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language subtitles for My.Blood.Bones.In.A.Flowing.Galaxy.2020.破碎的瞬間.BLURAY.1080p.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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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ubtitles

그러니까 UFO 격추로 죽은 건 2명이야

아니지 2명이라니 무슨 소리야?

셋이잖아

맞다니까? 이렇게 세야지

이렇게

떠올리자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최대한 뚜렷하게

변신!

영웅 등장!

아버지는 영웅이었다

내가 태어나기 몇 시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날 강물이 불어난 길에서 승합차 사고가 일어났다

아버지는 구급 신고를 부탁하고

한겨울 강물에 뛰어들었다

이제 때가 됐어

백혈구, 최대 출력으로 면역 배리어 전개!

아버지는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차에 갇혀 있던 마지막 한 명의 소녀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떠내려가면서 시신이 많이 상했다고 한다

아버지 얘기를 할 때 어머니는 수줍어하면서

소녀처럼 미소 짓는다

영웅은 자신을 위해 싸우면 안 돼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영웅의 규칙 세 개를 알려 줬다

지면 안 돼

난 영웅이 될 거야

아버지 같은 영웅이 될 거야

그렇게 믿고 꿈꾼다

이 꿈은 아버지와 나를 이어 준다

아까 떠올렸던 이미지는 현실 같았다

영웅의 따스한 체온도 피 냄새도 느껴졌다

함께 있었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영웅이었다

"부서져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줄게"

살갗이 튼다는 것은

피부에서 수분이 빠지고

관절의 가로 주름을 따라 피부가 갈라지는 겁니다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지면

마치 설날에 먹다 남은 떡처럼

표면에 금이 가죠

이런 걸 살갗이 튼다고 합니다

누구 거야?

걸리겠다

너무 웃겨

그만해

그냥 장난친 거예요

저기

있잖아

예전부터 애들이 저랬어?

담임은 알아?

저기 있잖아

아니, 나는…

미안해

진짜로 미안

소름 끼쳐

또 쟤야? 상태 심각하네

기요스미

여태 어디에 있었어?

지각해서 1학년 뒤에 서 있었어

근데 왜 넋이 나갔어?

누가 왕따를 당하는 거 같아서

진짜?

내가 그만하라고 했거든

제법인데

근데 도대체 무슨 반응인지 모르겠어

장난 아니래

뭐가?

1학년

있잖아

누가?

동생

내 여동생

오자키 여동생?

아까 얘기했어

너랑 동생이랑?

동생이 네 얘기 하더라

긴 문장으로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말해 줄래?

이러다 밥 다 마르겠어

조회 시간에 말 걸었지? 이상한 1학년 여자애

그 얘기였구나

그럼 걔가 네 동생이었어? 안 닮았는데

아니거든

내 동생이 1학년인데

너 1학년들 사이에서 소문났대

구라모토 하리와 얘기했다고

걔랑 얽히면 장난 아니래 애가 이상하다나

1학년은 다 걔 싫어한대

이름이 구라모토 하리야?

여기까지

하리, 하리라…

웃긴 이름이네 내가 하리? 네가 하리?

이름 때문에 왕따당하나?

초딩이냐

하는 짓이 초딩이잖아

'죽어'라고 적힌 쪽지는 섬뜩하더라

그 전에 실내화도 집어 던졌어

여자애들이 더 무섭다니까

실내화는 남학생이었어

남자도 같이 그런다니 더 싫다

올해 1학년은 살벌하네 안됐어

근데 도와주려고 한 나한테 화를 내더라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네가 제일 불쌍하다

1학년 전체한테 왕따당하면

괴롭지 않을까?

당연히 괴롭겠지

물어봐야지

뭘?

몇 반인지

만나러 가려고? 기요스미!

다음 수업 뭐야?

수학

다나카 선생님이네

너무 지겨워 때려치우고 싶다

짜증 나 죽겠네

대박

더러운 건 걷어차 버려

위험해

야, 조심해

재수 없어

위험해

조심하라니까

냄새나니까 나대지 마

뻥치네

난다니까

정의의 영웅 납셨네

이제 곧 졸업인데 참아

저걸 좀 봐

무서워라

용서 못 해

악당은 처단해야 해

뭘 어쩌려고 그래? 기요스미!

쫄았냐?

"구라모토 하리"

관절 있냐?

하지 마

진짜?

장난 아닌데?

거짓말

"구라모토 하리"

정보

동생

네 동생?

너

나?

1학년 사이에서

전에도 부탁했지만 한 번에 몰아서 말해 줄래?

네 별명이 백수 선배래

백수처럼 할 일 없다고

동생 정보

대박

이상, 그럼 간다

나도 전엔 1학년이었다

중학교 때의 평범했던 이미지를

고등학교에서는 바꾸고 싶었다

잘 놀고 재미있고 잘나가는 그룹에 끼고 싶었다

뭐야? 할 말 있어?

