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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바닷물이 철썩인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짐을 탁탁 싣는 소리가 들린다]
[은주가 문을 탁 닫는다]
(남자1) 아가씨, 이게 마지막 짐이죠?
(은주) 예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남자2) 짐 다 실었는데 출발하죠?
[자동차 시동음]
[차 문이 탁탁 닫힌다]
[자동차 엔진음]
[갈매기 울음]
[바닷물이 출렁인다]
[성현의 힘겨운 신음]
"일 마레"
[바닷물이 출렁인다] [갈매기 울음]
(성현) 여보세요?
아, 예, 이모, 저예요
[성현의 웃음]
아니,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이름도 하나 지었어요
예
아, 근데 이모
이 집 누가 설계한 거예요?
그냥 일반 업자가 지은 것 같진 않은데
예
아, 그래요?
아무튼 이모, 가구에다 오디오까지 너무 감사합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드릴게요
예
[전화기 버튼음]
[편안한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알람 시계가 울린다]
(은주) 어, 안녕하세요
저 이번에 302호에...
[멀어지는 발걸음]
[목소리 톤을 바꿔 가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신발 끈을 탁 조인다]
[성현의 힘겨운 신음]
[성우1의 사악한 웃음]
물은 다 끓여 놨겠지? [성우1의 사악한 웃음]
우아, 녀석들 정말 맛있게 생겼는데?
[성우2가 입맛을 다신다]
당근이랑 양파도 다 썰어 넣었습니다요 [성우3의 비열한 웃음]
(성우4) 자, 이때다 [성우5가 숨을 크게 들이켠다]
(성우4와 성우5) 하나
(은주) 하나
(여자 성우들) 둘, 셋!
- (성우5) 당겨! - (성우4) 당겨! [성우4의 힘주는 신음]
[남자 성우들의 비명] (성우1) 살려 줘!
- (성우5) 와, 이겼다! - (성우3) 사람 살려!
[여자 성우들의 환호성] [남자 성우들의 비명]
(성우5) 이겼다! [여자 성우들의 웃음]
(PD) 자, 다시요
'메리 크리스마스'부터 다시 갑니다
[성우5와 성우4의 탄식] - (성우4) 정신 안 차릴래? - (은주) 죄송합니다
- (성우3) 야, 똑바로 해라, 아이 - (성우1) 다시 하겠습니다!
(성우3) 바빠, 나 지금
[낮은 목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
[리드미컬한 음악]
메리 크리스마스
(남자3) 메리 크리스마스 [종이 연신 딸랑 울린다]
[여자1의 환호성]
메리 크리스마스
[밝은 음악]
메리 크리스마스
(은주)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복된 새해 맞으세요
전 당신이 이사 오기 전 이 집에 살던 사람이에요
사실은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남겨요
기다리고 있는 연락이 있거든요
혹시라도 제 앞으로 편지가 오면 아래의 주소로 보내 주시겠어요? [새가 짹짹 지저귄다]
꼭 부탁드립니다
1999년 12월 21일
일 마레에서의 행운을 기원하며, 김은주
아, 그리고요
현관 옆에 강아지 발자국은요
제가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건데 [공구함을 탁 내려놓는다]
벼르다가 결국 못 지우고 떠나네요
자꾸 보면 익숙해지긴 해요
[자동차 경적] [전화벨이 울린다]
[문이 탁 닫힌다]
[스위치를 탁 켠다]
[강아지가 헥헥거린다]
(은주) 여보세요?
주원아
응
전화 기다릴 데가 있어서
[전화기 버튼음] [아련한 음악]
[물이 콸콸 흐른다]
[시계가 째깍거린다]
[은주의 한숨]
(은주) 참 나쁜 사람이야, 그렇지?
[헥헥거린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가 짹짹 지저귄다]
- (성현) 안녕하세요 - (복덕방 아저씨) 어
(성현) 저, 담배 하나만 주세요
(복덕방 아저씨) 거기 있으니까 갖고 가게
근데 그 자네 집 앞에 써 놓은 그 꼬부랑 글씨는 뭐라고 쓴 거야?
아, '일 마레'라고요 바다라는 뜻이에요
(복덕방 아저씨) 바다
자네가 바다를 알아?
(성현) 살면서 배우려고요
예
저, 제가 살기 전에 누가 살았었나요?
