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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없다고 한들
세상은 잘 돌아갈 거다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250엔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23엔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쇼호' 하나
네?
'쇼트 호프'!
죄송하지만 상품 번호...
거기 있잖아!
고마워요
다 해서 914엔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914엔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손님 어서 오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안녕하세요
수고했어요
이이즈카 씨
네
다음 주 수요일 야간 근무 될까?
타부치 씨 일정이 어렵게 됐어
네, 괜찮아요
정말?
고마워
일은 어때?
익숙해졌어?
현금 정산만 차이 안 나게 주의해
마이너스 심하면 직접 채우게 할 거야
에이, 농담이지
잘 먹겠습니다
응
오랜만에 통화하네
채소 받았니?
- 어제 왔어요 - 그래?
- 고마워요 - 잘 가서 다행이네
잘 도착했구나
일은 좀 어때?
응?
왜, 아무래도
영업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닐 거 아냐
안 힘들어?
괜찮아
밖에만 계속 있는 것도 아닌걸
그러니?
그렇구나 그래도 주말에는 푹 쉬어
엄마 있잖아
응
왜?
올 연말에도 친척들 모이나?
나리타 사는 숙모네도 숙부가 입원해서 힘드니까
올해는 모이지 말까 싶어
다들 나이도 나이고
그렇구나
응, 사나에네도 좀 그렇잖니
애가 태어나서 정신없다더라고
안녕하세요
101호 사는 이이즈카입니다
갑자기 전화드려 죄송해요
저기...
커튼레일 부분이 망가져서요
그게...
레일이 틀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아, 그러니까...
고정된 부분?
나사가 풀려서 그런 거 같은데요
아, 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봉투 필요하세요?
아뇨
3개 다 해서 408엔입니다
1010엔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602엔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미치겠네
이이즈카 씨는 남자 친구 있어요?
없는데...
그래요? 있을 줄 알았는데
터틀넥 입는 사람하고 사귈 거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지금 대학 친구랑 사귀거든요?
근데 걔 안경 꼈어요
패션 감각도 별로고 평범하기 짝이 없죠
그렇구나
대박이죠? 내가 안경잡이랑 사귄다니
응
심지어 걔가 저를 '아야야'라고 부르는데요
틈만 나면 불러댄다니까요 진짜 웃겨
아하...
이이즈카 씨는 별명 없어요?
난 없어
이이즈카니까
츠카?
아니면 노조노조?
노조노조
별론가?
이이즈카?
나...
기타 중학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는데
오오토모구나?
안녕 진짜 오랜만이다
어떻게 잘 알아봤네
늘 이 시간에 일해?
오늘만 어쩌다 보니... 곧 끝나
잠깐 얘기나 할래?
그래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아?
응
그럼 곧 보자 조금만 힘내
기다렸지?
집은 저쪽이야?
응
같은 방향이다
자전거 좀...
기분 이상하다
응?
왠지 몰라도 긴장돼
이제껏 일하는 줄 몰랐어
일을 최근에 시작했거든
너는 어떻게 이 동네에 있어?
중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이사 왔어
지금은 할머니네 살아
넌 자취해?
응
언제부터?
여기서 취업하고 나서
오오토모 너는?
지금 무슨 일 해?
파견직으로 일해
갑자기 전학 가서 다들 걱정했었어
혹시...
전에 살던 곳 사람들이랑 만나?
아니 전혀 안 만나
친구가 별로 없기도 했고
그렇구나
나는 이쪽으로 갈게
그래
맞다 연락처 교환하자
괜찮아?
응
고마워 그럼...
QR코드로 추가할까?
응
보여줄까?
내가 스캔할게
추가
됐다, 고마워! 또 보자
응
조심히 가
오늘 고마웠어! 주말이나 시간 되는 날에 같이 놀자
증정용 카탈로그는 여기 있어요
비치된 분량 소진되면 채워주세요
네
연말 선물이란 게 의미가 있나요?
보낸 적 있어요?
없는 거 같은데
회사 다니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이즈카 씨는 전에 직장 다녔댔죠?
아...
응
왜 그만뒀어요?
야근도 많고
그래서지, 뭐
악덕 기업이었나 봐요?
사회 나가면 힘들겠어요
모리구치 씨는? 취업 준비 중이야?
- 뭐, 그렇죠 - 안녕하세요
노조노조 안녕
이이즈카 씨, 지난주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냐
- 수고하세요 - 들어가세요
그거 곧 폐기야
오케이
잘 가라
되게 잘 친다
부모님이 좋아했거든 자주 같이 쳤어
이번 거 칠래?