별 가치도 없는 나와 친해질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 고독을 왕따라 이름 붙였다면

그 상황을 공격이라고 여겼다면

지금처럼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낼 수 없었겠지

됐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배고프니까 얼른 가자

매일 이렇게 해 줬어? 몰랐네

부탁받은 건 아니지만 신경 쓰여서

그럼 매일…

그래 매일 괴롭힘당하고 있어

셰이크 마셔야지

나는 고독했을 뿐 피해자는 아니었다

건강한 소화기관과 면역 시스템을 위하여

위장에 경례!

나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쉽게 구원받았다

말해 본 적 없는 친구와 당번이 됐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잘 맞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 녀석이 다마루 겐고

함께 어울려 다닐 친구들도 생겨서

고교 생활은 순조로웠다

기요스미, 얘기 들었어

1학년이 백수 선배라고 부른다며

백수 선배? 재미있긴 하지만 열받지 않아?

올해 1학년 너무 건방져

아까도 우리 화장실을 점령했다니까

'선배님, 여긴 꽉 찼으니까 다른 데로 가 주세요'

그러는 거 있지

우리 땐 생각도 못 할 일이야

- 당연하지 - 당연하지

죄송하지만 좀 조용히 해 주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싸우지들 마

- 간다 - 가

춥다

잘 가

내일 보자 아니, 월요일!

월요일에 봐

하리는 뭐 하고 있을까

오늘은 토요일이라고 구라모토 하리

너무 춥다 가게에서 화장실 갔다 올걸

우리 화장실을

1학년이 점령했다고 했었지

화장실이 꽉 찼다고?

뭔가 맘에 걸리는데

젠장 일단 확인해 봐야겠어

"청소 중"

청소 중이라…

아무도 청소 안 하는데

이봐

누구 있어?

실례하겠습니다

누구 있어? 있으면 대답해 봐

도대체 왜…

"청소 도구 보관실"

열쇠 좀 줘, 빨리!

뭐 하는 거야

거기 열쇠가 떨어져 있잖아 빨리 줘

듣고 있어?

춥지?

그러다 얼어 죽어 집에 안 가?

그렇게 내가 싫어?

내가 싫든 밉든 상관없는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치…

치한이라고? 젠장

사…

적당히 해라

진짜

그게 아니라

전부터 계속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회 시간에

선배님이

말을 거셨을 때는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선배님이 왜 그러는지

갑자기 절 건드리니까

무서웠어요

그래서

죄…

죄송해요

하리는 노려본 게 아니었다

울지 않으려고 참고 있었던 것뿐이다

신발장 이름표도

선배님이 하신 거죠?

별것도 아닌데 뭘

감사합니다

그거 알고 나서

정말 기뻤어요

진짜로

괜찮아

알았으니까

이상한 애이길 바랐다

말도 안 통하는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마음 편했다

이 아이는 아프면 눈물을 흘리는 평범한 애다

어쨌든 여기서 나가자

집에 가고 싶잖아?

못 가요

왜?

애들이 물을 부었어요

그래 보이네

시간이 지나면 마를 줄 알았는데

이 한겨울에 저절로 마를 리가 없지

젖은 옷이 마르지 않으면

집에 못 가요

알리고 싶지 않아요

부모님께 왕따당하는 걸 들킬까 봐?

아빠가 너무 걱정하시니까…

아빠한테 절대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는 안 계셔?

할머니가 계시긴 하지만…

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하지만…

내가

아버지께 걱정 끼치지 않고 집에 갈 방법을 찾아 볼게

일단 그 열쇠 좀 줘

하지만…

괜찮으니까 날 믿어

하리

이름 참 예쁘네, 좋은 이름이야

혹시 어머니 성함이 루리야?

맞아요

대단해요 어떻게 아셨어요?

'루리도 하리도 빛을 비추면 빛난다'

화장실에서 보는 속담 사전이 있거든

화장실에서 그런 걸 읽으세요?

매일 2페이지씩

선배님을

믿을게요

백수 선배

백수 아니라니까

빨리 벗어

네 번이에요

뭐가?

양동이로 물을 네 번이나 위에서…

빨리 단추 잠가

너무한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요

그게 수돗물이었거든요

아마 저 세면대에서 가져온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어요

입에 걸렸네

만약에 변기에서 퍼 온

오줌 같은 더러운 물이었다면

그랬다면 진짜로

꽤 말이 많구나?

너무 조용해도 무서우니까 편하게 얘기해

네

그랬다면 너무 끔찍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착하잖아요

마지막 한 번은 따듯한 물이었어요

금방 식었지만요

그게 몇 시였어?

아마 2시 정도요

3시간 넘게 가둬 놨는데 참 착하다 그래

됐어, 완벽해

가자 얼어 죽지 않으려면 힘내

네, 힘내고 싶어요

근데 어디로 가요?

프로한테

선배님은 안 추워요?

평소에 단련이 돼서 괜찮아

내 이름은 하마다 기요스미야

히마다 기요스미?