(복덕방 아저씨) 무슨 소리야? 자네 이모가 한 달 전에 완성한 집인데
새 집이야, 새 집, 쌤삥
[복덕방 아줌마의 가쁜 숨소리]
- (복덕방 아줌마) 저, 식사하세요 - (성현) 예
(복덕방 아저씨) 응
[다가가는 발걸음]
[강아지가 헥헥거린다]
[강아지가 헥헥거린다]
[강아지가 계속 헥헥거린다]
[낑낑거린다]
[열쇠를 잘그락거린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재혁) 인마
너 사라지려면 아예 흔적을 남기지 마
(혜원) 학교에 있던 선배 작품 가져왔어요
(재혁) 아, 참
작품은 무슨 작품 [혜원이 살짝 웃는다]
(성현) 차 마실래?
(혜원) 저, 선배님
저 오늘 떠나요
공항 가는 길에 잠깐 들른 거예요
아, 그래?
아, 가야겠네, 지금
그동안
정말로 감사했어요
- (혜원) 저... - 가서 공부 열심히 해
사람 마음 여는 공부를 더 해야겠죠?
(재혁) 혜원아
비행기 시간 다 됐다, 가자
이야, 집 좋다
나중에 구경 올게
갈까? [혜원의 옅은 웃음]
[갈매기 울음]
[강아지가 멍 짖는다]
(성현) 어?
[강아지가 헥헥거린다]
어, 야, 야!
아, 야, 강아지야!
(은주) 현관 옆에 강아지 발자국은요 [성현이 중얼거리며 읽는다]
제가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건데
벼르다가 결국 못 지우고 떠나네요
자꾸 보면 익숙해지긴 해요
[한숨]
[헛기침]
[키보드를 탁탁 친다]
[새가 지저귄다]
(은주) 안녕하세요
(복덕방 아저씨) 어, 일로 와 아가씨?
(은주) 어휴, 참, 일 마레라니까요
(복덕방 아저씨) '일 마레'나 '일로 와'나 그게 그거지, 뭐
[은주의 옅은 웃음]
(은주) 저기
아저씨, 일 마레 나갔어요?
(복덕방 아저씨) 비어 있어
(은주) 한번 가 봐도 돼요?
(복덕방 아저씨) 저기 숟갈 통에 열쇠 있습니다
- (은주) 어, 안녕하세요? - (복덕방 아줌마) 어, 예 [은주와 복덕방 아줌마의 웃음]
(복덕방 아줌마) 여보, 라면 먹을래요?
(복덕방 아저씨) 떡라면
[바닷물이 철썩인다]
[부드러운 음악]
"일 마레"
[살짝 웃는다]
[프린터 작동음]
(성현) 기다리는 편지가 있는 것 같아서 알려 드립니다
[바닷물이 출렁인다] 제가 이 집의 첫 번째 주인인데 편지를 잘못 보내신 것 같습니다
꼭 받아야 할 우편물이 있다고 하시니
한번 확인해 보고 다시 편지를 쓰는 게 좋을 듯하군요
1997년 12월 28일, 한성현
추신
이 집 이름이 일 마레인 건 어떻게 아셨죠?
(은주)
(은주) 혹시 장난하신 거라면
일 마레에 도착하는 편지들을 그냥 놔둬 주시겠어요?
부탁드립니다
1999년 12월 29일, 김은주
설마 정말
97년도에서 편지를 보내시는 건 아니겠죠?
[의아한 숨소리]
김은주?
아, 20세기 마지막 날이고
사람들 다 들떠 있으니까 저도 나가고 싶죠
예
근데 아무래도
일이 먼저라서
[작은 목소리로] 내가 있을게
- (정숙) 진짜? - 갔다 와
여보세요? 어디서 만날까요? [은주의 숨죽인 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손님) 저 일곱 권 봤는데요
- (은주) 어, 2,100원요 - (손님) 2,100원요?
- (손님) 감사합니다 - (은주) 네, 안녕히 가세요
(TV 속 기자) 2000년 인식 오류 문제에 대한 대책을 최종 점검 하고 Y2K가 발생...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TV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TV 속 진행자) 새천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TV 속 사람들의 환호성]
다 함께 외치겠습니다
[TV 속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TV 속 사람들) 10, 9, 8, 7, 6, 5
4, 3 [TV 속 사람들이 계속 숫자를 센다]
2, 1
[TV 속 사람들의 환호성]
(TV 속 진행자) 드디어 새천년이 밝았습니다!
[편안한 음악]
[성현의 힘주는 신음]
[숨을 크게 내뱉는다]
(은주) 언니, 언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편지가 계속 제 우편함으로 들어오고 있군요'
'기다리는 편지를 받으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1998년 1월 7일, 한성현'
[정숙의 한숨]
'추신'
'그리고 설마가 아니라 당연히 지금은 98년도입니다'
(정숙) [한숨 쉬며] 김은주
너, 성우
나, 만화 가게 주인
황당한 얘기를 해도
내가 해야 되는 거야, 어?
