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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나무의 푸르름을 봤을 때 그 푸르름의
끝을 생각했다.
먼지 속에서 빛나는 유칼립스의 잎을 봤을 때 어릴 때 할아버지의 나무가
생각났다.
그 일이 있은 후 이곳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 난 무채색의 공간에서도
푸르름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여기 버려진 거북 알로카시아가 있다.
거북 알로카시아는 거북이의 등을 닮아 이름 지어진 식물이다.
등껍질을 잃은 거북이처럼 깨진 화분 속의 거북 알로카시아는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을 알아봐 줄 존재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분에 금이 가면 식물들도 상처를 입 는다.
깨진 화분 속 식물은 오래 버티진 못 한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생기를 띠는 듯 보이지만 식물은
머금고 있던 양분을 빼앗기고 서서히 말라든다.
깨진 화분, 엎질러진 흙더미 사이에서 과거의 내 모습을
하고 있는 거북 알로카시아가 말을 걸 었다.
네, 어서오세요.
여기 혹시 분갈이도 해주시나요?
네, 제가 볼까요?
꽉 들어쳐서 화분이 작네요.
사진도 찍으시나 봐요.
화분은 어떤 걸로 분갈이 해드릴까요?
어떤 화분이 있는데요?
둘 다 토분인데 유약을 안 바른 거랑 바른 거예요.
통풍이 잘 되고
안 돼서 그 색상에 맞춰서 식물을 심 는 화분이에요.
이 화분은 뭐예요?
필멘트 화분이요.
탄세계리아는 어떤 화분이랑 잘 어울릴 까요?
다 잘 어울리는데 저는 주로 토분을 좋잖아요.
네, 그럼 토분으로 부탁드릴게요. 네 .
아, 빡빡하네요.
산세베리아는 번식력이 좋아서 이 안에 서 새 잎들을 계속 밀어내고 있어요.
신기하네요.
이거를 같이 분갈이 해드릴까요? 아니 면 세 개를 나눠서 해드릴까요?
세 개로 나눠주시겠어요?
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차원전 드 릴까요?
네. 감사합니다.
저 사진 좀 봐도 돼요?
예
잘 되세요.
이거 되게 맛있다. 이거 무슨 차예요 ?
국가차예요 국가
꽃잎을 넣었나봐요 향이 더 좋으려고 직접 키워서 말렸어요
오래
키우셨네요
네
한 5년 정도 길렀는데 신경을 하나도 못 썼어요
대학
졸업하고 고시원 들어갈 때 친구가 사 줬던 거예요 공기 정화된다고
누군가를 챙긴다거나 무언가를 기를 수 있는 여유가 아예 없던 시기였어요.
가끔 마시던 물 남은 거 부어주는 정 도만 했거든요.
한사베리아는 의외로 왕성하게 자라는 식물이에요 생긴 건 좀
무뚝뚝해 보여요
그러게요
고시원을 몇 번씩 옮겨 다녀도 잘 자 랐어요
저는 해준 게 없었는데 걔는 항상 제 옆에 있어줬더라고요
아무도
안 만나던 때가 있었거든요
혼자서 너무너무 답답했어요.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커튼
틈새로 강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 햇살이 이동하다가 딱 산세베리아 화분을 비췄어요.
얘도 햇빛이 보고 싶었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는 매일 햇볕이라도 쬐어지려고 창가에 올려놨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생물이 우리에게 주는 힘일 거예요
흙물의 힘 멋진 말이네요
고마웠어. 찬전도 드릴까요?
가까이서 가셔도 돼요.
질문 하나 해줘도 될까요?
네.
이 식물 가게, 모아서 시작하신 거예 요?
네.
어릴 때 외할아버지가 수목원을 하셨었 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좋아서
하신 거구나
저는 얼마 전에 시험을 그만뒀거든요 다들 하고 싶었던
건 아니라서 괜찮았어요 주변에서 하도 가족들이 하라고 해서 했던 거지
저도
좋아하는 게 있었는데
용기를 못 내다가 엉뚱하게 시간을 보 냈어요.
그리고 진짜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사면 안 된다고도 하고.
그래서 진짜 부러워요 좋아하는 일을 하신다니까
얘네가 맞는 화분을 찾아간 것처럼 저 도 찾아갈
수 있겠죠?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저
또 놀러와도 돼요 그럼요
저는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몸집에 비해 화분이 작아 보이면 분갈 이를 할 때가 된 것이다.
내 생각에는 사람도 때마다 분갈이가 필요하다.
뿌리가 자라다 못해 흙 위로 올라오는 것처럼 마음이 제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자꾸 밖으로 삐져나올 때 마음 이 가는 그곳으로 사람도
분갈이를 해야 한다.