하마다!

- 하바다 - 아니, 하마다!

- 하바다? - 하마다 기요스미!

하바다 히요스피

하마다 기요스미라니까

죄송해요 이비 어러서 바름이 안 대요

무슨 말이야?

하마다 선배님, 저기…

뭐라는 거야?

- 뭐야, 무섭잖아 - 하마다…

빨리 들어와

아줌마

- 아줌마 - 갑자기 무슨 일이니?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교복 좀 빨리해 줄 수 있어요?

지금 맡기면 빨라도 내일 낮에나 되는데

그냥 말리는 것만요

학교 후배의 교복인데

옷이 젖다니 비라도 맞은 거야?

애들이 양동이로 네 번이나 물을 끼얹었대요

이 날씨에?

게다가 몇 시간이나 혼자 갇혀 있었고

너무하네

그러니까 빨리 좀 말려 주면 안 돼요?

집에도 못 간다고요

세탁을 안 해도 되면

이 정도

2시간 기다릴 수 있어?

안 돼요, 2시간은 못 기다려요

아빠가 7시에 돌아오셔서…

1시간!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감사합니다

요즘 애들은 정말 무시무시하구나

이쪽으로 와서 젖은 옷은 벗어 주렴

계속 입고 있어서 죄송해요

괜찮아 두 달이나 안 빨았지만

그건?

뜨거운 물 부어서 먹으라고 하셨어요

옷은 1시간 뒤에

1시간은 괜찮은 거지?

네

그리고 1분 기다리라고

1시간이 아니라?

여기에 새알심이 들어 있대요 굉장하죠?

단팥죽 얘기구나

그럼 우리 집에서 기다리자

아줌마, 고마워요

단팥죽 먹고 올게요

너무 가엽구나 선생님은 알고 계시니?

오늘 일도 얘기할 거예요

네가 힘이 되어 주렴

그럴게요

"단팥죽"

시간 봐 줘

단팥죽 말이죠? 새알심 들어 있는 거

1분 되면 알려 줘

네

표정이 너무 무섭잖아

30초 남았어요 준비하세요

준비라니

이런 건가

15초! 카운트다운할게요

10, 9, 8, 7

6, 5, 4

지금이에요

왜 그래?

선배님, 큰일 났어요

새알심이…

새알심이 두 개나 들어 있어요

사진에는 한 개밖에 없는데

그래?

어떻게 하면 좋죠?

새알심 좋아해?

실은 너무 좋아해요

잘됐네 감사히 행운을 받아들여

그래도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다 네 거야

단팥죽, 새알심

단팥죽

맛있어

새알심

선배님, 맛있어요

그러네

그렇게 빤히 보면 먹기 불편한데요

그게 아니라

지금처럼 머리카락을 부풀려서

이마를 내면 좋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아서?

예쁘겠다고

이러고 다니면 되잖아 훨씬 잘 어울릴걸

웅크리고 땅만 보면서 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앞을 봐

지금 얘기하는 것처럼 또렷하게 얘기하고

네

그렇게 하면 네가 예쁘다는 것도

사실은 꽤 착하고 재미있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알아줄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뭐야?

왜 소리를 질러?

선배님 단팥죽에 새알심이 안 들어 있어요

그렇다면!

수수께끼가 풀렸어요

수수께끼?

선배님의 새알심을 저한테 준 거죠?

글쎄

얼버무리지 마세요 계속 체크하고 있었어요

왜 새알심을 안 먹을까

혹시 마지막까지 남겨 두려는 걸까

그럼 맛이 이상해지지 않을까

어쩌면 단 음식을 안 좋아하는 게 아닐까

아까부터 계속 생각했다고요

너한테 줄까 싶어서?

그게 아니에요

선배님은 뭐랄까 너무나

그러니까…

친절해요

마치 영웅처럼

하지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저한테요?

영웅이 영웅인 데에 이유가 필요해?

다른 사람한테는 내가 영웅이란 걸 알리지 마

단팥죽맨 씨

아니야, 그건 안 돼

일단 상표권 침해야

선배님은 대단하세요

어떻게 해야 그렇게 강해질 수 있죠?

강해지고 싶어?

그러고 싶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강해지고 싶었어요

선배님처럼 강해져서

싸우고 싶어요

괴롭히는 애들이랑?

아니요

UFO를 물리칠 거예요

더 얘기해도 돼요?

아니

아니, 아니야 그건 좀 기다려

- 존재한다고요 - 그만해

이야기는 잠깐 쉬고 식기 전에 어서 먹자

네

그랬구나, 그럼 그렇지

진심인 줄 알았어요?

조금은 그랬지

처음 UFO 얘기를 한 건 아빠였어요

4년 전 겨울

엄마가 집을 나갔어요

이혼?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도…

행방불명이야?