[정숙이 혀를 쯧 찬다]
(은주) 아유, 참, 근데 이상하단 말...
(정숙) 씁, 쯧
아니, 만화야 내가 더 많이 봤지
(은주) 98년...
[전화벨이 울린다]
- (은주) 여보세요? - (정숙) 은주야, 눈 와, 눈! [은주의 놀라는 숨소리]
(은주) 정말?
진짜네
(정숙) 야, 너 기억나냐? 재작년에 눈 많이 오던 날
[웃으며] 너랑 나랑 죽다 살아났잖아
(은주) 어? 어, 어
독감 걸렸던 거?
그래도 좋았어
나 같은 애는 제주도에서 눈 한 번 못 보고 자랐잖아
(정숙) 아참, 너 내일도 만화방 봐 줄 거지? 응?
(은주) 알았어
- (정숙) 어, 그래 - (은주) 응
[전화가 뚝 끊긴다]
[부드러운 음악] [전화기 버튼음]
[사진첩을 사락 넘긴다]
(공사 반장) 자, 그만 끝내고 가지?
(남자들) 예
(공사 반장) 한 군!
뭐 해? 가자!
예!
(공사 반장) 아니, 멍하니 하늘은 왜 봤어?
(성현) 저 데릭 크레인 컨트롤 박스는 덮고 갈까 해서요
(공사 반장) 오늘 눈 얘기는 없었어
(남자4) 소주나 한잔하고 갑시다
(공사 반장) 아, 좋지 [공사 반장의 헛기침]
[부드러운 음악]
(은주) 98년 1월 9일부터 눈이 많이 올 거예요
글쎄, 정말 98년도에 계신다면
좋은 시간 되세요
단, 독감 조심하시고요
그때 독감이 대유행이었거든요
[재채기한다]
[성현의 옅은 숨소리]
[재채기한다]
(성현) 김은주 씨 편지대로 1월 9일 날은 눈이 많이 왔습니다
또 걱정하시는 대로
전 감기에 걸려 있고요
신기한 일이기는 한데
김은주 씨가 차라리 예언자나 점쟁이라면 몰라도
2000년에 살고 있다는 건 좀 믿기 힘드네요
(은주) 예언자?
점쟁이?
그러길래 감기 조심하라니까
(은주) 저 역시 한성현 씨가 98년도에 살고 있다는 건 믿기 힘드네요
그렇다고 한성현 씨가
한가해서 장난 편지 쓰시는 분 같진 않은데
[한숨 쉬며] 차라리 제가 예언자나 점쟁이라면 좋겠네요
좀 물어보게
어쨌거나 제 앞으로 편지가 오면 아래 주소로 보내 주시겠어요?
(재혁) 가자
(성현) 야, 어디 한 군데 잠깐 들렀다 가자
(재혁) 야, 나 내일 공모전 마감일이야
(성현) 아, 밤새워 줄게
(재혁) 야, 한밤중에 집 짓는 데는 왜?
아이, 정말이었네
(재혁) 아니, 뭐가?
씁, 아이, 어떻게 생겼을까?
(재혁) 아, 누구?
아, 저기 사는 여자
인마, 자식아, 공사장에 누가 살아, 인마?
(재혁) 야, 성현아, 한성현! 야!
(은주) 콜라야
으쌰, 물고기 밥 먹는다 [콜라가 헥헥거린다]
[은주가 입소리를 쉭 낸다]
[프린터 작동음]
[성현이 피식 웃는다]
(성현)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은주) 강아지요?
콜라 얘기하시는 거 보니까
한성현 씨가 나보다 먼저 일 마레에 사셨던 분 같긴 한데
그렇다면 왜 이사 갈 때 콜라를 버리고 가셨죠?
(은주) 제가 일 마레에 이사 왔을 때 [성현이 중얼거리며 읽는다]
문 앞에서 방황하고 있었거든요
사람처럼 자는 강아지, 맞죠?
야, 네가 콜라야?
콜라야
(성현) 콜라!