5년 만의 분갈이 당분간 충분한 공간 일 것이다.
서진 씨도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화분 으로 옮겨가 그곳에서
오랫동안 뿌리 내렸으면 좋겠다.
형 저 왔어요.
어 왔어?
형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니 어쩌다가?
그냥 잘 크는 줄 알고 뒀는데 지난 주말에 보니까 바짝 말라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못 줬던 만큼 좀 무릎 이 됐어요.
과습됐나보다.
과습이요?
과학이 습해져서 문제가 생긴 거지.
사람으로 치면 한동안 쫄쫄 굶다가 갑 자기 과식을 해서 생긴 문제 같은
거?
과습 때문이구나.
그럼 죽은 거예요?
일단 한번 보자.
죽은 건 아니죠.
꼭 살리고 싶어요. 두 개 다.
글쎄... 살릴 수 있을지 포기를 해 야 할지 한번 안을 들여다보자고? 잘
좀 봐주세요.
차 한 잔 하고 있을래?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아, 그래요?
그럴게요. 그러면 그때 마셨던 허브티 ... 히비스커스?
아, 네. 그걸로 주세요.
형 전 물 마실게요. 형 앉아있어.
형아 주문해.
별로 생각이 없어.
아까 목마르다고 했잖아.
나중에 화분 찾고.
내가 하나 사줄게.
봐봐.
그게 아니라.
뭐가 아니야?
뺏어 먹을 거잖아 아니야 아니 그게 뭐가 아니야 맨날 그러잖아 뭘 맨날
그래
알았어
같은 걸로 마실게.
진우야 아까는 그래
아껴 쓰고 싶어 다 이유가 있잖아. 알아.
이유가 있지.
그래.
아껴서 청약도 넣고 적금도 들고.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제발 그만해.
넌 말이 왜 그래?
항상 그러잖아.
돈을 모아야 한다니 적금이니 뭐니 항 상 그러잖아.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아니 형 뭐 적금 안 든다고 잔소리하 다가 나한테 맨날 삐지잖아 아니야?
아니야
감사해요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네
작은
놈이 문제다
과습이 돼서 작은 눈 밑동에 썩고 그 래서 큰 눈까지 병에 걸렸다.
나 일 그만둔 이후로 계속 그러잖아.
뭘 계속 그래?
맞잖아. 회사 그만둔 이후로 계속.
나중에 얘기해.
왜?
지금 여기가 뭐 어때서 그래?
말 좀 해봐.
내가 회사 그만두고 자기 일 하다가 망하는 사람들 많이 봐서 그래.
네.
네가 지금 사업 시작하면 뭐든 될 것 같아도 현실은 그게 아니야.
현실은 그렇구나.
다들 회사 그만두고 자기 일 시작하면 시간도 자유롭게 쓰니까 금방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망 하는 사람들 훨씬 더 많이 봤어.
사업이라는 게 돈만 가지고 마음만 가 지고 되는 게 아니라니까.
나는 처음부터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근데
형은 나 믿어줘야 될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은 못 믿어도 형은 나 믿어줘야 될
거 아니야
건강할 때는 서로의 성장점이 되지만 병들기 시작하면 가장 가까운
곳부터 상하는 지점이 된다.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 다고 왜 내 말을 이해를 못해 뭘
이해를 못해 그래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좋지
그렇다고 남들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왜 쉽게 그만둬?
그래서?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니까 내가 힘들어 도 내가 잘 맞지 않아도 그냥 거기
다니는 게 맞는 거야?
회사라는 데가 다 그렇지 뭐 난 뭐 다니고 싶어 다녀?
나도 다 때려치우고 나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어
아
답답해
답답해 보이겠지만 너 공부하는 동안에 내가 탑의 경험도
많아지고 아무래도 아는 게 좀 더 있 을 수 있잖아.
응?
너랑 나랑 능력 있고 젊으니까 바짝 벌면 돈도 금방 모을 수
있고 나중에 여유되고 안정되면 그때 충분히 준비해서 그때 사업해도
되잖아.
내가 사업이 하고 싶은 거야?
그냥 행복해지고 싶다고 나는 진우야 난
그냥 형이랑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고 오늘 이 허브티 한 잔에 여유도 못
즐기는데 무슨 무슨 왜 나도 행복해지 고 싶어
현지의 즐거움만 찾다가 나중에
잘못되면
너 그때 어떻게 할래? 어?
나도 똑같아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들어와서
한번 볼래? 얘기 다 끝내면 얘기 다 했어요
최선을 다해봤는데 한 거예요?