아빠는 만나서 얘기도 나눈 거 같아요

지금은 다른 가족이 생겼대요

그렇구나

엄마 마음도 이해해요

아빠는 엄격하고 늘 엄마한테 험한 말을 했으니

도망가고 싶었을 거예요

당시에는 엄마가 왜 나갔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웠지만요

내가 필요 없어졌나 내가 나쁜 딸이라서 그랬나

그때 아빠가 말했어요

'너 때문이 아니라 UFO 탓이란다'

아버지가 네 탓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좀…

오히려 탓하는 거 같잖아

그야 그렇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빠도 불쌍해 보였어요

이젠 저밖에 없기도 하고

할머니도 계신다지 않았어?

그렇죠

그분은 친할머니야?

아니요, 외할머니예요

그렇구나 같이 지내기 불편하시겠네

말씀이 없으세요

아주 조용하시죠

하지만 내 탓이 아니다

아빠 탓도 아니다

엄마 탓도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모든 게 UFO 탓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요

다 UFO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왕따도 다른 것들도 모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고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제 하늘 속의 UFO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UFO를 발견했어요

내가 언제?

월요일에요 저한텐 그렇게 보였어요

갑자기 영웅이 나타나서 UFO에 맞섰어요

저를 지켜 주고 제 편이 되어서 싸워 줬어요

그 월요일부터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모든 게 완전히 달라졌어요

뭐 대단한 일 한 것도 아닌데

아니요, 대단했어요

덕분에 깨달았어요

맞서 싸워도 된다는 걸요

선배님

UFO는 지금도 하늘에서 그물을 뻗고 있어요

그물이라니 너무 초현실적이잖아

저도 강해져서 UFO를 물리치고 싶어요

어떡하면 되죠?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야

영웅은 마음먹기에 달렸어

영웅이 될 거라고 믿고 자신을 바꾸는 거야

자신을 바꾼다

변신이란 뜻이네요

그렇지, 변신이야

하리

강해져라

나도 더 강해질 테니까

바라고 믿고 변신하는 거야

네

나는 하리를 위해 변신할 것이다

진짜 영웅이 될 것이다

잘 들어

영웅은 절대 악당을 놓치지 않는다

영웅은 절대 악당을 놓치지 않는다

영웅은 자신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영웅은 자신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영웅은 지지 않는다

절대로

영웅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

그게 영웅이야

강하다는 건 이런 뜻이야

선배님 말은 다 믿어요

그럼 가 볼게요

같이 가자

혼자서도 괜찮아요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하리!

네?

마지막으로 꼭

이렇게 하는 거야

미소를 보고 싶었다

변신!

영웅

등장!

하리, 제발 웃어 줘

단팥죽 가면이 없어도 돼요?

배 속에 파워를 채워 넣었으니까 괜찮아

모공으로 성분이 분출돼서

단팥죽 뚜껑이 자동으로 얼굴에 씌워질 거야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계속 웃기를 바랐다

안녕히 주무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잠깐 기다려

- 목도리 놓고 갔어 - 고마워

- 다녀오겠습니다 - 갔다 와

다행이다 그 애한테 팥떡 좀 전해 주렴

팥떡?

그 애라니?

토요일에 기요스미가 귀여운 여자애를 데려왔어

알고 보니 왕따를 당했더라고

이 날씨에 흠뻑 젖어서 왔는데

팔다리며 등이며 온몸에 멍이 들어 있더라고

너무 가여워서 뭐라도 해 주고 싶더라니까

왜 그렇게 보는 거야?

'그렇구나' 하며 듣고 있는 것뿐인데?

다녀오겠습니다

- 시원한 곳에 둬야 한다 - 네

기다리고 있으면 싫어하려나

- 웬일로 빨리 왔네 - 그러게

안 가? 겐고 기다려?

응, 맞아

왕따당하는 1학년 기다리는구나?

아니야

맞네, 그럼 잘해 봐

- 이따 보자 - 그래

나도 참 한심하네

쓸데없이 진지하니까 더 어색하잖아

남자면 괜찮은데

이러니 인기가 없지

언제부터 있었어?

말을 하지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

그나저나 머리가…

볼륨을 넣으려고 노력해 봤어요

보기 좋네

역시 잘 어울린다

왜 여기에 계세요?

그런 데 앉아 있으면 엉덩이 안 아파요?

난간이랑 직각으로 크로스해서 앉으면 괜찮아

그런가요

기다리고 있었어

팥떡 좋아해?

세탁소 아줌마가 전해 달래서

엄청나게 좋아해요

그럼 다행이다

점심때 먹어

그렇게 좋아?

너무 좋아요

팥떡도 네가 먹어 주면 기쁘게 성불할 거야

팥떡에도 영혼이 있을까요?

만물에 신이 깃든다고 하잖아

그럼 찹쌀과 팥과 사탕수수의 혼이 같이 있겠네요

되게 약한 혼이다

찹쌀은 주식이니까 제법 강할지도 몰라요

그래 봤자 찹쌀이지 멥쌀과는 차원이 달라

같은 쌀이고 찹쌀이 더 찰지잖아요

하긴, 전분이 더 많으니까

전분에도 영혼이 있는 데다가 콩도 무시할 수 없어요

콩은 영양가가 높고 여성에게…

구라모토?