응
좋았어
다시 해봐
좋아, 다시
해볼게
어떻게 해야 공이 가운데로 가?
처음부터 가운데로 보내려 하지 말고
이런 식으로 서서
아깝다
아까워!
살짝만 더...
할 수 있어
파이팅
응
이제 시작한 느낌 드네
재밌어졌어
마지막에 엄청 잘 치더라
조금 나아졌지?
되게 잘했어
느낌 좋았어
어려워
근육통 오겠다
아파?
팔이 아파
잘한다
멋있네
오늘
왜 만나자고 한 거야?
글쎄 왜일까?
난 중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연락 전혀 안 하거든
그렇다고 아쉬운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그냥 너한테는 신경이 쓰였어
불편했다면 미안
아니 안 불편해
재미있었는걸
취업했었다고 했지?
응
무슨 일 했어?
광고 계열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했어
그랬구나
영업 힘들지?
그렇지, 뭐
그렇구나
한 게임 더 할까?
뭐?
못해 팔 아파 죽겠어
할 수 있을 거야
못 해
하자
칠 수 있을까?
왔는데 스트라이크는 쳐야지
스트라이크는 못 쳐
못 치는 게 어딨어
칠 수 있어
되려나
난 이쪽으로 갈게
- 또 보자 - 응, 잘 가
- 오늘 고마웠어 - 나도
급여 지급명세서
남친은 저보다도 성격이 느긋해요
점장님은 성격 급하시죠
무지 행복해 보여
진짜요?
맞아요, 덕분에 너무 행복하답니다
본인 입으로 말하네
얼마 전에 남친이 제 생일을 축하해 줬는데
진심 대박이었던 게 뭐냐면요
가게 들어가자마자 주변을 엄청 살피더라고요
'깜짝 파티겠구나' 완전히 눈치챘어요
어떻게 했어?
그래서 저는
하나도 눈치 못 챈 척했죠
'뭐야?'
'뭐야, 뭐야? 갑자기 왜 어두워졌지?'
'어머 내가 주인공이야?'
'진짜? 완전 좋아!'
그랬다니까요!
- 애썼네 - 애썼어요
오, 드디어 왔군
- 안녕하십니까 - 어서 와
정장이 너무 어색한데?
취업 축하드려요
우리 아야노
하지 마세요
차갑게 구네
우리 같이 야간 근무도 한 사이잖아
개그 콤비라니까
- 여기요, 생맥 하나요 - 두 잔 주세요
세 잔 주세요
이이즈카 씨는?
아, 그럼 전 하이볼...
하이볼도요
생맥 셋 하이볼 하나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 취직 잘 돼서 다행이야 - 그러니까요
여행사라고 했죠?
맞아
여행 갈 때 연락하세요
싸게 갈 수 있어요?
- 응, 같이 휴가 가자 - 작작 좀 해요
- 아, 왜? - 남친 있거든요
남친이래 봤자 안경잡이잖아
뭐래? 안경잡이라고 하지 마요
자기가 먼저 그랬으면서
술 나왔습니다 하이볼 시키신 분?
네
잔 치워드릴까요?
네
고마워
네
새롭게 건배합시다
타부치
건배사 해
제가요?
뭐라고 해야 하나
- 그러니까... - 질질 끌긴, 건배!
아니 할게요
하고 싶은 말 해
음, 3년 반 일했죠?
- 고마웠다 - 감사합니다
3년 반 동안 정말이지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야노 사랑합니다, 짠!
소름 끼쳐! 건배!
- 사랑 고백을 하네 - 소름 끼쳐요!
제겐 안경 남친뿐이에요
그만둬서 슬픈 거야 사랑 때문에 슬픈 거야?
- 사랑 때문입니다 - 사랑이냐!
- 건배 - 소름 끼쳐
힘내라
- 안경 남친뿐이라고요 - 내 안경 써봐
써도 좋아하게 될 일 없어요
점장님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노조노조 괜찮아?
이이즈카 씨가 우체국 쪽에 살던가?
모리구치 씨가 좀 데려다줘
네
그래
오늘 자리 만들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힘내라 신입사원!
네, 근데 2차는요?
난 안 돼 내일은 아침 출근이야
그럼 아야노랑 둘이 가야지
싫어요
왜?
남친 있다고요
뭐 어때
안경 남친 있다고요
어딨는데?
저기 어디 있어요
이 길 맞아요?
이이즈카 씨!
이이즈카 씨?
