.
너 얼마나 잘나서 이래.

어른이 얘기를 하면 최소한 아는
척은 해야 할 거 아니야.

- 여보세요.
- 나는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니.

본 김에 다짐 한 번 더 받고 싶어 이런다.

다시는 안 만나고 완전히 끝났다는 다짐 한 번 더
받고 싶어서 거지까지 줄줄 따라다니면서 이 소리.

저 소리 하는데 뭐가 그렇게 잘났니.

뭐가 그렇게 잘나서 철저히
무시하는 거야 너.

- 그걸 아주머니한테 왜 해요.
- 뭐?

- 그런 다짐할 생각 전혀 없어요.

지금이라도 만나고 싶으면 만날 거고
안 끝내고 싶으면 계속 할 거고.

내 마음이에요.

아주머니 싸이코 아니예요 엄마도
아닌 이모가 무슨 상관이에요?

- 저 기집애 저 사람 열도
더 잡을 년이네 저거.

야.

기막혀 뭐 사이코?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요즘
애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저걸 어째 못 깬 놈이 성낸다고.

- 이모.
- 어 그래.

볼일 다 봤니?
일 다 끝냈어?

앉아 앉아 이 서방.
- 우린 끝냈어요.

좀 둘러봤어요?
- 둘러봤지.

돈이 없지 물건이 없는 세상이니 어디.

찍어놨으니까 차 마시고 올라가 결정해.

이 서방 예복 잘 빠졌디 맘에 들어 이 서방?

- 네 뭐.
괜찮다네요.

- 커피 주세요.
커피 먹지?

- 나는 콜라주세요.
더우네 이모.

- 그래 어느새 봄이지.

- 병원일 거야.
나 들어가 봐야 돼.

- 받아봐.
- 네.

- 지현이에요.

두 사람이 같이 저지른 일에 왜 나만
이렇게 폭행을 당해야 해요.

허민경 씨 이모 정신병자예요?

무슨 상관이 있어서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는거예요.

- 잠깐 잠깐요.
-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으니까.

얘기를 해요.
왜 그래요.

- 재수없게 백화점에서 부딪혔어요.

그 아주머니하고 무슨 말을 할
게 있고 하고 싶겠어요.

피해도 피해도 일부러 쫓아오면서까지
사람 괴롭히는데 정말

꼴이 말이 아닌 게 망신당했어요.

그거 하나 해결 못 해줘요?
나 이민가 살아야 하는 거예요?

무슨 그런 사람이 있으면 도대체가.

- 무슨 전화야?
- 이모님 여기서 지현이 만났습니까?

- 어머나 그 계집애란 말이야 지금 그게?

- 나 먼저 일어난다.
이모님하고 얘기 좀 해.

- 강욱아.
- 다시는 같은 일 없게 한다고 그랬잖아 너.

뭘 한거야 하긴 한거야?

어떻게 이 집안의 기본적인 바닥
상식도 없니 정말 질린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 야 나 잘못한 거 없어.
그릇 집에서 보고 아는 척 한 죄 밖에 없어 얘.

- 아는 척을 왜 해요 이모.
누가 반갑단다고.

- 지깟것 반갑거나 말거나 내가
신경 쓸 일 뭐 있니.

본 김에 실망만 더 주려고 말한 것뿐이야.

- 무슨 말을 어떻게 걸었는데.
- 이야 제까닥이구나 민경아.

이건 끝난 거 아니다 너.
아니 어떻게 이렇게 제까닥이니 어?

10분도 안 됐어 얘 10분도.
- 무슨 말을 어떻게 걸었는데.

- 잠깐 세워요 얘기 좀 합시다.

얘기 좀 하자구요.

얘기 좀 해요.
부탁해요 차 선 바꿔서 잠깐 세워요 지현 씨.

- 됐어요.
그럴 것도 없어요.

- 지현 씨.
지현 씨.

- 이모 때문에 돌겠어 진짜.

그게 뭐야 그게.

정말 챙피해 미치겠네.

강욱이 우리 경멸해.

아까 하는 말 못 들었어?
질려버리겠다는 말이 뭔지 몰라?