이 사람은 백수 선배?

그럼 진짜 구라모토구나

분위기 달라졌네

수업 시간에 가끔 안경 쓰지? 없으면 불편하잖아

토요일에 노래방에 갔었거든

그랬는데 7시쯤엔가

구라모토가 갇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급하게 화장실로 가 봤더니 아무도 없더라

그것만 떨어져 있었어

걔들 정말 못됐어

그딴 짓 하나도 안 웃기는데

신경 쓰지 마

내가 괜히 참견했네

잠깐만 기다려

잠깐 기다려 줘 하리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대

제대로 얘기해

남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네 생각을 전해야지

상대를 위해서 마음을 전해야 할 때도 있어

고… 고마워

도와줘서

고마워, 오자키

뭐야?

너도 말할 줄 아는구나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어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뭘, 괜찮아

그리고

오자키와 친구들이 나를 찾으러 와 줬을 거라고

전혀 생각 못 했어

일진 애들이 모이는 곳에 덥석 가면 어떡해

토요일이라서 아무도 없을 줄 알았어

다음엔 내가 있을 때 가

그래도 탈출해서 다행이다

선배님이 구해 줬어

진짜로? 백수 선배 좀 하네요?

대박!

지금 칭찬한 거 맞아?

인정

참고로 그건 칭찬한다는 뜻이지?

그건 그렇고 언니

누구?

우리 언니

우리 반에?

오자키 동생이었구나

언니가 말했어요

언니가 너한테?

얼마 전에

뭐라고?

왕따 같은 거 구리니까 너도 괴롭히면 패 버린다고

오자키도 걱정하고 있었구나

또 기요스미는 백수가 아니고 멋있다고

토요일 사건은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많으니까

그런 일 없도록 할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잠깐만, 멋있다고?

오자키가 나한테?

자세히 얘기해 봐 어떤 느낌으로 말했어?

그게 다예요

구라모토, 이따 봐

좋지?

오자키다

쟤가 나보고 멋있다고 그랬대

말도 안 돼

오자키

얘가 너한테 흑심 있나 봐

하마다, 뭔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야, 무시해

오자키가 벌레 보듯 보던데?

부끄러웠겠지

뻔뻔한 자식 왜 그런 얘기가 나왔어?

저번에 1학년을 도와준 일이 멋있다고 했대

오자키 동생이 알려 줬어

진짜야?

동생은 예뻐?

응, 남친 있겠던데

그렇겠지, 알 만하다

구라모토 하리도 귀여워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그만 좀 해! 다들 미친 거 아니야?

토요일 일도 그렇고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장난 좀 친 거 갖고 뭘 정색하고 그래

그냥 장난이잖아 전에는 자기도 같이 했으면서

지금 제일 이상한 건 너거든

분위기 싸해지잖아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너 완전히 찍혔어

좋아, 내 직구 솜씨를 보여 주지

자신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나한테 그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무슨 헛소리야

선배님

아파라, 의외로 딱딱하네

선배님, 큰일 났어요

큰일이 나긴 했지

코에서

피가…

진짜네

백수 선배

한 장씩 말고 그냥 통째로 줘

없어요

어디서 났는데?

주머니

쓰던 휴지야?

안에 껌이 있…

자리에 앉아

아파라

왜 그래?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

하마다

웃긴 꼴이 됐네

안 웃긴데요

선생님, 휴지 없어요?

표정이 너무 심각해

팥떡을 못 먹었어요

그건 유감이야 떡이 쏟아진 건 봤어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선배님 탓이 아니에요

맞아, UFO 탓이지

진짜진짜 기대했었는데

또 만들어 주실 거야

이번 일은 아버지한테 얘기하는 게 좋겠어

제대로 알려야지

뭘요?

뭐긴 뭐야 왕따당하는 거 말이야

걱정 끼치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 더 노력해 보겠다고 선생님한테 말했어요

맞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 다친 적도 없으니까요

그냥 조용히 수습하고 싶어요

하리

있잖아

네

머릿속이 온통 하리로 가득 차 버렸다

저기

팥떡을 제일 좋아해?

제일 좋아한다고 하기엔

애매해요

정통파구나?

양과자보다 화과자죠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하리와 단둘이 있고 싶다

팥소는?

좋아해요, 떡도 좋아해요

그럼 찹쌀떡도 좋아하겠네?

찹쌀떡 진짜 좋아해요

역시

- 그러면 아줌마가… - 네

안녕하세요

안녕

또 거기 앉아 계시네요 엉덩이 안 아파요?

크로스로 걸치면 괜찮아

아프잖아! 비겁하게 급소를 찌르다니

오버하기는

진짜로 아파

그만해, 아프잖아

재수 없어

안녕하세요

안녕

크로스라서 괜찮아

크로스

백수 선배랑 구라모토다 안녕하세요

이거 줄게, 푸딩 맛이야

고마워

내 건?