[마우스 클릭음]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 갤러리"
(성현) 아무래도 시간이 어디선가 뒤틀린 것 같습니다
은주 씨와 제가 같은 시간 속에 있다면
콜라는 둘 중에 한 사람에게만 있어야 하는데
[은주의 놀라는 숨소리]
[웃으며] 정말 맹세컨대
사람처럼 자는 강아지 콜라는 현재 제 옆에 있습니다
[은주의 당황한 숨소리]
[잔잔한 음악]
[피식 웃는다]
[놀라는 숨소리]
(은주) 우편함이었어요, 우편함
[경쾌한 음악]
(성현) 그래요, 우편함 때문이었어요
[피식 웃으며] 근데 헤어밴드는 고맙지만 전 머리가 짧은데 어쩌죠?
(은주) 그래요? 그럼 한번 길러 보세요, 기념으로
[성현의 기분 좋은 웃음]
[은주가 살짝 웃는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노스클래런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 오늘은, 오늘은 소풍 가는 날 ♪
(성우들) ♪ 신난다, 신난다 ♪
♪ 정말 정말 신난다 ♪
♪ 다 함께 출발 ♪
[성우들의 환호성]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도시락을 놓고 왔어요!
[성우들의 탄식]
(성우6) 너희들 열쇠 있나?
(함께) 없어요
[성우6의 탄식]
(함께) 열쇠 안 가져왔다
(성우6) 열쇠! 놓고 다니지 맙시다!
(함께) 오, 예
(은주) [한숨 쉬며] ♪ 신난다, 신난다, 신난... ♪
[아련한 음악]
[통화 연결음]
[전화를 딸깍 받는다]
(여자2) 여보세요?
[영어] 여보세요?
(지훈) [한국어] 누구야?
(여자2) 말이 없는데?
[은주의 옅은 한숨]
(은주) [낮은 목소리로] '안녕?'
[높은 목소리로] '아, 안녕?'
'그런데 너 누구니?'
[낮은 목소리로] '나 지렁이야'
[높은 목소리로] '응, 그런데 너 여기서 사니?'
[낮은 목소리로] '그럼'
'이 땅속이 전부 내 집인걸'
(은주) 전 사랑하게 되면
많이 행복할 줄 알았어요
[경쾌한 음악]
(성현) 우울할 땐 요리를 하세요
[성현의 힘주는 신음] 스파게티가 잘 익었는지 알아보려면
힘껏 던져요
[성현의 힘주는 신음] 잘 붙으면 훌륭하게 익은 거예요
이젠 기분이 좀 풀렸나요?
[은주의 한숨]
(은주) 우리가 고통스러운 건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이 계속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랑이 끝난 후에도
[바닷물이 출렁인다] [갈매기 울음]
(성현)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잃어 본 적이 없는 사람보다 아름답습니다
기운 내세요, 은주 씨
[부드러운 음악]
[한숨]
[석진의 고통스러운 신음]
[콜록거린다]
[자동차 시동음]
(석진) 다음 2시 강의는 자네가 두 시간 맡아서 해
이따가 네 시까지...
(재혁) 한마디로 말해서 내 말은
넌 건축을 할 놈이지, 토목 공사장에서 노가다 할 놈은 아니라고
[재혁이 피식한다] (성현) 치
야, 한 학기 남겨 놓고 때려치우면 멋지니? 폼 나냐고
(성현) 가족이 뭔지도 모르는 작자들이
집 설계한답시고 설치고 다니는 꼴 보기 싫어
(재혁) [피식 웃으며] 아니, 그럼 너는?
[성현이 코웃음 친다]
아, 그러니까 난 집 설계 안 해
(재혁) 응? 참, 나, 참
하여간 너 요즘 들어서 이상해졌어
[성현의 힘겨운 신음]
(성현) 아주 잊어버리고 싶었던 기억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올 때는
참 힘들어지네요
은주 씨는 그런 기억들이 있나요?
[바닷물이 출렁인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성현의 옅은 한숨]
[콜라가 낑낑거린다]
(성현) 콜라야
빨래를 하면 잊고 싶은 기억들이 잊힌대
[웃음]
[청소기 작동음]
[비닐이 부스럭거린다]
[애잔한 음악]
이사 올 때 짐 날라 주신 거 정말 고마웠어요
그래서 저도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했고요
'하지만 제 우편함 속에다'
'그 아몬드초콜릿 좀 넣지 마세요'
[한숨 쉬며] '코난 씨'
'초콜릿이 편지에 들러붙어서 읽을 수가 없잖아요'
[헛기침] 씁, 아, 이
[헛기침] 초콜릿, 초콜릿
'코난 씨'
'초콜릿이 편지에 들러붙어서'
'읽을 수가 없잖아요'
[헛웃음]
'읽을 수가 없잖아요', 씁
[은주의 한숨]
(녹음 속 은주) 이사 올 때
[소리가 늘어진다] 짐 날라 주신 거 정말 고마웠어요
(은주) 하, 참
[답답한 한숨]
(은주) 98년도에 아쉬운 일요?