저기요 이이즈카 씨?
괜찮아요?
자, 똑바로 서서 앞으로 가요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
그때 보고 간만이네
그러게
깜짝 놀랐어
그러니까
고기 사고 나왔는데
그랬구나
같이 걸을까?
응
눈 마주쳤는데 헛것이 보이나 했네
나도 깜짝 놀랐어
자전거 있어서 좋겠다
응, 편해
그렇겠어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아빠랑 할머니랑 같이 사니까
우리 집에 채소가 많아서 곤란한 상황인데
줄까?
주면 좋지!
어떤 게 있어?
감자도 있고 양파도 있고
감자랑 양파? 주면 너무 좋지
뭘 해 먹지?
카레 만들까?
본가는 지금도 사와라에 있어?
응
명절에는 집에 가?
고민 중이야
이번엔 친척들도 안 모인다고 해서
오오토모 너는?
집에 있을 거 같아
회사는 언제까지 쉬어?
1월 5일까지 쉬는데
6, 7일에 휴가 내면 9일까지 쉴 수 있어
그러면 휴가 쓰고 싶어지지
맞아
연말연시도 안 쉬고 일해?
아마도
힘들겠다
당연히 힘들지
이렇게 있어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저번에 미안했어요
아니에요
그...
별일 없었나요?
혹시 내가... 토했다거나...
네, 뭐
이이즈카 씨 취하면 그런 모습이군요
어서 오세요
교대했습니다
수고했어
이이즈카 씨 미안한데
다음 주 수요일 야간 근무 될까?
네
미안해
타부치가 빠지니까 일손이 부족하네
아하, 그렇군요
그런 구성으로 담아가는군요
이상해?
나쁘진 않은데요
저는 떡 들어간 유부 주머니를 추천해요
지금이 딱 맛있게 익었을 때거든요
그래?
그럼...
감사합니다 손님
진심 이 상태로 알바 가야 해?
그러니까 왜 오늘 근무를 넣어?
내 말이 그 말이다
등신 같긴
불쌍한 놈
술 마시고 알바라니
- 가세요 - 수고했어요
뭐야 모리구치 아냐?
누군데?
같은 초등학교 나왔잖아
기억 안 나?
안 나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때 쟤네 형이 상해 사건 일으켰잖아
뉴스에도 나왔고
그래?
사람 죽였어?
글쎄 모르겠네
요즘도 경찰서 신세 지고 그러냐?
뭔데? 뭐 어쩔 건데?
아, 미친!
수건 갖고 와!
괜찮아? 그 사람들 안 따라와?
안 따라와요
대체 뭘 한 거예요?
그냥 순간적으로...
그 사람 괜찮을까?
멀쩡하겠죠
저녁밥 아니었어요?
괜찮아
다음에 밥 살게요
그래
그 자식 진짜 가관이었네
정말 괜찮겠지?
가관이었어
폐기되면 아까운데 이따가 사 먹을까
나도 같이 살게
됐어요, 난 고기만두 좋아해서 그래요
맞다, 내년에 시급 오르는 거 알아요?
그렇더라
150엔 차이가 참 크죠
근무 많이 넣어야지
돈 모으는 중이야?
저 해외 나가고 싶거든요
유학?
유학까지는 아니어도 가보고 싶어서요
부모님이 갈 거면 직접 돈 벌어서 가래요
멋지다
난 이제껏 그런 꿈이나 목표가 없었어
그래도 매일 아침 눈 떠서 학교에 가고
이렇게 일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기특하지 않아요?
늘 생각하거든요 나 자신이 기특하다고
술 잘 마시네
이제 두 잔째인데
- 아닌데 - 이제부터지
- 너 세 잔 마셨어 - 그래?
세 잔째야?
세 잔 마셨구나
더 안 시켜도 돼?
응
풋콩만 주워 먹게 되네
마이 무라
니도 마이 무라
갑자기 생각났는데
왜 그렇게 웃어?
하소연 좀 해도 돼?
응
그게...
편의점 손님이 나한테 화를 낸 적이 있거든
실은 내가 사람들을 자주 화나게 만들어
사람들을?
화나게 해
짜증 나게 하는 뭔가가 나한테 있나 봐
짜증 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거야?
그것도 인정! 인정하는데...
내가 비흡연자라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계산대에 와서 '쇼호' 달라고 하더라고?
대뜸 '쇼호'
못 알아들어서 되물었더니 '쇼트 호프'라는 거야
- 그런 걸 다 줄이는구나 - 내 말이, 왜 줄이냐고
알 리가 없잖아
번호를 말할 것이지
그러니까!