없어요

좋은 아침

다마루, 잠깐만!

내 손목 좀 잡아 봐

이렇게?

더 힘을 꽉 줘 봐 부숴 버릴 것처럼

이 자식 혼자 행복해질 셈이냐!

아파

미안, 괜찮아?

기말고사 공부는?

하고는 있는데 수학이 너무 어려워요

기출 문제 필요해?

가지고 있어요?

응

오늘 하굣길에 우리 집에 들러서 가져가

그럼 들러도 되나요?

그래

사탕 줄게

감사합니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돌아올 거야

출근하셨어요?

시립 병원 간호사야

수다가 장난 아니니까 각오해 둬

방에서 기출 문제 찾아올게

네

엄마 왔다

그 친구랑 같이 있다던데 진짜야?

데이트 같은 거니?

진짜 우리 집에 있네

기요스미가 여자아이를 데려온 건 처음이야

그럼 여자 친구?

무슨 상관이야

부끄러워하는 걸 보니 좋아하는구나

정식으로 소개해 줘

이 수다스러운 사람이 우리 엄마야

옛날 같았으면 쪽팔려서 죽었을 거야

아니에요

몇 학년?

이쪽은 구라모토 하리

차라도 끓여야지 기요스미, 잔 좀 꺼내 줘

하리는 제일 예쁜 잔으로

제일 예쁜 게 뭐지 토끼? 장미꽃?

장미꽃

알았어, 이거구나

갑자기 꽃등심 무늬를 꺼내면 개그겠지?

꽃등심 무늬는 흔하거든

그딴 게 어디 있어?

카페에서

거짓말 마

크리스마스 파티 때네 기요스미는 여기

- 선배님 작았네요 - 조그맣지?

- 다음 페이지 어떡해 - 뭔데?

- 하리에게 보여 줘도 되려나? - 뭔데?

비닐 풀장에서 홀딱 벗은 모습

- 안 돼 - 보고 싶어요

- 그렇지? - 진짜 안 돼

괜찮아

싫다니까

밥 먹고 간다고 집에 연락하렴

저 가야 해요

파일 챙겨야지

맞다

데려다주자

아버지가 엄해서 늦으면 혼나

그런 줄도 모르고 붙잡아서 미안 차로 바래다줄게

같이 가

하리는 아버지랑 할머니랑 살아

할머니도 계셔?

네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까지 들어가야 한대

- 7시쯤이랬지? - 네

7시까진 갈 수 있어

- 가자 - 가자

하리도 있는데 살살 밟아

저게 아빠 차예요

알아보려나

아빠!

아빠!

아니, 뭐야?

잠깐만

뭐야?

아빠

어떻게 된 거야?

바래다주셔서…

누가?

학교 선배랑 상담할 게 있어서

무슨 상담을 해?

지금까지? 어디서?

공부 상담인데 다 끝났어 집에 가자

실례합니다

하마다라고 해요

얘기하다 시간이 늦어져서 따님을 데리고 왔어요

너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같은 학교 3학년인 하마다 기요스미입니다

저희 딸이 신세를 졌네요

가자

할머니도 함께 사신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간병 중이신가요?

그럼 굉장히 힘드시겠어요

우리 사정에 관해서 이야기했어?

얘기했구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집에 가고 싶어 아빠, 빨리 가자

하리가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에요

그냥 제가 짐작한 거예요

일도 하시고 집안일에 간병까지 하시려면

매일 바쁘시겠어요

간병은 안 하니까 걱정 마십시오

간병인을 쓰시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괜찮습니다

할머니께서 건강하신가 봐요

그러면 살림도 하시나요?

집에 안 계십니다

시설에 들어가셨어요?

그런 셈이죠

장모님 연세가 많다 보니

몸이 안 좋으셔서 입원 중입니다

제가 남자라서 병문안 가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그러시군요

그럼 이 주변의 시립 병원이나 사이세이엔에 계시겠네요

현립 병원이나 오노다 양로원은 머니까요

아니면 다른 곳?

시립 병원입니다

아빠, 집에 가자

제가 말이 너무 많았네요 정말 죄송해요

그럼 돌아가 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구라모토 하리"

구라모토가 없어요?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고마워

하리의 하늘에 있던 UFO가 내 하늘에도 떠 있다

하리의 UFO는 우리의 UFO가 되었다

팥떡이야

그 애한테 갖다주렴

감사합니다 하리가 좋아하겠네요

다녀오겠습니다

- 잘 다녀와 - 다녀오렴

하리를 불러 줄래?

구라모토 백수 선배가 찾아왔어

말도 안 돼

내 잘못이야, 나중에 올게

백수 선배

겨울 방학에 뭐 해요? 저도 백수인데

난 백수가 아니야 고 3이니까 공부해야지

완전 노잼

백수가 아니면 백수 선배가 아니잖아

공부 선배다

아무거나 붙이고 보는 거야?