어...
가장 친한 언니가
꼭 성우 되라고 하면서 사 준 녹음기 잃어버렸던 거요
일기를 보니까 그날이 2월 11일이었는데
그땐 제가 성우 연습실이 중앙역 뒤에 있어서
매일 사당행 막차를 타고 집에 갔거든요
항상 남쪽 끝 벤치에 앉아서 전철 기다리곤 했는데
그날 사고를 친 거죠
[열차 도착 알림음] 하지만 그곳에 가시면
2년 전의 제 모습, 보실 수 있겠네요 [성현의 가쁜 숨소리]
[안내 음성] 잠시 후 열차가 도착되오니
선로 가까이에 계신 분은 홈 안전선 뒤로... [다가오는 열차 엔진음]
[성현의 다급한 숨소리]
[안내 음성] 열차가 곧 출발하겠습니다
[성현의 다급한 신음]
[성현의 가쁜 숨소리]
[녹음기 스위치를 탁 누른다]
[녹음 속 은주의 헛기침]
(녹음 속 은주) 음, 아, 어
사랑해요
사랑해요
[낮은 목소리로]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성현의 옅은 웃음] [편안한 음악]
아, 야, 야, 김은주!
(정숙) 어유, 야, 김은주!
[정숙의 다급한 신음]
(정숙) 뭐 해?
[정숙의 놀란 숨소리] (녹음 속 은주) 사랑해요
야, 이거 잃어버렸던 거 아니야?
(녹음 속 은주) [낮은 목소리로] 사랑합니다
- (은주) 언니, 이거 한번 들어 봐 봐 - (정숙) 응
(녹음 속 은주) 당신을 사랑합니다 [은주와 정숙의 웃음]
(녹음 속 성현) 안녕하세요, 은주 씨, 한성현입니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녹음기는 무사히 은주 씨 손에 전달되었나요?
(정숙) 야, 누구야?
[바닷물이 철썩인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은주) 녹음기 정말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
그래서 제가 두 가지 선물을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어쩌면 한 가지는 안 갈지도 몰라요
[성현의 웃음] 살아 있는 거거든요
또 하나는 귀마개인데
일할 때 쓰시면 따듯할 거예요
참, 성현 씨도 부탁할 거 있으면 편지하세요
[자동차 경적]
[공사장이 소란스럽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재혁) 너희 이모님이 나한테 전화하셨더라
[성현의 한숨] 얘기 꺼내기가 쉽지 않았어
사실 힘든 건 넌데
네 가족 일 난 잘 모르지만
그래도 널 키워 주신 이모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다
[성현이 물을 첨벙거린다]
한 교수님 꼭 한번 찾아가 봬 [성현의 한숨]
중앙병원 703호다
(성현) 2000년의
건축과 한석진 교수에 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은주) 어? 일 마레네?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은주의 신음]
[조문객이 흐느낀다]
(성현) 난 아무것도 인정할 수가 없다
[애잔한 음악] 아버지의 죽음도
나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도
[은주의 한숨]
[은주의 지친 숨소리]
[전화기 버튼음]
어, 언니 나 지금 병원에서 왔어
응
괜찮대, 응
참, 내가 일 마레 우편함에 넣어 달란 책, 넣었어?
알았어
내가 찾으러 갈게
응, 응
[성현의 힘겨운 신음]
(은주) 성현 씨 [성현의 힘겨운 숨소리]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 게 세 가지 있는데요 [성현의 힘겨운 숨소리]
기침과 가난과 사랑
숨길수록 더 드러나기만 한대요
그렇지만 그래도 감추고 싶은 때가 있잖아요
[바닷물이 철썩인다]
저는 그때 그냥 울어요
그러다 머릿속이 멍해지면 또 울고
사랑한다는 건
스스로 가슴에 상처를 내는 일인 것 같아요
성현 씨가 조금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부드러운 음악]
(은주) 쓸쓸히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던 일 마레가
그토록 따듯하게 느껴졌던 건
그 사랑이 담긴 곳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사랑의 방식은 다르지만 사랑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늦게나마 보낸 유작집이
성현 씨가 아버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성현의 착잡한 한숨]
[갈매기 울음] [바닷물이 출렁인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은주) 혜기야!
(혜기) 고모!
- (은주 모) 아이고, 그래 - (은주) 아이고
(은주 모) 고모 오는구나 [혜기와 은주 모의 웃음]
[은주의 힘주는 신음] (은주) 잘 있었어?