상대할 수 없게 형편없단 말이에요 우리가.

- 누가 누굴 상대 못해 주제에.

- 이모.

- 처음부터 나쁜 뜻이었다면
내가 벼락 맞아.

처음에는 그냥 아는 척하고 좋은 말로

니들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계속 잘
부탁한다는 소리 하려고 시작한 거야.

- 뭘 부탁해 뭘 부탁해.
- 이 서방 꼬여내지 말라고.

- 이모 팔개월 반이예요?
그런 부탁을 왜 벨도 없이.

- 너 위해 벨 뺐다 그래 어쩔래.

- 이거 정말 경고예요 이모.

진짜 두 번 다시 이런 일 만들면
나 이모 평생 안 봐요.

볼일 못 보겠어.
- 얘 나 보고 안보고가 문제가 아니야 너.

너 어떻게 10분도 안 돼서 그 기집애 뽀르르
전화한 게 기똥찬 일이란 말이야.

- 뭐라고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어요.

그런

그렇게까지는

원색적인 분인지 몰랐는데
조카들하고 각별해요.

오랫동안 같이 자라서 엄마나
다름없는 이모이기 때문에.

- 우리 집 같으면 엄마도
그렇게는 안하세요.

- 할 말이 없네요.
할 말이 없어요.

- 혹시

잡지 기자가 만나자는 일 같은 거 없었어요?

- 잡지가 왜요?
- 여러 가지로 운이 좋군요.

나한테는 기자도 달라붙었어요.

파타야에서 우리를 본 사람이
있고 사진도 찍어왔대요.

나뿐만이 아니라.

나하고 결혼할 사람한테까지
얘기가 들어가서.

- 어떻게 됐어요.
- 그 사람이 처리했어요.

그리고 곧 결혼식 치러요.

- 괜찮아요.
어려운 점 없어요.

- 어려운 점은 글쎄

살아봐야겠지만

아직 모르겠어요.

문제 안삼아요.

다시는 안 만나겠다고 약속했다면서요.

약속깻네요.
-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만나고 싶어요.

그러면서 이 악물고 참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나쁜 놈 되는 게 뭐가 그렇게 겁이 나는지.

어느 순간 헷가닥 돌면 다 집어던지고.

미친놈 되

지현 씨 붙잡고 살려달라 소리칠 것 같아요.

가질 수 없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거

벌 중에서도 제일 심한 벌이지 싶어요.

- 난

결혼하는 사람 좋아하려고 해요.

그 사람한테 난 빚쟁이니까요.

이제 그만 일어나죠.

- 고향 갔다 와서 보낸 내 편지.
- 받았어요.

답장 안했어요.
- 이제 답장 안 할 거예요?

- 안 할래요.
말짱 쓸데없는 짓이잖아요.

괜한 짓이에요.

- 이제 정말 다신 볼 수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피차 건강합시다.

나중에 일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어쨌든 건강은 하도록 노력하자구요.

- 굉장히 꿈이 크네요.

나는 그런 생각은 안 해요.

그렇지만 어쨌든 건강은 하세요.

- 어떻게 되신 거예요 선생님.
- 아 미안해요.

환자분들은?

- 모두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 전에 허 선생님이
선생님 오늘 안 들어오실 것 같다고 하셔서.

- 잘했어요.
계속 비워놔요.

수술 없어서 다행이에요.

네.
- 들어왔니?

- 지금.
- 내가 지금 내려갈게.

- 아니야 그럴 거 없어 됐어.
피곤하다.

더 얘기하지 말자.

- 이모는 별로 나쁜 마음으로
아는 척한 거 아니래.

그런데 그 아이 태도가 이
모를 열나게 했나 보더라.

- 말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나쁜 마음이 그 좋은 마음이고 하는 척을 왜

이모 자체가 그 사람한테
부담이고 스트레스야.

아는 척할 필요 없는 거잖아.

- 아는 척할 필요 없는데
글쎄 이모가 실수하셨어.

이모 잘했다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애한테 내가 사과할 테니까 화 그만 내.