내 맘

이거 받아요

완전 맛있음

하리

하리

하리

이거 받아

아줌마가 너 주려고 일부러 만들어 주신 거야

아줌마가 너한테 주는 거잖아

난 그냥 전달만 하는 거야

너 뭐 하는 거야

하리

- 쫓아가지 마 - 하리!

- 내버려 둬 - 하리!

구라모토

진정해

하리

- 하리! - 그만둬

왜 다시…

너에 대해서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는데

언니, 내가 멍청한 걸까

멍청이는

네가 아니야

그렇지?

"구라모토"

하리

집에 없어?

하리

하리!

하리!

하리

하리

하리!

분명히 어딘가에 숨어서 나를 부르고 있어

잘 봐

반드시 물리쳐 주마

하리 맞지?

빨리 들어와

선배님

지금 갈 테니까

불 좀 꺼 주시겠어요?

알았으니까 빨리 와

공부하느라 바쁠 텐데 죄송해요

됐으니까 얼른 들어와

선배님한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위험이 닥치고 있어요 어머니랑 도망치세요

뭐?

정말이에요

여긴 위험하니까 빨리 도망가세요

위험하다니?

UFO가 공격을 개시하려고 해요

잠깐만

미안한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아버지 얘기지?

위험은 뭐고 공격은 뭐야?

그게 뭐든 상관없어요

그냥 도망가세요

경찰에 신고할까?

그건 안 돼요

그냥 도망가면 좋겠어요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

출근했지, 아침에 돌아오셔

그렇군요

어쩌면 병원에 있는 게 낫겠네요

왜 거짓말했어?

일단 도망치세요

묻잖아

왜 거짓말했냐고

너도, 너희 아버지도

할머니가 병원에 없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어

정말 위험해요

부탁이니까 제발 도망쳐요

대답부터 해

가라고요!

아빠는

위험해요

하리

저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잖아요

잠깐만 있어 봐

괜찮아?

그럴 리 없지

아프겠다

도망가세요

두 분을 노리고 있어요

제 탓이에요

죄송해요

아빠에게

선배 어머니가 시립 병원에서 일하신다고 말해 버렸어요

아빠는 거짓말을 들킨 걸 알고 당황하고 있어요

무슨 짓을 할지…

선배님 주소를 묻길래

가짜 주소를 알려 줬어요

존재하지 않는 주소를

하지만 금방 들킬 거예요

그러니까 당장 도망가세요

내가 도망가면

넌 어쩌고?

집으로 갈 거예요

사실은 갇혀 있었어요

방문에 자물쇠를 채워 놓고 밖에서 잠갔어요

선배님이 왔던 거 알아요

문틈으로 봤어요

기뻤어요

어떻게 밖으로 나온 거야?

창문에서 나무로 뛰어내렸어요

혼자서 나왔구나

내 도움 없이

그리고

나와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여기 왔어

네

대단해, 엄청나게 강하잖아

와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렇지만 절대로

나는

너를 집으로 돌려보낼 수 없어

절대로 두 번 다시 너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이제부턴 내가 너를 지킬게

UFO를 물리치자

함께 싸우는 거야

산산조각 내 버리자

우리는 영웅이야

저도요?

당연하지

가능할까요?

저 같은 게…

넌 이미 영웅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절대 악당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너를 위해 싸울게 넌 나를 위해 싸워 줘

그리고 우리는 절대로

그다음은 알지?

우리는

영웅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

할머니…

할머니는요

하리!

하리

하리

이걸로 너도 공범이 된 거야

너무 추워서 콧물이 안 멈춰

갑자기 미안해

한겨울에 보트는 왜?

나중에 알려 줄게 시간이 없어

구라모토 때문은 아니겠지?

아니야

지금이 기회야

여기에 선이 있어

저쪽 세계랑 이쪽 세계

넌 아직 이쪽으로 돌아올 수 있어

저쪽엔 구라모토뿐이야

잘 생각해서 선택한 거야?

이쪽을 택해

네가 없으면 너무…

심심해

선배님, 이 고독이 끝나면 함께 있어 줄래요?

네 곁에 있을 거야

다행이다

저도 선배님이랑 함께 있고 싶어요

함께 있을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해요

여기서 퀴즈!

갑자기?

영웅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요?

무슨 성분이냐고?

단백질

땡! 정답은 산소입니다

선배님은 맑은 공기 같거든요

옆에 있기만 해도 돼요

괴로움도 슬픔도 토해 내고 죽었던 세포도 되살아나요

그렇게 저는 계속 새로 태어나요

그럼 너랑 나랑은 무한동력이야

내 에너지는 너의 행복에서 나오니까

영원히 끝나지 않는 거네요

이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끝나지 않아

그럼 같이 멸망했다가 다시 시작해요

지옥까지 쫓아갈 거예요

기왕이면 천국으로 하자

여행용 가방

찾아내고 말겠어

이건가

안 돼

오지 마

괜찮아

선배님

선배님

선배님

선배님

선배님

이게

아니에요

아니야, 이게 아니야!