- (혜기) 응 - (은주 모) 몸은 괜찮니? [혜기의 웃음]
(은주) 예, 아버지는요? [혜기의 웃음]
(은주 모) 어, 서울에 교장 선생님 모임 있어서 가셨어
어여 들어가자, 응? 어여
(은주) 가자 [혜기와 은주 모의 웃음]
(성현) 은주 씨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항상 내가 볼 수 없는 곳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 사람들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지만
[한숨]
일곱 살 때였을 거예요
아버지가 날 떠났을 때가
[성현의 힘주는 숨소리]
[성현이 숨을 크게 내뱉는다]
[추워하는 숨소리]
(성현) 콜라야!
밥 먹자
[힘주는 숨소리]
물고기 맘에 들어?
[콜라가 멍 짖는다]
(성현) 콜라야
나 나갔다 올 테니까 너 집 잘 지키고 있어
[달리는 열차 엔진음]
[안내 음성] 열차가 곧 출발하겠습니다
[성현의 어색한 숨소리]
[은주가 종이를 사락 넘긴다]
[성현의 헛기침]
[성현이 콜록거린다]
[성현이 콜록거린다]
[열차 도착 알림음]
어유, 춥네
[안내 음성] 잠시 후 열차가 도착되오니
선로 가까이에 계신 분은 홈 안전선 뒤로 물러서 계셨다가
질서 있게 승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가오는 열차 엔진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 저...
(성현) 오늘 중앙역에서 은주 씨를 봤어요
하얀색 니트에 검은색 목도리
그리고 긴 머리가 아주 깔끔해 보이더군요
오랫동안 편지가 없으셨는데
궁금하네요
[새가 짹짹 지저귄다]
[편안한 음악]
(은주) 일 마레는 때로는 사람을 너무 외롭게 만들어요
제가 살 때도 가끔 그랬거든요
성현 씨, 시간 있으세요?
우선 편의점에 들어가세요
[사람들의 탄성]
그리고 맥주를 하나 집는 거예요
[사람들의 탄성]
아주아주 시원하게 마신 다음에
[은주의 옅은 웃음]
자, 이젠
정신없이 뛰어요! [경쾌한 음악]
[웃으며] 바이킹 타는 거 놓치면 안 되거든요
심장이 마구 뛸 때 타는 게 제일 좋아요
[가쁜 숨소리]
[은주의 탄성] [사람들의 탄성]
(은주) 이 순간이 바로
[은주의 비명]
[성현의 비명]
[성현의 즐거운 웃음]
[사람들의 탄성]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비명]
(성현) 이번엔 제 차례인가요?
보문리로 가는 버스를 타세요
물목이라는 곳에서 내리면
가로수 길이 옆에 있어요
걷는 거 좋아하세요?
[새가 짹짹 지저귄다]
다섯 걸음 정도 간격을 둔 잘 자란 낙엽송들이 있는데
혼자 걷기에 좋은 곳이죠
마음이 참 편해져요
[부드러운 음악]
그렇게 계속 걷다가 좀 지쳤을 만큼 걷고 나면
깨끗한 카페가 하나 나오는데
전 그곳에서 와인을 마시곤 합니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성현) 와인을 좋아하시나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래도 전 와인을 좋아합니다
마침 밀레니엄에 개봉하는 와인이 있어서
한 병 맡겨 두었는데
맛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와인은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거든요
은주 씨 덕분에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즐거웠어요
어떠셨어요, 은주 씨는?
(은주) 저도 즐거웠어요
하지만 혼자서 돌아오는 길이 좀
쓸쓸하네요
[라이터를 칙 켠다]
(성현) 은주 씨를 만나고 싶습니다
은주 씨가 괜찮다면 말입니다
콜라야
우리 진짜 만날 수 있을까?
[콜라가 헥헥거린다]
(은주) 제주도로 오실 수 있어요?
마침 제가 일주일 뒤에 집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거든요
(성현) 콜라야!
콜라야!
[성현이 살짝 웃는다]
아이고, 콜라야
우리 은주 씨 만나기로 했다?
응?
우리 2년 동안 뭐 하고 있을까? 응?
[성현이 콜라를 어른다]
[성현의 기분 좋은 웃음]
(은주) 사진 보고 계세요?