지정된 번호로 말하면 시간 질질 끌 일도 없잖아
그런 일이 태반이야
인간은 정말이지 표현을 못 하는 거 같아
의사소통이 부족해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래 상관없지
그런 일들이 있어
스트레스겠다
내가 다른 사람을 자주...
풋콩이 날아갈 정도네
너무 짜증 나서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은 마셔
그나저나
알바하면서 호감 가는 사람은 없어?
뭐야 이 반응?
하나도 못 숨기네
어떤 사람인데?
아니야 아무런 사이 아냐
어리기도 하고
어려?
연하야?
대학생이야?
대학생
몇 학년인데?
3학년
3학년?
그럼 스물한 살쯤 되나?
스물, 스물하나?
너무 어리지...
에이, 만나도 돼
뭐?
그쯤은 커버 되지
나는 대학 다닐 때 고등학생이랑 사귀었어
진짜?
네가 몇 살 때였는데?
나는 대학교 2학년 상대방은 고3이었어
헐, 어떤 타입이었어?
그게 궁금하구나
당연히 궁금하지
그래? 어떤 타입이었냐고?
아, 밴드 멤버였어
친구가 참여한 밴드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걔는 다른 밴드로 공연에 참여했었어
포지션은 뭐였어?
베이스
베이스 좋지...
좋지, 좋아
근데 또 드러머 중에는 지적인 타입이 있잖아
알 것 같아
그런 느낌도 좋아
알아 뭔지 알아
뭔지 알지? 좋다니까
날씨 너무 좋다
그러게
서로 아는 강아지인가?
알 수도 있어
친구일지도 몰라
그쪽 아니야 이쪽이야
이쪽으로
2차 가?
2차 가야지
거기 있는 선 건너가
이 선?
그리고 날 봐
왜?
자, 지금부터...
뭘 흉내 내는지 맞혀보세요
이건 뭘까요?
그게 뭐야?
모르겠어?
모르겠어
이거 있잖아
뭐 하는 건데?
힌트 줄게
뭐야
무서워!
목 졸리는 사람이야?
알겠다
아직 말하지 마
그런 다음에는 이렇게 하고 클라이맥스에서...
다 같이 '호우' 하고 외쳐!
마이클 잭슨?
어떻게 알았어?
감이 왔어
너 천재야?
나도 잘 알아보더니
술주정이 심한데? 과음했어
친구가 와서 내 방에서 재울게요
안녕하세요
어서 와라
옛날 생각 난다
- 이 만화 읽었어? - 응
나츠가 낙원의 탑에서 그러잖아
'너 때문에 엘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명장면이지
어떤 캐릭터 좋아해?
그레이
너는?
나? 나는...
누가 좋냐고?
역시 엘자가 좋아
- 호불호가 없지 - 맞아
다시 봐도 멋있어
할머니는 뭐 하셔?
아마 주무실 거야
연세가 어떻게 되셔?
여든여덟이실걸?
무슨 단어가 있었는데
환갑처럼 한자어로 표현하면 뭐였지?
뭐지?
뭐였지?
뭐더라
잠깐만
- 생각이 안 나 - 나도
답답해
머리가 안 돌아가
진짜 뭐였지?
아무것도 안 떠올라
엄마하고도 만나?
전혀 안 만나
이제 재혼했으니까
너는 어때?
힘든 일은 없어?
갑자기 왜?
그냥 묻고 싶어서
회사 다녔을 때
거의 매일 야근을 했어
막차 놓치기도 일쑤였지
그럴 때는 택시를 타거나
만화 카페에 머물기도 했어
나는 매일 혼나기만 했어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잘 해내는 거지
수완 좋게
일을 못하는 내가 문제인가?
그런 생각만 들었어
너무 괴로워서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나 싶더라
미안...
분위기 무거워졌다
아침에
평소처럼 출근하려고
다리 근처까지는 갔는데
갑자기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 안 갔어
그렇게 도망쳤고
그 뒤로는
이렇게 살고 있어
그렇구나
나도야
지금껏 잘못된 선택을 아주 많이 해왔어
그래서
상처도 받았고 다 싫어지기도 했어
근데
어떻게 항상 맞는 길로만 가겠어
그게 누구든
그러니까 이이즈카 넌 괜찮아
괜찮아
생각났다
'미수(米壽)'야
이 상황에?