- 뭘 한다고?
- 사과한다고.

- 그만 둬 하지마.
그것도 웃기는 짓이야.

너하고 이모 건드리지 마.
건드린 거 자체가 괴롭히는 거야.

- 그렇다고 그러대?
너 만나고 들어오는 길이잖아.

- 그래

안 보겠다는 거

어거지로 만났어.

- 그래서 네가 사과할 거 다
했으니까 더 할 거 없다고.

- 아무튼 건드리지 마.
- 네 보물이니까.

무섭게 싸고 돈다.

우리 모두 황당하고 신경질
나지만 너도 참 볼만하다.

가관이라고 그러나.
- 가관?

- 애 다칠까 싸고 도는 게 그래.
- 너 말 좀 골랐 써.

- 너 핸드폰 또 죽여놨니?
- 어 그래.

- 종혁 씨가 찾더라.
전화해봐.

- 어.
- 그건 뭐야?

- 어 찻잔 이뻐서 사고 속옷 좀 샀어.

나 우리 엄마 닮아서 궁상이잖아.

속옷 대부분이 정말 눈 뜨고 못 봐줘.

그거 갖고 갔다가 종혁 씨 졸도할
거 같아서 싹 다 바꾸려고.

- 나도 속옷 사는 돈은 그렇게 아깝더라.
좀 비싸야지 또.

- 어 네.
사장님 안 계신가요?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작업실이라고 전해주세요.

네 안녕히 계세요.

유자는?
- 몰라.

너 나가고 우리 한마디도 안했어.

그러고 있다 핑하니 나가더라.

- 아유 못됐다.
뭐 그럴 것까지 있어.

- 밉상이잖아.
- 너 뭐하는 중이야?

- 니 원고가 나와야 나도 뭘 하지.

옛날에 쓰다 처박아 놓은 소설 꺼내서 보고
있는데 유치방정해서 야 근지러워 죽겠다.

이걸 다 날리나 어쩌나 생각 중이야.

- 날리지 마 날리지 말고 놔둬.

날리면 후회한다 너.

오늘 유치방정한 게 내일 보면
괜찮을 수도 있고 그렇더라.

- 씩씩하겠다더니 진짜 씩씩해진거니?

말소리가 달라졌다?
- 어 그런다고 했잖아.

어디서 시작하기로 했지.
- 풀롯 짜놓은거 봐.

- 첫 신이 좀 마음에 안 들어.
다른 수가 없을까.

- 괜찮은데 왜 그래?
- 아니야.

좀 더 나은 시작이 있을 거야.

- 선생님 퇴근 안 하세요?

- 어 나가야지.
먼저들 나가라.

나 정리할 게 좀 있어.
- 네.

- 네.
- 나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어.

벨 누르고 문 열어줄 때 기다리는 거
싫으니까 전화 끊고 문 열어줘.

- 알았어요.

- 10시가 다 됐어.
언제 들어가려고 이러고 있는 거야.

- 늦는다고 했어요.
아까 전화했었는데.

- 아 회사 비웠었어.
저녁은 하고 하는 거야?

뭐야 이런 거 먹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참이니.

- 허기만 메꾸면 되니까.

- 아니 현경 씨는 어디 갔고
유자 씨는 왜 혼자야.

- 유자는 아까 일찌감치 나갔고
현경이도 들어갔어요.

- 나가자 밥 먼저 먹여야겠다.
- 어 나 생각 없어요.

배고프면 집에 가지고 먹으면 돼요.

올 줄 몰랐어요.
앉아요 뭐 마실 것 줘요?

- 저건 뭐야?

- 웨딩드레스 보러 나갈
김에 속옷하고 찻잔 좀.

- 웨딩드레스 봤어?
- 아직 결정 못했어요.

내일 현경이랑 가서 결정할 거예요.

마실 거 뭐 줘요.
- 아 마실 거 필요 없고.

밤샐 거야?
밤샐 거 아니면 그만 정리하고 나가지.

당신한테 보여줄 거 있어.
- 뭔데요?

- 나가보면 알아.

- 잠깐이요.
디스켓 카피 좀 하고.