산호사 해변
제가 평생 동안 살고 싶은 곳이에요
아마 성현 씨도 이곳을 보게 되면 집을 짓고 싶을 거예요
아, 참, 만날 날은요
2000년 3월 11일 3시고요
장소는 산호사 해변
(성현) 2000년 3월 11일
토요일이네
(은주) 날짜 잘 기억하세요 [성현의 들뜬 숨소리]
저야 일주일만 기다리면 되지만
성현 씨는 2년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되잖아요
[다가오는 발걸음]
(은주 모) 은주야, 안 자니?
(은주) 내려갈게요, 먼저 주무세요
[은주 모의 웃음]
(은주 모) 일찍 자야지
[멀리서 개가 짖는다] [자전거가 철컥거린다]
[경쾌한 음악]
[아름다운 음악] [갈매기 울음]
(혜원) 저, 무슨 일로...
(은주) [멋쩍게 웃으며] 아니요, 그냥
여기에 집 지으시나 봐요?
(혜원) 네
(은주) 여기에 사실 분이세요?
(혜원) 아니요, 저는 공사 때문에 왔어요
근데 왜 그러세요?
(은주) 그냥 궁금해서요
누가 이런 곳에 살게 될지
선배가 설계한 집이에요
이곳이랑 잘 어울릴 것 같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설계한 집이거든요
네
저 이만 가 봐야겠네요
집 이쁘게 지어 주세요
[아련한 음악]
[살짝 웃는다]
[한숨]
(은주) 한참을 기다렸어요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성현 씨에게는 2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올 줄 알았어요
너무 큰 기대였나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사람들이 가까워지면
점점 더 기대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들 너무 멀리 있어요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요?
그냥 약속을 잊으신 거면 좋겠어요
[새가 짹짹 지저귄다]
(성현) 내가 왜 이곳에서의 약속을 잊은 걸까?
약속도 은주 씨도
시간에 밀려 잊힐 기억은 아닐 텐데
(은주) 성현 씨 편지는
나에게 하나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떠난 그 사람 때문일까?
아니면
성현 씨가 만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PD) 기계가 문제가 생겨서 그러니까
씁, 음
한 30분 후에 다시 시작하지, 뭐
- (성우5) 아유, 아, 네 - (성우7) 큰일 났다
(성우2) 그럼 우리 저, 휴게실 가서 커피나 마시죠
- (성우7) 어? - (성우2) 내가 쏠게
(성우5) 짠돌이가 웬일이야? [성우7의 웃음]
전화해 줘야겠다
(성우7) 애니메이션이 많이 생겨야 우리도 일이 많아지지 않겠어요?
- (성우5) 맞아요 - (성우2) 어유, 그래도 요샌
(성우2) 여기 같은 대형 프로덕션들 되게 많이 생겼어요
(성우7) 하긴 그래요
[다가오는 발걸음]
(지훈) 어, 오래 기다렸지?
(여자2) 아니요, 방금 왔어요
지훈 씨, 미국 우리 집에서 약혼식 하는 거... [아련한 음악]
(지훈) 그래, 이번 달 안에 하자
(여자2) 정말요?
(지훈) 한 다다음 주 수요일 정도로 정하는 게 좋겠다
(여자2) 그래요
(성우7) 시간 다 됐으니까 가죠
근데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서둘러?
(여자2) 제가 서두르는 거예요? 지훈 씨가 늑장 부리는 거지
[지훈이 피식 웃는다]
좀만 참아
요즘에 진행되는 그 애니메이션만 끝나면
그다음엔 좀 여유가 생길 거야
(여자2) 그래요
[문이 탁 닫힌다]
(은주)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바닷물이 출렁인다]
그런데
그 사람 목소리 듣는 순간
그동안의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어졌어요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고
그걸 제가 알고 있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 제 마음을 막을 수가 없어요
[성현의 한숨] 그 사람이 떠나가지 않게 도와주세요
[쓸쓸한 음악]
이런 부탁 해서 정말 미안해요
[콜라가 낑낑거린다]
미안해요, 성현 씨
[콜라가 낑낑거린다]
[바닷물이 출렁인다]
[착잡한 한숨]
[답답한 한숨]
[안내 음성] 열차가 곧 출발하겠습니다
[성현의 깊은 한숨] [달리는 열차 엔진음]
[다가오는 발걸음]
[열차 도착 알림음]
(지훈) 어, 왔어?
- (은주)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 (지훈) 아니야, 괜찮아
[안내 음성] 잠시 후 열차가 도착되오니
[은주와 지훈이 대화한다] 선로 가까이에 계신 분은
홈 안전선 뒤로 물러셔 계셨다가 질서 있게 승차하여...
(성현) 내가 그렇게 낯설어요?
[대화한다]
[다가오는 열차 엔진음]
가자
(성현) 난 아직도
은주 씨에겐 모르는 사람인가요?