풀어 쓰면 '팔'과 '십'이 되는 한자였어
그런 줄은 몰랐네
속 시원하다
좋아 오늘은 달려야지
나도 달릴래
친구네 집에서 자는 거 오랜만이다
나도 누구 초대한 거 오랜만이야
얼마 만이야?
고등학교 이후 처음인가?
고향 집에 온 기분이야
낡아서 그래
지어진 지 50년은 됐을걸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집이야
집안일 하기 안 힘들어?
이미 몸에 익었어
익숙하구나
그래도 피곤하긴 해
같은 알바생 중에 인싸인 여자애가 있는데
그 애가 그랬어
매일 아침 눈 떠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고
자존감 최고네
그렇지?
근데 참 좋아 보였어
그랬구나
자?
잘 자
잘 자
뿌릴래?
괜찮아
맛있다
이 녀석이 요리는 잘해
그냥 달걀 프라이잖아
회사 친구니?
아니 중학교 친구
사와라 친구야?
네, 맞아요
그 동네에도 여태 연락 닿는 친구가 있었어?
최근에 우연히 만났어
그래?
맛있네
너무 춥다
전골 먹고 싶어지네
좋다 다음에 먹자
무슨 맛 좋아해?
난... 두유 맛
너는?
참깨 탄탄 맛
먹다 물리지 않아?
안 물려
매운 거 좋아하는구나
그런 편이야
이래저래 고마웠어
또 보자
응, 다음에 봐
잘 가
춥다 어서 들어가
잘 가
갈게
여보세요?
나야
응, 어쩐 일이니?
있잖아
계속 말 못 하고 있었는데
얘가 왜 이래 무섭게?
왜 그래?
- 있잖아요 - 응
나...
회사 그만둔 지 반년 정도 됐어
그동안 말 안 해서 미안해요
나는 또 뭐라고 그랬구나?
애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그럴 일은 없지
그게 아니면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영영 떠난다고 하면 어쩌나 했네
그랬구나
그래 고생했네
그랬어
응
너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많은 줄 아니?
아직 반도 채 못 살았잖아
괜찮아 아무 걱정 마
응
우니?
아빠한테는 뭐라고 하지?
아빠는 신경 쓰지 마
괜찮아 엄마가 얘기해 두면 되지
'관뒀대' 하면 되지
그래도 돼?
아빤데 괜찮지, 뭐
그래 그랬구나
괜찮아
응
고마워요
그러고 보니 네 아빠가 요전번에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지 뭐니?
매번 강아지 사진 보여주면서 귀엽다고 하거든
너무 성가셔서 그럼 키우라고 했더니
고양이도 귀엽다면서 고민하는 거야
어쩌라는 건지
그래서 엄마는 강아지면 시바견이 좋다고...
쉽게 만드는 고기 감자조림
간장
잘 먹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이이즈카 씨 미안한데
다음 주 수요일 야간 근무 될까?
네
미안해
신입이 도통 뽑히질 않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오늘 괜찮아요?
어묵탕 사례요
정말 사주게?
네
어서 오세요
고기만두도 주세요
알겠습니다
봉투 드릴까요?
네, 주세요
다 해서 504엔입니다
나가요
어서 와
나 왔어
길 안 헤맸어?
쉽게 찾았어
어서 들어와
별거 아니지만 선물
안 사 와도 되는데!
고마워
과자야?
그거 좋아한다고 했지?
팥빵이네? 엄청 좋아해
낯선 얼굴을 한 아침 열리지 않는 빨간 문
매일은 이어지니까 초조해하지 않아도 돼
고개를 돌리는 개 한숨을 돌리는데
줄지어 선 참새들 고쳐지지 않는 잠버릇
눈을 뜨는 푸르름 질려버린 비디오
얼굴에 드러나는 혐오 좋은 하루가 되길
수증기의 모양은 살아간다는 증거
어제의 내일과 손을 잡아
반복되는 나날은 반복할 수는 없지
천천히 돌아서 가자
보고도 못 본 척, 텅 빈 츄하이 캔 실크로 물들인 뭔지 모를 사랑
공중에서 맴돌다 도중에 녹기 시작해
그냥이라는 소리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채워지지 않는 일정 떨어지는 감도
너에 대해 알고 싶어 좋은 휴일이 되길
수증기의 모양은 살아간다는 증거
어제의 내일과 손을 잡아
반복되는 나날은 반복할 수는 없지
천천히 돌아서 가자
수증기의 모양은 살아간다는 증거
어제의 내일과 손을 잡아
반복되는 나날은 반복할 수는 없지
천천히 돌아서 가자
번역 박선경 자막 이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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