작은 놈 뿌리가 이미 썩어 있어서 근 데 큰 놈은 치료 잘 하면
살릴 수 있을 거야 형 두 개 다 살 릴 수는 없어요?
나도 둘 다 살리고 싶은데 그렇게 되 면 큰 놈도 같이 썩어도
힘들어
형, 하나 있으면 의미가 없어요.
둘 다 살려주세요.
그래, 나도 마음은 그런데.
이거 봐.
물 먹어서 색깔 변한 거 보이지?
물 말리고 다시 심으면 안 돼요?
좀 힘들어.
아쉽지만.
이걸 다시 같이 심어줄 수는 있는데 그럼 어차피 다 썩을 거야 의미가
없어
네
여보세요?
아 잠시만 예 선생님 제가 보내주신 샘플
20개 하고요
너희 잘 주면 안 된다고 형이 얘기했 었잖아
우리
관계가 딱 이 호야필이 같다
뭔 소리야 그게
다 심고 잘 키우면 될 거 아니야 다 시 심는다고
싹이 트겠어?
둘 괜찮을까?
이번엔 좀 걱정된다.
이 식물은 스파티필름이라는 이름의 식 물입니다.
잎이 넓어서 공기정화와 가습기능이 뛰 어난 식물이고요. 그리고
관리만 잘하면 1년 내내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런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호야케리라는 이름의 다육인데요.
모양이 하트 모양이어서 유럽에서는 발 렌타인데이 때 연인들끼리
초콜릿과 함께 선물하는 그런 식물입니 다.
원하는 식물 하나씩 고르셔서요.
아까 말씀드린 방법대로 심어보도록 하 겠습니다.
나중에 귀찮아질 것 같은데.
그래도 신무엔은 엄청 뿌듯해질걸.
그리고 얘랑 매일 대화도 하고.
회화를 한다고? 응. 얘랑? 왜?
해봐.
쉽다 뭐.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지켜주는 것 같아.
백허브 하는 것처럼.
다른 시공간을 살던 식물을 하나의 화 분에 옮겨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뿌리가 옮겨든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물과 양분을 함께한다.
하나의 화분 속 심겼던 마음들이 뿌리 째 떨어져 나갈 때
함께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떼어낼 때의 아픔이 크고
좁게만 느껴졌던 화분이 크게 느껴진다 .
잘 지냈어요 선배?
어 이거 그냥 버리지
몸도 무거울텐데 뭐하러 가져왔어?
사진부에서 사진 정리한다길래 선배 사 진 보여서 가지고 왔지 생각나서
그래
예정일이 언제야?
11월 16일이요. 뭐하니?
허브티 한잔 줄까?
차갑게 마실거지?
얼음. 예정아.
많이 넣어주세요 얼음. 그래.
레몬그라스랑 타이머브가 카페인도 없고 칼슘이 풍부해서 산모들한테 좋을까
나 이렇게 이쁜 공간일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이런데 취미가 있는지 몰랐네
맞다
나
선배가
그때 퇴사한다고 했었을 때 얼마나 놀 랐는지 몰라.
선배는 늘 현장에 있었으니까.
시리아에서 돌아왔다는 얘기 듣고 걱정 많이 했어요.
근데 여기 오니까 선배 보니까
안심된다 편해보여요
근데 어쩌다가 이런 가게를
차리게 된거에요?
원래 식물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릴때 외할아버지가 작은 수목원을 하 셨어
어렸을 때 5년 정도 거기서 살았었어
수목원에서요?
그랬구나 어릴 때 그 나무들을 보면서
나무 이름이 다 다른 건 알겠는데 다 비슷해 보였어
그냥 녹색 식물 정도 그런데 어느 날 똑같아 보이던 잎이
질감과 모양까지 모두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했었어 식물과의
교감 같은 걸까요?
특별한 경험이었어
신기하다. 선배 사진은 항상 치열하고
날카로웠었는데 이런
얘기 들으니까 새롭네요.
현장에서 바리케이트들
철탑들 천막들
그런 것들을 계속 보고 싶으니까 그때 의 감각이 잊혀졌어.
그때 선배가 그 벽으로 뛰어들어갔을 때
나 얼마나 아틀했는지 알아?
그때는 사진 찍는 거 말고는 눈에 보 이는 게 없었던 거 같아
그때
외생기자들이 선배 뭐라고 불렀는지 알 아?
죽다 살아난 느낌이 어때
그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
그때
다시 생각났어
먼지 속에서 이클립트 스티브를 보는데 할아버지의
수목원이 그렇게
수목원으로 돌아가니까
외삼촌이 계셨어.