[아련한 음악]
[안내 음성] 열차가 곧 출발하겠습니다
언니
나 그때 성우 한다고
지훈 씨 따라 미국 안 간 거
잘한 걸까?
(정숙) 그럼!
야, 스스로를 세울 수 있는 여자만이 진정한 사랑도 할 수 있는 거야, 어?
그 자식 잊어, 아유
[정숙이 숨을 카 내뱉는다] 나도 언니 말 믿고 싶어
일도 열심히 하면서
사랑도 하고
[갈매기 울음]
[잔잔한 음악]
[거친 숨소리]
[스위치를 탁 누른다]
(은주) 제가 일 마레에서 살 때 가장 행복했던 일은요
성현 씨가 일 마레 앞 나무에 밝혀 놓은
은하수 불빛 아래서 편지 읽는 일이었죠
(지훈) 은주야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공부하는 거
생각보다 힘들었어
처음엔 네 편지 받고 힘도 많이 났는데
점점 지쳐 가고
옆에서 위로해 주는 여자가 눈에 들어오더라
(지훈) 미안하다
그때 같이 갔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지훈의 한숨]
[콜라가 멍 짖는다]
(은주) 그 사람이 떠나가지 않게 도와주세요
[은주의 한숨]
이런 부탁 해서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성현 씨
[아름다운 음악]
(성현)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힘들었다면
일찍 이야기하지 그랬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은주 씨 [성현의 한숨]
첫 번째 편지 기억하세요?
일 마레에서 행운이 가득하길 빈다고요
은주 씨를 알게 된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빌어 드릴게요
당신의 사랑에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
그동안 은주 씨 편지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새가 짹짹 지저귄다]
(은주) 어, 저, 여기 건축학과가 어디예요?
(학생) 저기요
(은주) 아, 예, 감사합니다
(조교1) 아유, 선배님은
조교 하실 때는 조교실 좁다고 투덜대시고
이제 강의 좀 한다고 바로 강사실 얘기예요?
(재혁) [피식 웃으며] 아이,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조교1이 피식 웃는다] (조교2) 네, 건축학과 조교실인데요
네, 서 교수님 수업 현장에서 하거든요
[조교2가 계속 통화한다]
[아름다운 음악]
[다가가는 발걸음]
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재혁) 성현이가 김은주 씨를 위해서 설계한 집이에요
[힘겨운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아련한 음악]
(재혁) 교통사고였어요
(은주) 나 좀 도와줄 수 있어요?
그 사람이 떠나지 않게 나 좀 도와줘요
(재혁) 여의도에서 누구를 만난다고 가다가 사고가 난 거죠
[울먹이는 숨소리]
아저씨, 저 집이에요
[은주의 다급한 숨소리]
[울먹이는 숨소리]
[흐느낀다]
[울먹이는 숨소리]
제발
(은주) 편지가 빨리 가야 돼요, 제발 [은주가 울먹인다]
제발 성현 씨가 이 편지를 받게 해 주세요
[울먹이는 숨소리]
성현 씨 거기 가면 안 돼요
[울먹이며] 모든 게 다 제 잘못입니다
편지가 늦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울먹인다]
(은주) 그 사람 마지막으로 만난 장소 알려 드릴게요
98년 3월 25일
여의도의 모닝이라는 카페예요
(지훈) 은주야, 기운 내
나 유학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건데
너 이렇게 무겁게 하기야?
[지훈의 답답한 한숨]
(은주) 기분이 이상해요
그러게 같이 가자니까
성우 된다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무작정 시험 본다고 붙는 것도 아닌데
(지훈) 겨우 3년인데, 뭐
괜찮지?
[한숨]
이상하게 불안해요
[은주의 한숨]
[성현의 놀라는 신음]
[타이어 마찰음]
[힘겨운 숨소리]
[자동차 경적]
[힘겨운 숨소리] [자동차 경적]
[힘겨운 신음]
[가쁜 숨소리]
[자동차 경적]
[아련한 음악]
[은주가 흐느낀다]
[흐느낀다]
(은주) 가면 안 돼요
거기 가지 말아요
죽으면 안 돼요
성현 씨, 정말 미안해요
(성현) 2년 뒤에도 은주 씨 곁에 제가 없는 걸 보면
우린 만날 인연은 아닌가 봐요 [바닷물이 출렁인다]
[콜라가 멍 짖는다]
[콜라가 멍멍 짖는다]
누구세요?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 텐데
믿어 줄 수 있어요?
[부드러운 음악]
자막: 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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