- 이리와 따라와.

어때?

진작부터 바꿔주고 싶었어.
이제 군말 안 하겠지?

받아.
당신 차야 왜 그래.

- 아버지랑 오빠 말고 누구한테
뭐 받아본 적이 없어서요.

- 안 좋아?
- 좋아요.

- 좋으면 좋아하면 되잖아.
그럼 나도 기분 좋고.

- 아버님 어머님 다 아세요?
- 내가 산 거야.

상관 안 하셔.
키 우기사 주고 내 차 타.

어디 가서 우동이라도 먹자.

- 그만 좀 쳐다봐요.
국수가 목에 걸려요.

- 당신 그런 거 상관 안 하잖아.
갑자기 왜 그래?

- 글쎄요 갑자기 그러네요.

- 웨딩드레스 봤어?

웨딩드레스 보러 나갔었어?

말 안 해도 알아서 했다는 거지.

나도 오늘 회사로 불러서 예복 마쳤어.

- 엄마가 양복 얘기하시는데.
- 아 신경 쓰실 거 없다 그래 내가 알아서 해.

- 그만 먹을래요.
- 왜 맛이 없어?

- 자동차 때문에 흥분했나 봐요.
안 먹혀요.

- 기분 좋게 해주려는 건 고마운데
헛소리까지 할 건 없어.

자동차 같은 것 때문에.

이럴 것 같았으면은 지금까지
내가 속을 왜 썩였니?

- 과대평가하지 말아요.
오늘은 넘어왔어요.

- 그래.

- 안녕하십니까.
저 왔습니다.

- 그래.
그런데 웬 못 본 차야?

- 지현이 차예요 아버님.

- 차가 어때서.
- 바꿔주고 싶었어요.

- 괜한 짓 했다 들어와 들어가.

- 아닙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아버님.
- 괜찮아 들어와 들어와.

-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어머니.
- 아이고 아니야.

애도 안 들어오고 잘 시간 멀었던 참이야.

식구 안 들어오면은 못 자게 해 이 양반.

- 먼저 앉아.
- 예.

- 매제 왔어?
- 예 저 왔습니다 형님.

- 앉아.
자네한테 고맙다 소리 해야겠어.

날 잡아놓은 거 미루고 어쩌고.

우리 집 그다음 보통 찜찜했던 거 아닌데 이제
산뜻해졌어 봐 하면 할 수 있는 거잖아.

뭐 차도 안 줘?
- 차를 뭘로.

- 이닙니다 차 안 마셔도 돼요.
생각 없습니다.

- 그래도.
- 놔둬요 언니.

- 제가

이랬다 저랬다 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님.

- 죄송할 건 없는데 발바닥에
뜨끈거리게는 생겼어.

- 예식장 잡기가 쉽지 않을 텐데.

- 아 저 염려하지 마세요.

오늘 알아봤는데 내일이면
만들어질 겁니다.

- 종혁 씨네가 나서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아버님은 별 걱정을 다 하시네.

그런데 우리 아가씨 일하라고 밀어주셨다가
갑자기 왜 도로 당기는 거예요?

무슨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 이유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다리기 너무 지루해서요.
제가 장가 빨리 들고 싶어서요.

이 사람 늙는 것도 아깝고요.

- 늙기는 뭣하러 상관해.
- 얘 차 바꿔줬네.

괜히 쓸데없는데 돈 썼어.

- 아이 소형차보다는 안전면에서
훨씬 더 나아요 아버님.

- 낫고 말고 그럼.
- 봐요.

아가씨는 뭐가 불만이에요.
에 말도 안 돼.

고객이 여기 있는 티켓 티켓 - 애미야.

- 복 까불지 말고 겸손하세요.
오빠가 잘못한 게 뭐예요.

아가씨는 오빠한테 큰 절 해야 해요 진짜.

- 큰 절 필요 없고 잘만 살면 돼.

너 잘 살면 됐지.
네가 볼 거나 없는 사람이야.

- 어머나 아가씨 타던 차 내가
타면 되겠네요 어머니.

- 한 집에 차가 몇 대야.