감사합니다.
삼촌은 밑에서 일 좀 배워도 되겠습니 까?
그래, 그래.
그러면 일단 매일 아침에 손목을 한 번씩
돌아봐라.
삼촌이 시키는 대로 한동안 수목원을 둘러봤어.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식물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어릴 때 경험했던 그 기억처럼.
처음엔 빠르게 걸었었는데 식물이 모이 고 나니까 걸음걸이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어.
다져본 카메라의 빛바이더로 식물 하나 하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까지 된
거야.
어느 날은 보이지 않던 꽃송이가 올라 와 피었고 어느 날은
새줄기가 번져 작은 새싹이 돋기도 했 어.
말로만 들어선 상상이 잘 안 돼요.
그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인 거야.
당장 10분 뒤에 어떤 미래가 있을지 는 아무도 모르지.
그 후에 수목원에서 일을 했어.
거기 시골 할머니들이 모두 식물 선생 님이 되어주셨어.
씨앗을 받고 그 씨앗을 뿌리고 그걸
발화시키고 하는 모든 과정을 배웠어.
정말 신비로운 수업이었어.
종군 기자가 식물원에서 일이라니.
거기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나무가 하나 있어.
그 나무를 만나면 가슴 전체가 꽉 차 오르는 기분이 들어.
식물들과의 삶 속에서 회복하고 나서 다시 돌아와 살아갈 용기를 내게 된
거야
어울려
선배랑 이 공간이랑 잘 어울려요
한잔 더 마실래요?
너무 내 얘기만 했다 아니야
선발 가게 궁금해서 오거든
너 어떤 식물을 좋아해?
내가 하나 선물하고 싶은데 결혼식도 못 가고 아니야
식물 기르기엔 내가 너무 게을러 그래 ?
게으른 사람을 위한 식물도 있어
여기가 선배 다 꺾은 거 아니에요?
응
너
출단 휴가 끝나면 바로 복직할 거야?
그만두려고
정말?
결정한 거야?
내가 그만둔 것보다 네가 퇴사한 게 더 놀라운 소식인데?
무슨 말이야.
결혼하고 임신해서 그만두는 경우 많잖 아.
그래서 그만두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좀 일 좀
돕는 거잖아.
임신하고 힘들어서 휴가를 했는데 이렇 게 제대로
지어본 건 진짜 난생 처음이야.
요즘 진짜 널널하게 지내고 있어.
낮에 도서관 가서 책도 읽고 임산부 요가도 다니고
남편이랑 그 말에 여행도 가고
여유가
있어도 좋긴 한데 솔직히 편하진
않아 일단 멈추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잘 살아온 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한동안 쉬면서 애 키우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당장 일하러 가고 싶 기도 하고 그래.
그래서 당분간 이렇게 여유있게 시간 보내면서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
넌 좀 쉬어도 괜찮아.
난 좀 쉬어도 되지.
손뼈 얘기 들으니까 여기 흉물들 보니 까
확신이 생겼어요.
어떤?
아 나만의 문장을 만들고
싶어.
이게 뭐예요?
어떤 식물일지 직접 한번 치워봐
아
씨앗이다
무슨 씨앗이에요?
진짜 안 알려줄 거야?
이 씨앗 안에 어떤 우주가 있을지 네 가 직접 경험해봐
아이 태어날 때쯤이면 새싹이 트겠다
아이가 첫 식물이 되겠네
정말
그렇겠다
고마워요 다음에 또 와도 되죠 선배?
물론이지 다음번엔 애기랑 같이 올게요
그래
갈게요
그는 항상 비슷한 표정, 비슷한 모습 으로 앉아있다.
빠른 성장도 변화도 없어 보이는 이 식물은 드러나지 않는 시간 동안
그저 안으로 깊어지고 자란다.
당신과 나의 하루처럼.
난 항상 나무의 푸르름을 봤을 때 그 푸르름의 끝을
생각했다.
먼지 속에서 빛나는 유칼립트의 잎을 봤을 때 어릴 때 할아버지의
나무가 생각났다.
그 일이 있은 후 이곳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 난
무채색의 공간에서도 푸르름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몰랐던 세계도 언제나
믿었던 그대와
가자
가자
잊을 일 없던 마음은
흐르는 생각에 잠들고
기억 속에 있던
마음들은 푸른
바람에 빛나네
우린 불안한 세상 속으로 걸어가
내가 믿었던
날들과 바람과
태양과 그대와 모두 가자
가자
눈부신 태양 아래로
피어난 꽃들
사이로 우리가
몰랐던 세계로
언제나 믿었던
그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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