이게

아니에요

이건

엄마 가방이에요

엄마가 집을 나갈 때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귀걸이

엄마는

살해당했어

하리

경찰에 신고하자

어떡하죠? 열쇠가 없어요

열쇠를 안 가지고 왔어요

못 들어가는 거야?

어떻게 전화하죠?

어디 가서 빌리자

잠자코 있어

불에

태우려고?

아직 살아 있었네?

아빠

불태우려고?

그럴 수밖에 없잖아

저놈 집을 태우려고 준비했지만

지도를 봐도 집을 못 찾겠어

그나저나 너 말이야

없는 주소라던데?

항상 거짓말만 하더니

죽는 날까지 불효녀구나

그러니까 개죽음당하는 거야

너

듣고 있어?

죽었어?

죽는 것까지 맘대로네

거참, 그렇게 쫑알쫑알 시끄럽더니

뭐야, 움직였어?

움직였지?

말들 참 안 들어

하리는 죽지 않았다

하리

나는 영웅이 될 거야

어떻게 했더라

선배님

제가 좋아하는 건 선배님이에요

선배님은 뭘 좋아해요?

늘 제 얘기만 해서

선배님이 뭘 좋아하는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알려 주세요

선배님

뭘 좋아하세요?

안녕

기…

기요스미

이제 부르면 안 된다

그녀는 이름을 바꾸고 과거를 모두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구라모토 하리와는 어떤 관계지?

같은 학교 후배예요

학년도 다른데 어쩌다 얽혔지?

좋아했으니까요

그 아이는 죽었다

붉은 빗물에 물든 영웅은 조용히 잠들게 놔둬야 한다

그 아이에게서 떠나야 해

모든 걸 주고 싶었다

내 미래까지 하리에게 전부 주고 싶었다

이걸로 됐어

고독해도 괜찮아

영웅은 떨어진 UFO와 함께 죽었다

나의 고독은 그 후로 계속 공중을 떠돌다가

어느새 새로운 UFO가 되었다

자꾸만 소리가 들렸다

끊임없이 나를 부르는 소리

계절이 바뀌고 세 번째 봄이 왔을 무렵

이름을 바꾼 그녀와 거리에서 마주쳤다

결혼 직전에 새로운 UFO를 소개했다

그녀는 자기 눈에도 보인다고 조용히 말했다

서로 다른 면을 보고 있겠지만

우린 같은 UFO 아래 살았다

붉은 빗물에 물든 하늘에서 UFO는 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 공격을 해 오려는 걸까

서둘러

구급차!

도와주세요

누가 전화 좀 해 줘요

빨리빨리

떠내려간다

사람이 있어

사람이…

차 안에 사람이 있어요

로프 없어요?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이렇게 손을 뻗어 무언가를 끌어당겨서

구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성공했지만 두 번째는 실패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오늘은 출산 예정일인데

이제야 함께하게 됐는데 가족이 됐는데

그 아이를 붉은 빗속에 홀로 남겨 두고 왔다

나는 새로운 너와 새 인생을 시작했다

죽은 하리를 남겨 둔 채

하리는 지금도 그대로 있겠지

우리의 하늘에 홀로 외롭게 떠 있겠지

고독했지? 미안해

하리

오랜만에 불러 보는 이름이네

하리를 살려 내겠어 UFO를 물리치고 말 거야

이번에야말로 내가 영웅이 될 거야

하리, 이쪽으로 와

나를 믿어 다시는 떠나지 않을게

조금만 더

너에게 눈부신 이 세상을

보여 줄게

크게 심호흡하세요

하리, 이것 좀 봐

엄청난 은하야

내 생명을 이어받은 별 조각이

투명한 빗물이 되어 모든 걸 씻어 내고

세상에 스며들고 있어

나는 그렇게 네가 눈에 담는 모든 것에 머무를 거야

커튼이나 책 벽의 흠집에도 말이야

그렇게 영원히 하리를 사랑할 거야

이제 나에게 물리적인 한계 따윈 없어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의 아들과도 만날 수 있지

변신!

영웅 등장!

꼭 그렇게까지 웃어야 해?

미안, 웃겨서 그만

너무하네

변신이라는데 안 웃고 버티겠어?

창문도 열려 있잖아 옆집에 다 들려, 창피하게

언제나 그림자처럼 곁에서 너를 끌어안고 있어

언젠가 진짜로 변신 방법을 알려 줄지도 몰라

그게 언젠데?

네가 착하게 잘 자라서 어른이 되면

그때면 엄마도 할머니로 변신해 있겠네

맨날 쓸데없는 소리만 한다니까

조용히 해 옆집에 들린다니까

어머니가 있고 내가 있고 아버지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에 끝이 없다고 믿는다

나도 참 한심하네

선배님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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