기태 차에 트럭에.
- 아가씨 차는 갖고 시집가잖아요 아버님.

- 친구한테 넘기려고 했는데
언니 타고 싶으면 타요.

- 뭘 타.
괜한 소리 말고 줄 사람 있으면 줘.

- 여보.
- 뭐 어디 다닐 때 했다고 차가 필요해.

- 기름값 들고 세금 내고 위험하고.

- 더구나 당신 어떻게 차를 만진다는 거야.

당신 차 몰고 나가면 여러
사람 돌게 만들 거야.

아예 꿈도 꾸지 마.
- 종혁 씨는 아가씨 새 차도 뽑아줘요.

당신은 그래.
- 필요가 없잖아.

뭐 한다고 차가 필요해 당신이.

- 저 그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 그래.
- 주무실 시간에 죄송합니다.

예식장 날짜하고 시간은 내일
연락 드리겠습니다.

- 어 그래.
집에 전화 받는 사람 없으면 얘한테 해.

우리는 별로 하는 것도 없이 괜히 바쁘거든.

- 예 알겠습니다.

- 네 여보세요.

- 와 좋다.
현식 씨 이거 얼마짜리나 되는 거예요.

- 한 1천만 원은 할걸.

- 1천만 원만?
차가 이렇게 좋은데?

- 그럼 2천만 원이요?

- 거의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

- 진짜요?

- 네.
- 너 아버지가 잠깐 오래.

- 왜요.
- 몰라 와 봐 어쨌든.

얘 왔어요.
- 앉아.

- 자 우선 한 잔 털어넣으시구요.

- 그래.
얘도 줘.

- 주고있어요.
- 아니 엄마 나 일 해야해.

- 일하지말고 자 오늘 그냥.
- 받아 빨리.

듭시다.

- 마시기 전에

이건

아버지랑 엄마 앞에서 너

시집가서 잘하고 살겠다는 약속이
술이니까 그런 줄 알고 마셔.

엄마랑 나 너 때문에 걱정이 많아.

왜 걱정이냐.

너 좋아라 가는 시집이 아니니까
영 마음 걸려서 그래.

- 팔 아프니까 우선 한 잔 드시고 계속해요.

- 아 그럴까.
자 마시자.

마셔.

- 자 요.
- 얘 먼저 줘.

- 괜찮아요.
- 자 요.

- 남녀 사이에

서로 끌리는 게 있고

없기도 한다는 거 알고 있어.

네가 최 서방한테 그게 없다는 것도 알고.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니 엄마랑 나는

최 서방한테 불만이 없어.

최 서방만 하기가 쉽지 않은 거야.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 그럼요 안 쉽죠.

- 그래서 우리 생각에는

네가 최 서방을 달가워 안 하는 게

어쩌면 니 오래비 때문 아닌가

그렇기도 해.

네 오래비가 처음부터

뭐냐

너무 흥분해서 좀 설쳐된 경향이 있거든.

그래서 네가 처음부터 뭔가 괜히 딱

거부감이 들어서.

- 꼭 오빠 때문만은 아니에요 아버지.

- 그래?

- 그냥 나하고 잘 안 맞는 사람이에요.

-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니.
그보다 더 잘 할 수는 없어 얘.

더구나 요즘 애가

더구나 태어나기를 틀리게 태어난 사람이

너는 내가 뭔데 하는 그런 생각도 안 드니?

우리 육촌언니 옛날에 죽기보다는 싫다던
사람한테 시집가면서 그러더라.

내가 뭔데 남의 귀한 집 아들을
이렇게 푸대접하나.

내가 뭔데.

그러면서 시집 가더니 아주
쩍 벌어지게 잘만 살어.

아주 잘 살어.
- 내가 뭐냐고 엄마.

- 그래 네가 뭔데.
- 나 아버지 엄마 딸 박지현이야.

- 박지현이가 뭔데.

- 알았어요.

내가 뭔데 한번 해볼게.

- 더 따라 더 따라.

- 내가 뭔데.

내가 뭔데.

내가 뭔데.

네 여보세요.
박지현 나 허민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